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생각하면 그들이 밉지만 지진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일본이 밉지 않냐는 질문에는 "왜 안 밉겠나. 하지만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며 "일본 지진 희생자들에 대해 마음이 아픈 것은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고 답했다.
그는 "고베 대지진 때만해도 위안부가 부끄러운 줄 알고 시위에 나오지 않았지만 젊은이들이 시위하는 것을 보고 위안부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일본은 힘을 합하면 이번 재난에서 빠르게 복구될 수 있지만 우리의 상처는 복구되거나 낫지 않는다. 내가 당시 얼마나 아팠는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길 할머니는 일본 미야기현에 거주하는 유일한 위안부 피해자인 송신도 할머니가 실종된 사실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송 할머니를 빨리 찾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너무 엄청난 일이 일어나 할머니가 홀로 얼마나 외로워하겠냐"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나눔의 집'에서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옥선(84) 할머니도 "일본에 당한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지만 지진 소식을 듣고는 가슴이 아팠다"며 "일본이 밉긴 하지만 참 안됐다"고 말했다.
그는 "TV를 통해 일본 지진을 봤는데 너무 참담해서 할 말을 잃었다"며 "죽은 사람이 수만명이라는 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을지 불쌍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할머니는 1924년 일본군에 끌려가 중국에서 2년 넘게 위안부 생활을 하다가 광복과 함께 한국으로 건너왔다. 2009년에는 음식점 허드렛일을 하면서 평생 모은 돈 2000만원을 보은군민장학회에 기증해 감동을 주기도 했다.
박옥선(86) 할머니 역시 "지진 났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놀라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매우 안타깝고 일본이 힘내서 일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할머니는 1941년 18살의 어린 나이에 위안소로 끌려갔다가 해방에도 귀국하지 못하고 60여년간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지내다 2001년 시민단체 등의 도움으로 한국에 왔다. 그는 당시 방직공장에 취직하는 줄 알고 따라 나섰다가 뒤늦게 그곳이 일본군 위안소인 사실을 알았다.
한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추모집회를 열고 일본 대지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정대협은 1992년 1월부터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요시위를 해왔다. 지난 1995년 8월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시위를 취소한 것을 제외하고는 한 차례도 수요시위를 중단한 적이 없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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