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갤러리토스트는 8월 10일부터 9월 3일까지 “익숙한 낯섦 _ 이주희 개인展”을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이주희 작가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화면 가득 메워진 나뭇가지와 잎사귀들로 지극히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언제나 한결 같은 나무의 모습에서 초연함을 느끼고 혼자 굳건히 견뎌내는 나무의 강인하고 때로는 외로운 모습에 작가 스스로를 이입시켜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을 드러낸다.작가는 붓질이 아닌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한 스텐실 기법을 이용하여 그 안에 먹과 채색안료를 켜켜이 입혀 나무의 향기를 가득 담아낸다. 그 색 또한 싱그러운 자연의 색이 아닌 가을 낙엽색처럼 표현된 것은 작가의 기억의 잔상들이 색으로서 중첩되어 나타난 것으로 작가의 의도가 잘 반영된 결과물이다.나뭇가지와 잎사귀는 모두 제각기 다른 모습과 다른 방향으로 뻗어있지만 여백과 적절하게 어우러져 하나의 구성체로서 조화를 이루는데 이것은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작가의 삶의 방향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나무와 같은 삶을 추구하는 작가는 우리에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현실의 외로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작가의 서정적인 작품세계를 바라보며 마음의 휴식을 갖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글/갤러리토스트>
□작가노트
살아가며 누구나 자신의 삶에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나에게도, 열심히 노력했지만 눈에 띌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삶에 대한 고민과 회의 속에 허우적대기 일쑤였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탄 버스 안에서 생각의 전환을 맞이하였다. 바쁘게 뛰어가는 사람들과 그 옆에 가만히 서있는 나무가 대비가 되는 순간,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선 나무의 모습에 초연함이 느껴졌다.
바쁘게 뛰어가며 삶의 목표를 향해 속도를 붙이는 것 역시 무척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굳건히뿌리를 내리며 천천히..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성장통을 겪어내고 하늘을 향해 다가가는 나무…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바쁘게 뛰어왔던 날들이 영화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작품을 하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지만 더러는 외로움을 감당해내는 일이기도 하다. 타인과 함께 하는 것이 드물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부탁을 한다거나, 도움을 받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감정들을 혼자 끌어안으며 항상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길을 홀로 걸었다. 아름다웠던 순간들, 미련이 되어버린 순간들, 완성되지 못한 순간들을 꺼내어 보며 스스로를 어루만지며 외로움을 달래주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밤에는 나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들이 순식간에 나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그런 면에서 사람과 나무는 참 닮아있다. 매연이 가득한 거리에서의 나무는 이따금 사람들이 주는 상처들을 스스로 수액을 나오게 하여 상처를 치료하며 굳건히 견뎌내지만, 인적이 드문 밤의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또 그렇게 외로워 보일 수가 없다. 게다가, 다음날이면 또 다시 아무렇지 않게 거리의 한 켠을 품어주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드러낸다.수많은 나무로 뒤덮인 공원으로 가서 가만히 살펴보면 똑같이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참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모아놓고 보면 ‘조화’ 롭다. 조화로운 삶. 모두가 바라는 것이지만 사실 그것만큼 또 어려운 것이 있을까. 이러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모든 순간들이 나에게는 자아정체성을 확인하면서 앞으로 삶의 방향을 제시하게 되는 시간들이었다.가끔씩 마주하기 싫은 현실을 직면해야 할 때도 나는 나무를 찾았고, 나무를 통해서 흔들리지않는 초연함과 품어준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배운다. 나무를 그린다는 것은, 늘 부단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방향성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이 자리의 현실과 외로움을 야무지게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이다.<작가 이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