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김시은 기자] “SK텔레콤의 부당함을 고발합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태국에서 열린 워크샵에 다녀왔는데, 사용하지도 않은 데이로밍요금 14만8400원 발생…확인해보니 자동업데이트가 3시간이나 진행됐다고 하네요. SK텔레콤에 연락했더니 정상적인 과금이라며, 말도 안 되는 이유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사용 차단해도 자동 업데이트 저절로 진행돼 원치 않은 요금 폭탄
“KT·LGU+와 달리 차단 복잡” vs “차단 설정 통신사 아닌 단말기마다 달라”스마트폰을 이용하는 SK텔레콤 해외로밍 고객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로밍을 신청하면 국내에서 휴대전화를 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는데 해외에 나갔다 들어오면 자신도 모르는 새 비싼 데이터 요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 이메일이나 앱 등 데이터를 사용한 적이 없는데도 자동 업데이트 기능이 작동하면서 데이터 요금이 부과돼 요금폭탄을 맞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요금폭탄을 받은 사람들이 늘어나자 대한변호사협회 공익소송특별위원회는 자동로밍 데이터 서비스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해 SK텔레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모르는 게 죄라면 죄?

지난달 20일 출범이후 한 달여만에 대한변호사협회에게 접수된 피해 사례는 70여건. 피해 사례는 대체로 비슷하다. 해외에서 데이터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과금이 부과돼 항의를 했지만 SK텔레콤은 정당한 과금이라며 요금을 부과해갔다는 게 주 내용이다.그런데 문제는 직접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아도 휴대폰은 알아서 수시로 이메일을 확인하며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데, 이걸 몰랐던 이용자들은 그대로 요금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피해를 주장한 황모씨의 사례처럼 사용차단을 했는데도 자동업데이트가 진행돼 원치 않은 요금이 부과되는 경우도 있다. 황씨는 SK텔레콤측에 사용내역을 공개해달라고 했지만 확인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이 보내온 청구서에도 사용내역은 표기돼 있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이통 3사중 SK텔레콤만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다른 이통사도 있었지만, 민원이 제기된 사례 대부분이 SK텔레콤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황씨 역시 ‘다른 이통사에 비해 SK텔레콤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피해사례가 많은 이유’로  “KT와 LGU+에 비해 SK텔레콤의 자동업데이트 기능 차단이 복잡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들었다. 황씨는 이러한 부분을 SK텔레콤에게 강력하게 항의했고 결국 과금된 요금의 절반정도를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물론 SK텔레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로밍시 자동업데이트 차단 방법이 통신사마다 다르게 설정되어 있지도 않을뿐더러 고지도 정확히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차단설정은 통신사가 아닌 단말기마다 다르게 되어있다는 항변이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폰 이용자가 뉴스나 날씨 등의 ‘자동 업데이트 기능’을 꺼두려면 ‘E-mail 어플 구동-메뉴-새로고침-메시지 작성-계정-계정설정-이메일 확인빈도-자동(푸쉬)-안함’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아이폰 이용자는 ‘설정 메뉴-Mail, 연락처, 캘린더-데이터 업데이트-푸시 비활성화’로 보다 간단하게 차단설정을 할 수 있다. 즉, KT 이용자들은 아이폰을, SK텔레콤 이용자들은 안드로이드폰을 단말기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SK텔레콤 이용자들이 ‘자동업데이트 기능 차단’이 복잡하게 되어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통 3사중 SK텔레콤만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SK텔레콤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으니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설명부족이냐, 고의적 요금폭탄이냐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걱정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자동업데이트에 대한 SK텔레콤의 ‘설명부족’ 내지는 ‘고의적인 요금폭탄’이 있었던 건 아닌가하는 점이다. 70여명의 피해자들은 대체로 ‘SK텔레콤의 무책임함’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협 공익소송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이메일 자동업데이트 기능을 켜둔 상태로 스마트폰을 소지한 채 해외에 간 경우 비록 해외에서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데이터로밍기능이 작동해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의 데이터로밍 요금이 부과될 수 있는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 SK텔레콤이 이러한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은 이러한 부분을 스마트폰 내에 ‘팝업창’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고 했지만, 팝업창의 경우 액정화면에서 사라지면 그만이다. 더 이상의 공지도 없을뿐더러 팝업창은 SMS메시지와 달리 따로 저장되는 것도 아니어서 일회성에 불과하다. 자동업데이트 차단에 대한 지식이 없는 고객들은 그대로 요금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소송을 맡기로 한 최정민 변호사도 이 부분에 주의를 해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정민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부당한 데이터 요금이 문제가 됐지만, 금액은 작고 소송이 복잡해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소송 엄두를 내지 못하는 소액 피해자들을 위해 상징적인 의미로 공익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앞으로도 피해사례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한편, 기본적으로 데이터 요금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려면 ‘데이터로밍차단’이나 ‘3G차단’을 해야 된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데이터로밍사용법에 대한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초부턴 고객들이 자신의 사용 계획에 맞게 안심하고 로밍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로밍월상한’ 서비스나 ‘데이터무조건차단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불거졌던 문제인 만큼 충분히 고지를 하고 차선책을 마련해 개선해나가고 있는 중”며 “우리뿐 아니라 모든 통신사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