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백용호 국세청장과 이현동 국세청장 내정자의 닮은꼴 '다운계약서' 이용 탈세논란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인사청문회를 거쳤던 백 청장이 곤욕을 치렀던 동일한 탈세 논란이 이 내정자에게도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국세청장이 되려면 다운계약서를 이용한 절세(?)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웃지못할 농담마저 나오고 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세청장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이현동 내정자는 '다운계약서' 의혹에 대해 "관행이었으며 탈세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이 내정자는)1999년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써 취득세 610만원을 탈세했다"고 지적했고, 이 내정자는 "법무사가 다 알아서 했고 돈만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탈세가 아니라 지방세법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내정자는 사당동·방배동 아파트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매입금액을 실거래가보다 적은 1억원으로 신고했다. 신고가 1억원은 실거래가보다 적지만 시가표준액에 비해 약 2배 많은 금액이다. 이 내정자는 법이 허용한 범위에서 세금을 적게 내는 방법을 활용했다.

지난달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부임한 백용호 전 국세청장 역시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 당시 다운계약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백용호 전 청장은 1998년과 2000년 각각 반포동 아파트와 개포동 아파트를 취득하고 2001년 용인 소재 토지를 부인명의로 취득하는 과정에서 취득·등록세를 신고할 때 실거래가보다 낮은 다운계약서를 썼다.

당시에도 청문위원으로 활약했던 이정희 의원을 비롯한 야당 국회의원들은 "탈세를 저질렀다"며 공세를 폈지만 백 내정자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업무를 처리해 계약서 작성 과정을 잘 몰랐다"며 "국세청 직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그 당시에는 관행이었다고 하더라"고 주장했고 끝내 취임하는데 성공했다.

전·현 국세청장 내정자의 이같은 행태는 최근 국세청의 다운계약서 관련 입장과 대조를 이룬다.

지난달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시 가짜계약서(다운계약서)를 작성해 그 거래금액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한 사실이 밝혀지면 양도소득세 확정신고기한(양도일의 다음해 5월31일) 다음날부터 10년 내에 과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시 가짜계약서를 작성해 신고한 경우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동산 거래 시 실거래가 신고 의무는 2006년 1월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