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북정책 정말 ‘헷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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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북정책 정말 ‘헷갈려’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7.03.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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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기조수정 이후 당 ‘정체성 논란’ 가열

[매일일보닷컴]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전시작전권 환수와 관련한 한국과 미국의 합의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기조 변경을 위한 태스크포스 초안’이 연일 당안팎의 비판 여론 속에서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은 당내 대북정책 패러다임 재검토를 위한 태스스포스팀(TFTㆍ위원장 정형근 의원)이 구성돼 당의 대북정책 기조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는데 강경보수 세력의 반발이 워낙 큰 까닭에 당은 공식적인 입장, 즉 최종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체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강재섭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 일각에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 좌파세력의 홍위병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선용”이라며 의심어린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범여권의 목소리를 감안, ‘함구령’을 일단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북정책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왕따’는 물론 정권탈환도 요연해지기 때문에 전통적 지지층인 보수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북유화책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곤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했고 이를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정체성 논란에 불을 지핀 인물은 당내 대표적 강경보수파인 김용갑 의원. 김 의원은 27일 개인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이 하루 아침에 열린우리당이나 좌파세력보다 더 김정일을 존중하고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등 친북정책으로 돌아서겠다고 한다”며 “앞으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과 좌파세력의 홍위병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특정 대선주자 측이 친북좌파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며 “당내 어느 대통령 후보와 진영에서 당의 대북정책을 친북좌파정책으로 변질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지 실체를 밝혀야 한다. 이제 이런 후보를 저지시키기 위해 뭉쳐 싸워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정치권은 김용갑 의원이 ‘친(親)박근혜’ 계열이라는 점을 들어, 그가 ‘철학’과 ‘대북관’을 의심한 ‘특정 주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대선후보간 검증공방으로 몇 달 째 진통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이 이제는 대북 정책 변경의 정당성을 놓고 또다시 당내 대선주자간 대립으로 갈등전선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강재섭 대표는 집안단속에 나서는 등 잡음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모습이다.집안단속으로 잡음 차단강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한나라당이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정형근 최고위원 중심의 TFT을 구성해 ‘안’을 만들 예정이기 때문에, 당론 결정 이전에 먼저 개인적인 말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언론에 돌출발언을 흘리는 일부 의원의 행태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대선 승리에 연일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는 한나라당이 강경보수 세력의 만만치 않은 반발과 획기적인 정책변경에 동조하는 일부 의원들의 ‘충돌’로 내홍을 겪고 있자, 이를 바라보는 범여권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다.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금강산과 개성공단사업을 중단하고 국지전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한나라당이 최근 대북정책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한나라당이 지난 10년간 한 일을 알고 있다. 강경파를 상징하는 매의 날개에 비둘기 깃털 몇 개를 꽂는다고 해서 매가 비둘기가 되지 않는다”고 힐난했다.같은당 최재성 대변인은 “한쪽에서는 대북화해정책으로 입장을 바꾸려는 모습을 취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는 한나라당 모습 속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의문”이라며 “한나라당은 가면무도회를 집어치우길 바란다”고 지적했다.범여권 시선 ‘싸늘’서혜석 대변인은 26일 오전 국회 브리핑룸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통해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개성 방문에 대해 한나라당이 방북러쉬라며 또다시 생트집을 잡고 나섰는데, 한나라당은 대북정책의 기조 변경을 말로만 하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한나라당에 따르면, 당은 당 소속 의원들의 대북접촉 및 교류협력사업을 적극 권장하고 이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이에 따라 내달 홍준표 이병석 이주영 의원 등이 대북인도적 사업 등을 위해 잇따라 방북할 예정이다. 그러나 유독 열린우리당의 방북에 대해선 비판을 제기하고 있어 이중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다음 주부터 열리는 4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실질적인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 등이 북한으로 몰려가는 것은, 말로만 민생을 외치는 열린우리당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방북 러시를 이루는 것은 다분히 정략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헷갈린 모습에 대해선 정형근 의원의 방북이 무산되자 한나라당 특유의 냉전 잣대로 다시 해석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권영세 “색깔론 안된다”상황이 이렇자 한나라당 내에서도 모든 사안에 대해 ‘색깔론’으로 공격하려는 현재의 모습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권영세 최고위원은 28일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김용갑 의원이 특정 후보측을 겨냥해 친북 좌파적인 대북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고 색깔론을 편 것은 한나라당이 청산해야 할 구태중의 구태”라며 “색깔론 공격은 한나라당 안에서 어느 누구도 다시 재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당내 한 핵심 관계자는 “대북정책 수정안을 놓고 한나라당이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최종적으로 입장이 정리되면 정체성 논란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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