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나운서를 ‘바람’ 나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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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나운서를 ‘바람’ 나게 했나
  • 매일일보
  • 승인 2007.03.0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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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방송3사 아나운서실에 비상이 걸렸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몇몇 젊은 스타급 아나운서들의 이탈을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연예기획사들은 아나운서들을 향해 스카우트 제의를 계속하고 있다. 지상파 아나운서라는 과거의 자긍심도 거액의 계약금이라는 미끼 앞에서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또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은 방송사의 폐쇄적 구조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젊은 아나운서들도 많다.
이 배경에는 연예기획사 DY엔터테인먼트(대표 신동엽)가 있다. 지난해 설립된 이 회사에는 최고 주가를 누리는 유재석을 비롯해 김용만, 이혁재, 노홍철, 송은이, 김생민 등 각종 TV 예능프로그램을 장악한 연예인들이 대거 소속돼 있다. MC전문 기획사를 표방하며 아나운서들을 영입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미 KBS 아나운서 출신 강수정을 끌어들인 바 있다. 그녀는 퇴사하자마자 ‘연예가중계’ 등 KBS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곧바로 SBS ‘야심만만’에 투입됐다. 최근에는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다는 요리 프로그램 ‘도전! 맛 대 맛’의 진행자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든든한 기획사의 덕을 본 셈이다. 강수정의 사례가 아나운서들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온실’같은 방송사를 떠나는 순간 도태될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강수정 케이스는‘보험’이 되기에 충분하다. MBC에 사표를 제출한 김성주 아나운서가 최문순 사장 등 경영진의 만류에도 불구, 회사를 등질 수 있었던 이유다. 김 아나운서도 DY엔터테인먼트로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엠넷, tvN 등 대기업 계열 케이블 방송사들이 자체 제작 비중을 높이면서 프로그램 진행자 수요가 커지고 있다. DY엔터테인먼트는 이 시장을 장악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간접광고(PPL)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었으며, 코스닥 우회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있다. DY엔터테인먼트는 설립 초기부터 ‘권력화’논란에 휩싸였다. 인기 MC들을 앞세워 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그리고, 1년 만에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상파의 어느 고위직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는 연예인과 구분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인 부와 명예를 위해 방송사를 바리는 젊은 아나운서들에 대한 방송사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방송사를 떠나는 아나운서가 계속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뉴시스 김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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