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에 투자하는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펀드’가 급성장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자산운용업계도 일부 ‘착한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재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ESG 투자의 정의나 분류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아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ESG 펀드는 총 26종으로 최근 1년 새 평균 수익률은 11%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과 ESG평가기관, 자산운용업계 등을 중심으로 ESG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들 펀드의 운용 순자산은 총 2897억원으로, 국내주식형 펀드 운용 순자산(61조원)의 0.47% 수준에 그친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 비해 크게 뒤쳐지는 규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ESG자산규모는 지난달 기준 4666억 달러(약 502조원)를 기록하고 있다. ESG펀드는 지난 2015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2016년(10.9%)부터 현재까지 두자릿 수 성장을 보이고 있다.
ESG 투자는 시장 수익률을 넘나드는 성과도 내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최근 5년간 ‘MSCI 신흥시장 ESG 지수’는 대표 지수인 ‘MSCI 신흥시장 지수’보다 평균 1.36%포인트 높은 성과를 냈다.
특히 연기금의 ESG 투자확대가 눈에 띈다.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공적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ESG 투자개념을 도입하고, 운용비용 절감과 자산운용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의 공적연금 GPIF도 지난해 7월 1조엔(약 10조원)을 자국 기업 대상 ESG 투자에 배정했다.
전문가들은 기업활동 및 자산운용에 있어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국제적 여론이 꾸준히 확산됨에 따라 ESG펀드 업계의 성장세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특히 ESG 투자의 정의나 분류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아 투자자의 혼란도 발생하고 일부 운용사들이 ESG의 인기를 활용한 과장된 마케팅까지 더해져 투자자들의 펀드 선택에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개별 펀드마다 천차만별인 수익률도 투자자들의 선택을 제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ESG 투자 확대가 기업의 가치증대에 기여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으나 실제 주가수익률이나 채권수익률에 대한 영향은 실증연구마다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결국 ESG펀드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ESG의 핵심인 비재무적 요인에 대한 고려가 최종적으로 재무적 성과로 실현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른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주식팀장은 "국내 ESG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기업의 ESG 관련 공시를 강화하고 ESG 등급 부여의 객관성·실효성을 높이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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