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측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인력을 지점에 투입하는 등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 고객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고객 이탈, 브랜드 가치의 하락 등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총파업이 성과급제 도입에 반대하는 금융산업노조와 SC제일은행 사측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데다, 파업의 불똥이 자칫 임단협을 앞둔 금융권 전반으로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은행가도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정부 출범 이후 수세를 면치 못하던 전국금융산업 노조는 이번 SC제일은행 총파업을 동력으로 삼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비롯해 금융산업의 지형을 뒤바꿀 주요 이슈의 주도권도 되찾아오겠다는 계획이어서, 이번 파업은 올해 금융권 노사관계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은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SC제일은행 사측이) 공식적으로 협상안을 전달하기도 전에 전 사원과 언론에 일방적으로 자료를 배포한 것은 파업의 책임을 노조에 돌리려는 의도"라며 "사측이 협상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고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SC제일은행이 성과급을 도입할 경우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금융노조 차원의 연대투쟁을 검토 중이다. 금융 노조 관계자는 "정상적인 협상 절차를 무시한 것은 노동조합을 기만하는 태도"라며 "성과주의 임금체제 개편 저지를 위한 연대투쟁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SC제일은행 사측은 지난 24일 일부 언론과 직원들을 상대로 ▲성과급제 도입을 위한 특별팀(TFT) 구성 ▲임금 2% 인상 ▲특별상여금 지급 등의 내용이 포함된 협상안을 배포했다.
그러나 노조는 성과급 연봉제 도입을 전제로 한 사측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총파업을 결의했다. 노조는 파업이 장기화될 것을 염두에 두고 상당한 '실탄'도 확보했다. 기존 적립금 32억원은 물론, 조합원들이 모은 13억원의 특별기금을 비롯한 투쟁 자금을 확보하고 사측과 지루한 참호전에 대비하고 있다.
SC제일은행측은 요지부동이다. 사측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계가 보수적이어서 성과급 연봉제 도입이 늦었을 뿐, 다른 업종에서는 이미 도입해 정착된 상황"이라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노동조합에 파격적인 수정안까지 제시했는데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측은 파업이 장기간 지속되더라도 비노조 조합원과 임시직 근로자를 동원해 400개의 점포 영업을 정상적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20~30대 젊은 행원들도 사측의 성과급 연봉제 도입 움직임에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어, 이번 총파업은 사측의 양보없이는 단기간에 끝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노동조합은 성과급 연봉제 도입은 조합원들을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 경쟁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며 성과급, 후선 발령제 등에 강한 반발을 보여왔다. 특히 사측의 고액 배당, 부동산 매각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한국시장 철수설'을 흘리는 등 사생결단의 각오를 보이고 있다.
SC제일은행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는 지난 2004년 6월 옛 한미은행(현 씨티은행) 파업 이후 7년 만이다. SC제일은행 노사의 극한 대치로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 소비자가 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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