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호 정치] 집단 탈당사태 이후 좌초 위기로 내몰렸던 열린우리당이 ‘마지막 비상구’로 ‘정세균호’를 선택하면서 향후 전개될 정계개편의 축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새로운 항해에 돌입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14일 오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정기 전당대회를 개최해 평화개혁 미래세력의 ‘대통합 신당 추진’을 결의하고 합의추대된 정세균 의원을 새로운 ‘선장’으로 선출했다.
지난해 초 비대위 의장을 맡다가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발탁됐던 정 의원으로서는 1년여 만에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라는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당의 ‘구원투수’로 발탁, 당내 갈등을 수습하고 정국현안을 무난하게 처리해달라는 대의원들의 주문을 받은 셈이다.
◆ 전당대회 ‘흥행몰이’ 성공 = 우리당은 이날 별도의 투표절차 없이 만장일치로 정세균 의원을 당 의장으로, 김성곤 김영춘 원혜영 윤원호 의원 등을 최고위원으로 선출했다. 당초 ‘전당대회는 무산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외견상 이번 전대는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의결 정족수를 넘기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재적 대의원 9,157명 가운데 과반인 6,617명이 참석했다. 또 전대 이후 4개월간 중앙위 구성을 유예하는 동시에 당 지도부-국회의원-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연석회의에 통합수임기구의 권한을 위임하는 등의 안건 역시 의결했고 기간당원제 폐지에 관한 당헌 개정안도 추인했다. 이밖에 새로 구성된 지도부에 신당 추진의 방법과 절차 등 포괄적인 권한 역시 위임했다.신임 정세균 의장은 수락연설을 통해 “피눈물로 만들어낸 민주개혁의 성과가 조롱거리가 될 수는 없다”면서 “남북 평화, 질좋은 성장과 경제정의, 사회복지의 소중한 가치가 수구냉전세력에게 짓밟히는 것은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오늘 당의 진로를 결정했다”고 선포한 뒤 “기득권을 버리고 민주주의와 나라발전의 대의를 위해 헌신했던 희생의 자세로 돌아간다. 무한책임의 자세를 지겠다”고 강조했다.◆ 신당 추진, 탈당 멈칫 가능할까? =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새롭게 출발하는 정세균 체제를 바라보며 드는 궁금증은 크게 세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신당추진이 언제쯤이냐’는 것이고, ‘탈당 기류는 과연 멈춰질 수 있느냐’는 게 두 번째 궁금증이다. 마지막으로 ‘여권의 대선후보는 언제쯤 가시화될 것인가’라는 것.
통합신당 추진이 불발에 그쳐 탈당행렬이 다시 촉발되고, 이에 따라 대선후보조차 내지 못할 경우 ‘정세균호’는 그대로 침몰할 확률이 높다는 게 당 안팎의 일치된 견해이기 때문이다.
◆ 대선후보는 언제쯤 가시화? = 정동영 그리고 김근태 전 의장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지도가 낮은 까닭에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당으로서는 현재 ‘외부 영입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정 의장은 이와 반대로 ‘내부에서 좋은 후보를 만드는 게 제일 좋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영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 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의 당에서 열심히 뛰는 후보에 대해 당 의장이라는 사람이 언급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면서 “속된 표현으로 남의 후보를 집적거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려워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아직 시간이 많고 가능성도 많다”고 말했다.그러나 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이 차일피일 미뤄질 경우 자칫 주도권을 상대방에게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고 특히 당은 여전히 통합신당파, 중도파, 친노파 등 다양한 집단이 공존하며 마찰을 일으키고 있어, ‘구심점’이 없이 막무가내로 표류할 경우 대통합과정에서 침몰할 공산이 크다.이처럼 난관이 겹겹이 도사리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전대가 성공적으로 성사된만큼 대선후보가 반드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권 내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5월까지 대통합신당을 추진하고 6, 7월쯤 후보를 결정해서, 8, 9월쯤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