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첫선을 보인 <남산 아고라>는 시민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중심지로 기능했던 고대 그리스의 광장 ‘아고라(Agora)’에 착안한 사업으로 시민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열띤 논쟁이 벌어지는 공간으로서의 극장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18일(금)에 열리는 <남산 아고라 2017> ‘불편한 입장들’은 기존과 다른 시각으로 남산예술센터를 바라보며 대안을 도출해내기 위해 공연 당일 관람객들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모색한다. 2016년 <장애극장>, 2017년 변방연극제 참가작 <연극의 3요소> 등의 무대를 통해 꾸준히 장애인의 시각으로 극장이라는 공간을 탐색해 온 신재가 연출을 맡았다.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본 공연은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관객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험을 공유하고 ‘대안’을 찾는 시간이다. 새로운 입장에서 바라 본 남산예술센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점차 여타 시설과 관련 제도, 사회에 만연한 분위기, 이에 얽힌 여러 시선, 의식의 개선 등으로 주제를 확장하여 불편한 입장(入場, access)은 물론 입장(立場, position)까지 아우르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극장은 분명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지만 누구에게는 불편한 공간이다. 무엇보다 장애인 관객과 장애인 창작자에게는 제약이 뒤따른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번 프로그램은 ‘장애인 관객은 문턱 높은 극장에는 입장할 수 없는가, 장애인 관객은 늘 같은 좌석에만 앉아야 하는가, 장애인 창작자가 분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장애인 창작자는 극장에서 편히 공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불편한 입장들’은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그동안 주 대상이 되지 못했던 사람들의 입장에 관해 생각해보며, 새로운 환경을 제안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영국의 연극 평론가 린 가드너(Lyn Gardner)는 지난해 ‘더 가디언’ 칼럼에서 “영국 연극계에서 성과 인종의 다양성은 점점 고려되고 있지만 장애인의 창작활동은 여전히 뒷전”이라고 기고한 바 있다. 그간 장애인 문제를 관객의 입장에서 다뤄 왔다면 이번 아고라에서는 장애인 창작자의 입장까지 시선을 확장했다.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는 불편함부터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상황을 맞닥뜨리며 오는 불편한 감정 혹은 입장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편함까지 ‘불편한 입장’은 모두에게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남산 아고라> 첫 선정작 <페미 그라운드 - 여기도 저기도 히익 거기도?>(남산예술센터,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진동젤리 공동제작)는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여성혐오’를 극장으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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