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수주 비리, 건산법 위반 사실로...
검찰, 100억이상 오간 건설 재개발 수주 비리 확보
[155호 경제] 주택건설사들의 재개발 수주 비리는 끊을 수 없는 것인가? 주택건설사들이 재개발사업 수주시 사업장에 뇌물성 자금을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검찰에 의해 속속 들어나는 등 재개발 비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A건설이 전국 주요 재개발 사업장에서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건넨 뇌물성 자금의 규모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B건설은 같은 날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정비사업 조합장 등에 수억원의 금품 로비를 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이 회사 전 주택사업본부장 박 모(51) 전무와 이 회사 전 성북사업소장 조모(47)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재개발 사업 수주 비리는 A·B 건설외에 현재 1군 업체 3~4개사가 경찰 또는 검찰의 조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개발 수주비리는 사업추진을 둘러싼 건설사와 도시정비업체 간 ‘검은 돈’ 부패 고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A건설, 24개 도시정비업체에 100억원 넘는 뇌물성 자금 건네
대구지검에 따르면 지난 26일 재개발 수주비리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A건설이 뇌물성 자금을 건넨 도시정비업체가 24개에 이르며 지역적으로는 대구를 비롯해 서울, 부산, 대전, 울산, 원주 등 전국 주요 도시가 망라돼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회사 측은 대여금, 용역비 등의 형태로 한 개 도시정비업체에 많게는 24억여원의 돈을 줬으며 결과적으로 A건설이 해당 사업지의 시공사로 선정돼 이 돈이 뇌물성 자금으로 판단된다고 덧 붙였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도시정비업체 대표 C씨는 A건설로부터 2차례에 걸쳐 수수한 6억원 중 상당액을 자신의 승용차 구입과 개인채무 변제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또 다른 정비업체 대표 D씨는 주택구입 등에 수수한 돈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도시정비업체의 경우 특정 건설사로부터 직접 금품을 받을 경우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을 감안, 위장 계열사를 설립해 시공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신종 수법을 시도한 경우도 있었다.
정비업체 등록요건 강화 등 대책 필요
4개월여 동안 이 사건을 수사한 대구지검은 이 같은 시공사와의 부패 고리가 도시정비업체의 영세성과 당국의 관리감독 부족 등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도시정비업체는 재개발 또는 재건축 초기 사업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담이 시공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지검은 이와 관련, 초기 사업자금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탄탄한 재정능력을 가진 업체에 한해 정비업체로 등록할 수 있도록 자본금 5억원 이상으로 규정된 현행 등록요건을 강화할 것을 제시했다. 또 해당 지자체가 정비업체의 등록 요건을 정밀 심사하고 미비할 경우 등록을 취소하는 등 사전 운영실태를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시공사의 경우 시공권 수주가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의 룰’을 위반해 특혜를 주고 부패 고리를 형성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조합원과 일반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B 건설 재개발 비리 건설사 간부 등 사전영장
조합장ㆍ정비업체에 6억9천 뇌물공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서범정 부장검사)도 지난 26일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정비사업 조합장 등에 수억원의 금품 로비를 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B 건설 전 주택사업본부장 박모(51) 전무와 이 회사 전 성북사업소장 조모(47)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무(당시 상무) 등은 지난 2005년 10월~12월 서울 성북구 길음 8구역 정비사업조합장 정모(65.구속기소)씨에게 조합장 선거 비용 1억5천만원 상당을 우회적인 방법으로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조합장 선거 비용 등으로 건네이들은 또 2004년 10월~2005년 3월 같은 구 장위 1ㆍ3 재개발 구역에 대한 정비 사업체 대표들에게 해당 구역의 공사를 B 건설이 맡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5억4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 중앙지검 관계자는 “(조합 등에 부당하게) 지급된 돈은 모두 사업 간접비로 계산, 해당 지역에 입주하는 조합원의 피해로 이어진다”며 “여러 가지를 참작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B건설,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기소 검토
검찰은 B건설 법인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은 재개발 사업 시공 등을 위해 이해 관계인에게 부정한 금품을 제공하면 액수에 따라 건설교통부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게 돼 있다. 1억 원 이상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되면 해당 건설사는 8개월 간 신규로 수주를 할 수 없다.
한편 A·B건설사와는 별도로 S건설과 I건설도 수주와 관련된 비리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정확한 정황은 두고 봐야 알겠지만 언론보도 등를 종합해 보면 건산법을 위반해 영업정지를 당하는 건설사가 연말정도 나오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