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호 정치] 대선에 도전해 상대 후보와 한판 붙었지만 쓴잔을 마신 과거 대선후보들이 정치권에 또다시 얼굴을 드러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의 등장은 사실상 ‘정치적 컴백’으로 간주되고 있고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대통령 출마론’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지만, 정치전문가들은 이들이 기존의 정치권과 손을 잡으면서 ‘주고받기식’ 협상을 통해 ‘킹메이커’로 일정 부분 정치적 지분을 요구하며 복귀하는 것이라는 다소 신빙성이 높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왕년의 대선후보’로 최근 들어 정치권에 그 모습을 공개하고 있는 정치인은 이인제 의원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 두 사람의 등장에 정치권과 언론이 유별나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이인제 의원의 경우 범여권에 유력 대선후보가 없다는 점 때문으로 분석되며, 이회창 전 총재의 경우 한나라당 ‘빅2’간의 이전투구가 지속될 경우 당이 분열의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이인제 의원과, 1997년과 2002년 연거푸 대권 도전에 실패해 정치권을 훌쩍 떠났던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정치권에 또다시 발을 내딛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이인제 대망론 꿈꾸나
최근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좌편향 진보 인사’와 ‘국정 실패에 책임이 있는 인사’는 통합신당에 합류할 수 없다며 김근태ㆍ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등을 ‘박상천 살생부’에 올렸는데, 이 의원의 경우 이 두 가지 경우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은 박 대표와 이 의원 사이에 당복귀를 두고 ‘모종의 협약’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한다.어찌됐든 이인제 의원의 민주당 합류 과정에 ‘어떤 약속이 있었나 없었나’를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승부수가 승승장구 중인 한나라당의 대선행보에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가 정치권에서는 또다른 흥밋거리로 떠오르고 있고, 한나라당도 이를 의식한 듯 대변인 명의의 잇따른 논평을 통해 불쾌한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범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하지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범여권 한 핵심인사는 “이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함에 따라 호남권에 기반을 뒀던 민주당은 호남과 충청권을 잇는 서부벨트의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고건 전 총리의 경우 한때 호남과 충청을 연결하는 국민후보로 추대된 적이 있으나, 고건이 정계를 떠난 상황에서 충청권을 공략할 수 있는 마땅한 유력 정치인이 민주당에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 이런 상황에서 이인제 의원의 민주당 입당은 넓게 보면 범여권의 대선후보군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정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이 의원과 손을 다시 잡은 이상, 그가 중부권과 충청권 그리고 호남권 후보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민주당 안팎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정치적으로 파산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나라당에 맞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중도개혁이고 그 중심에 민주당이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인물론으로 따졌을 때 ‘이인제가 적임자’라는 의견도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인제, 적잖은 영향력 행사할까?
이인제 의원은 복당 배경과 관련, “중도개혁세력들이 대동단결해서 한나라당과 대응할 수 있는 정당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일부 정치전문가들도 그가 중도개혁 대통합정당을 건설하는데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그러나 박상천 대표가 ‘정동영, 김근태 등과는 함께 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이인제 의원은 “개인적으로 중도개혁주의라는 노선에 동의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곧바로 반론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향후 대통합 논의과정 속에서 양측이 별마찰없이 결과물을 끄집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이회창, ‘훈수’두고 정치권 재등장
이 전 총재는 이미 오래 전부터 ‘킹이냐, 킹 메이커냐’를 두고 정치권에서 복귀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는 점과, 공식석상에서 정치적 발언을 자주 피력했던터라 그의 정치권 재등장에 대해 정가가 깜짝 놀라는 분위기는 아니다.하지만 한나라당의 현 위기상황을 염두하면 이 전 총재의 등장은 뭔가 노림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실제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이 전 총재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중 어느 한쪽이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탈락하게 될 경우, 그 틈새를 노리고 대선 3수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 본격적인 검증 공방 속에서 어느 한 후보가 탈당을 하거나 경선에 불참할 경우, 이 전 총재의 ‘컴백’은 ‘이회창 대망론’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 한나라당 후보와 경쟁할 만한 상대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경우 연말대선의 변수는 한나라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6월 말께 어떻게든 ‘결판’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갈등의 근본적 해결이 어려워 당이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한나라당 한 소식통에 따르면, A후보측 인사들은 당분열 가능성을 수시로 언급하며 공공연히 상대 후보가 탈당하기를 기대하는 말을 외부에 흘리고 있고, 상대 후보가 끝까지 버틸 경우 더 확실한 네거티브를 통해 쓰러트릴 수밖에 없다는 게 A후보 캠프의 전반적인 분위기.이런 까닭에 당내부 인사들 사이에선 ‘올게 왔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이 전 총재의 최근 훈수는 나름대로 ‘기회’가 오면 ‘잡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이와 관련 청와대 비서실 한 관계자는 최근 “이 전 한나라당 총재가 최근 당 상황을 봐가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대선에 불참하겠다”는 이 전 총재의 선언과는 배치되는 대목이지만, 당내 기반이 넓은 이 전 총재가 한나라당의 현 위기를 절대 좌시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그 어느 때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모락모락 피어나는 이회창 대망론
상황이 이처럼 이회창 전 총재의 ‘대망론’으로 이어지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측에서는 보수진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전 총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팽팽한 신경전도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킹’으로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킹메이커’로 일정부분 역할과 의무를 이행해달라는 주문인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