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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현정 기자] 장기 재테크 상품으로 야심차게 닻을 올린 금융투자상품들이 기대보다 저조한 반응을 얻으면서 정책 실패 상품이 아니냐는 우려를 드리운다.5~7년의 의무가입 기간을 두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나 재형저축은 한두 계좌쯤은 꼭 갖고 있어야 할 필수 상품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실상은 올 들어 1월에만 가입자 수가 3만여명 감소하는 등 이탈 행렬이 줄 잇고 있다.ISA나 재형저축은 과거 90년대까지만 해도 두자릿수 고금리를 은행 예금 상품으로 거둘 수 있었던 과거 중년층의 재테크 향수가 반영된 상품이다. 젊은 층의 안정적인 고용 환경이 보장되지 않는 현재에는 다소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저금리 장기화가 사회 곳곳의 면면을 근저부터 바꿔놓으면서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내려는 ‘이자 노마드족’들은 대안 상품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적극적인 자산배분과 리스크를 감수한 투자로 저수익을 극복하고 중수익·중위험을 추구하는 투자 수요가 국내외 부동산 등 글로벌 대체투자로 대거 쏠렸다. 전통적인 주식·채권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수익원 발굴에 나선 것이다.세대적인 특성도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젊은 층의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20~30대 중에 1~2년 단기 적립상품이 아닌 수년간 의무가입해야 하는 중장기 투자 여력이 없는 인구가 많다. 작년 청년 실업률은 9.8%로 2015년에 이어 역대 최대 행진을 잇고 있다. 한국은 그나마 실정이 낫다. 작년 유럽연합(EU)의 청년 실업률은 평균 20.4%였고 그 중에서 스페인은 48.3%에 달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글로벌 청년 실업률은 작년 추정치 13.1%로 사상 최대였던 2013년 13.2%에 여전히 근접했다.젊은 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줄다 보니 주식투자 연령도 갈수록 상향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에 따르면 국내 주식 개인투자자의 평균 연령은 2008년 45세에서 2015년 55세로 열 살이나 늘었다. 최근 증권사의 광고나 이벤트들을 보면 당시 유행했던 록그룹 등을 등장시키며 중년층을 주요 소비층으로 내용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자본시장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에 정작 중장기 투자를 통해 수익률 열매를 맺을 젊은 층들이 비어있는 셈이다.당국은 연내 ISA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재테크 수요의 발길을 얼마나 되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결국 주식시장과 재테크 상품의 성패도 지속가능한 경제와 고용에 달려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비정규직과 인턴직에 불과하더라도 젊은 층들이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많이 만들고 기업들이 고용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은 비단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