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신기술 개발 투자 및 현장 적용 확대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탄소중립이 국내외 메가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제조업 못지않은 탄소 배출량을 보이는 건설업계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기업별 탄소 배출량과 기후 위기 관련 대응 체계 등을 의무공시해야 할 시점이 임박했고, 해외 발주처는 계약 과정에서 시공사에 탄소중립 기술과 서류 등을 요구하는 등 국내외 규제 압박이 더해지고 있어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상장기업들의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관련 공시 가운데 기후 분야를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오는 2026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탄소 배출량을 담은 ESG 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되고 2030년에는 코스피 상장사 전체로 대상이 확대된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은 2026년부터 기후 관련 위험 요인에 대한 자체 대응책을 평가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배출량 등 각종 지표를 공개해야 한다.
건설 분야에선 관련 공시 의무화가 발등의 불로 다가온 시공 능력 최상위 대형사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 및 인증·상용화가 줄을 잇고 있다.
시공 순위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020년 비금융사 최초로 '탈석탄화'를 선언한 뒤,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기술 개발은 물론 사업망까지 점진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에는 탄소 배출이 많은 시멘트가 사용되지 않은 '제로(Zero) 시멘트 보도블록' 개발·생산에 나섰고, 탄소 배출량을 40%가량 줄인 사전 제작 콘크리트(PC) 개발에도 성공했다. 또한 객관적인 탄소 저감 측정 기준과 절차 등이 담긴 '방법론'을 제시해 탄소감축 인증센터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2년 모기업인 현대차그룹 방침에 따라 국내 상장 건설사 최초로 2045년 탄소중립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는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검증에 기반한다.
같은 해에 현대건설은 자체 환경정책 수립을 비롯해 환경부·서울시 등과 건설폐기물 친환경 처리 등에 관한 자발적 협약을 잇달아 맺었다. 이 밖에도 2017년부터 일찌감치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에서 버려지는 산업부산물을 활용해 시멘트 생산 과정상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35%까지 낮춘 'H-ment'를 개발해 힐스테이트 시공 현장에 적용 중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2022년 초에 탄소저감 조강형 슬래그 시멘트 콘크리트 기술 개발에 관한 배합·설계를 도출했고, 이듬해 업계 최초로 저탄소 친환경 인증 콘크리트를 도입했다.
이는 기존 콘크리트 대비 최대 112kg/㎥까지 시멘트 투입량을 줄여 약 54%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다. 해당 기술(조강형 슬래그 시멘트를 활용한 친환경 저탄소 콘크리트 조성물)은 지난해 특허 출원을 마쳤고 전국 시공 현장에 적용 중이다.
대형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당장 국내에선 표면적으로 탄소중립이나 ESG 의무 규제가 아직 없지만, 정부가 짧은 시간 안에 추진하려는 만큼 선제적으로 관련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연구·개발(R&D)을 위한 투자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친환경 콘크리트 기술 등 탄소 저감 관련 R&D를 늘리고 친환경 에너지 기업 지분 확보와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