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호 경제]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2월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은 뒤 정 회장의 퇴진 투쟁을 전개 중인 전국농협노조가 지난 2일부터 농협중앙회의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농성단을 구성,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농협중앙회와 노조간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전국농협노조는 지난 달 30일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에서 ▲3억원 뇌물수수 농협중앙회장 퇴진 ▲농협중앙회의 노조활동 지배개입 중단 및 노조탄압 중단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농협노조는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대근 회장에 대한 퇴진 투쟁을 벌이자 중앙회측이 노조가 소속된 일부 농협에 지원됐던 무이자지원자금을 지난 3월부터 회수하는 등 노조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중앙회측의 노조 지배개입 움직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농협중앙회는 최근 노조를 상대로 정대근 회장 퇴진 서명운동, 시위 등 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고, 특히 노조간부가 소속된 농협 조합장을 사주해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까지 노조측으로부터 불거져 양측의 감정의 골은 깊어진 상태다.
정대근 회장은 지난해 5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측으로부터 양재동 농협 사옥부지를 싼값에 매각해 3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대검찰청에 의해 구속 기소됐는데, 이에 따라 노조는 정 회장 퇴진을 목표로 지난 2월부터 1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농협중앙회측은 ▲전체 농협의 공신력과 신용을 실추시키고 있고 ▲해당 농협이 전국농협노조 위원장을 잘못 지도하고 있다며 전국농협노조 위원장, 울산경남본부장, 울산경남본부 사무국장 소속 농협에 지원됐던 무이자지원자금을 회수했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여기에 노조는 무이자지원자금을 볼모로 울산경남지역에서 조합장을 사주해 울산경남본부 직무대행에 대한 사퇴를 종용하는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농협중앙회가 일말의 반성도 없이 농민에 대한 지원자금을 무기로 노조를 탄압하며 지배개입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중앙회측이 노조 위원장이 소속된 울산경남지역을 목표로 노조탄압을 하고 있다고 판단,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를 첫 대상으로 전국에서 가장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노조측의 단식농성과 농협중앙회 전무이사와의 면담을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노조와의 대화자체를 일체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노사간 대화는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3일엔 단식농성장에 창원 중부경찰서 병력이 투입, 일시에 아수라장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측이 일말의 반성도 없이 사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조탄압에 대한) 중앙회의 직접적인 공개사과와 관련자 처벌이 진행될 때까지 농성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측은 “정대근 현 회장이 1심에서 이미 무죄판결을 받았는데도 전국농협노조가 잘못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며 “특히 농협노조는 각 지역농협과 노사관계를 맺고있을 뿐, 농협중앙회와 대표 퇴진을 두고 논쟁을 벌일 관계가 아니”라고 지난 달 언론을 통해 언급하는 등 노조측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측은 “정 회장이 1심으로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옳지않다”면서 즉각 퇴진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는 까닭에 양측의 갈등은 전면전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월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에 대해 법원이 ‘특가법 적용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 현재 노조와 농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