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가족탈북 1호의 주인공인 김만철(67)씨가 수차례에 걸쳐 재산을 사기당해 모두 날리고, 현재 부인과 함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4일 <연합뉴스>와 검찰에 따르면, 오는 8일 탈북 20주년을 맞이한 그는 지난 지난해 말 “교회에서 알게 된 K씨가 부동산 중개 수수료 명목으로 3천만원을 받아 챙겼다”며 K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조사 결과 K씨가 2004년 김씨의 돈으로 부동산 거래를 주선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로 받은 3천만원 가운데 1천만원을 중개인에게 건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검찰은 K씨에게 횡령 혐의를 적용해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귀순 직후 강연 활동과 신앙 생활에 매진하던 김씨는 그의 바람대로 경남 남해에 기도원을 세웠지만 이를 운영하던 목사가 기도원을 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고는 돈을 갚지 않은채 필리핀으로 도주, 김씨의 남한 생활은 어려움의 길로 치닫기 시작했다.
김씨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는데, 그는 지인 소개로 제주도에 부동산 투자를 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거액을 들여 산 땅이 실제 치른 돈에 못미치는 가치를 지닌 것으로 드러났고 이 역시 고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씨는 귀순 20주년 소회를 묻는 질문에 “8일이 귀순한 지 20년 되는데…. 소회랄 것은 없고, 사기꾼들이 하도 많아 얼떨떨하고 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함께 남으로 온 자녀들에 대해 김씨는 “연락이야 자주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탓에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고 전했다.
귀순 당시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던 막내 광호씨는 고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UCLA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김만철씨는 지난 1987년 2월 소형 선박에 가족을 태우고 공해상을 떠돌다 귀순해 첫 가족 단위 탈북 사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