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관계 벗어던지고 한발씩 양보하며 ‘공식 연대’ 가시화…제3지대 신당으로 한나라당을 잡아라!
노 대통령 ‘열우당’ 포기, 김 전 대통령 ‘민주당’ 포기
대선 레이스 양대 사령관으로 등극, 대통합에 ‘적극적’
[155호 정치] 범여권의 ‘정권재창출’ 작업과 맞물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치권 내에서는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사수의사를 계속 고집하지 않고, 김 전 대통령이 ‘훈수정치’를 통해 범여권의 대통합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정권재창출이라는 통일된 목표를 위해 전ㆍ현직 대통령이 한마음 한뜻으로 ‘연대’를 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두 사람의 관계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를 걸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분열구도와 낡은 정치에 대한 ‘개혁’을 내걸고 민주당을 탈당, ‘민주당의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들었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민주당을 극심한 분열 상태에 빠지게 했다. 민주당과 호남을 배신(?)했다는 정치적 의미를 던져줬던 셈이다.노 대통령은 또 대북정책과 관련, ‘국민의 정부’의 자랑이었던 ‘자주권’ 및 ‘자주외교’와 어긋난 행보를 보여 김 전 대통령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에 부대를 파병하라고 지시한 것은 그 대표적 예다.김 전 대통령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정책 계승자’임을 자처했던 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의중과 달리, “김 전 대통령도 예외일 순 없다”는 진보세력의 논리와 주장대로 대북송금 특검을 도입해 국민의 정부 시절 대북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김 전 대통령의 측근(박지원 등)들은 결국 감옥에 들어갔고 노 대통령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배신감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크고 깊었을 것이 분명하다.정치권에서는 두 전ㆍ현직 대통령의 관계가 묘한 대립각을 형성하면서 “두 사람은 도무지 가까워질래야 가까워질 수 없다”는 결론까지 내린 상태로 치달았다.‘갈등 속’ 놓았던 손, ‘위기 속’ 다시 맞잡아
참여정부 출범 이후 4년, 두 사람은 ‘노선’과 ‘가치’가 비슷했음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트러블을 겪으면서 약속이나 한 듯 서로의 손을 놓아버렸던 것이다.
거침없이 ‘양보’, 신당 창당 가속도 붙어
김 전 대통령은 지난 6월13일 남북정상회담 7주년을 맞아 SBS와 가진 대담에서 “현 대통령은 민주당이 중심이 돼 당선시킨 대통령이다. 민주당 중심으로 다음 후보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고 언급, 통합의 중심은 민주당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김 전 대통령 ‘훈수정치’로 범여권 좌지우지
김 전 대통령은 ‘훈수 정치’와 관련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내가 제일 정치를 오래한 사람이고 대통령까지 했으니까 소위 원로의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니 선배로서 후배에게 훈수하는 것”이라며 “내 이야기는 국민이 희망하니 여권이 하나로 뭉쳐라, 야당은 하나로 돼 있으니까 1대1로 해라. 국민이 바라는 것은 이것”이라고 말했다.어찌됐든 정리를 하자면, 김 전 대통령 ‘훈수’의 핵심은 “무조건 대통합하라”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 범여권 인사들과 잦은 접촉을 통해 범여권 대통합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훈수를 조금 쉽게 풀이하자면 ‘우리당을 계승하는 신당’을 주장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는 또 민주당이 그동안 고집해왔던 ‘친노배제론’을 접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도 제3지대 창당을 위해 일부 친노 의원도 탈당 대열에 동참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서갑원 의원과 김형주 조경태 등 친노 직계 의원들은 지난 24일 ‘대통합’을 외치며 우리당을 탈당했는데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전혀 반발하지 않았다. 친노세력의 대표주자인 유시민 전 장관도 대통합 참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물’에 노무현 대통령도 ‘선물’로 화답한 셈이다.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우리당은 이제 확실히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급기야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 의원마저 25일 탈당해 박상천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사실상 존립 위기에 처하게 됐는데 김 의원의 탈당은 김 전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DJ 선물에 盧 대통령도 ‘선물’ 공세?
김 전 대통령의 ‘의중’이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바꿔 말하면 전ㆍ현직 대통령이 사실상 대통합 신당 창당 작업에 주도적 역할로 나서면서 올 대선을 당대당(1대1) 구도로 치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놨다는 것이다.결국 두 사람의 바람대로 오는 8월5일 ‘제3지대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가칭)’이 공식적으로 창당하게 되는데, 여기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관여했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김한길 통합민주당 대표와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핵심적 역할을 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도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다. 열린우리당 강경 사수파로 알려졌던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은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대통합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합신당이 순조롭게 진행돼서 다행”이라며 “대통합신당이 국민이 보기에 이만하면 됐다하는 수준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어 “당대당통합 위해 대통합신당 관계자들과 공식적인 접촉을 준비할 것”이라며 “준비와 진행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해갈 것”이라고 말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