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메디컬투데이】황토팩 중금속 논란이 제2의 만두파동으로 재현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KBS가 후속보도를 예고한 가운데 보건당국의 황토팩 실태조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그 결과에 따라 황토업계의 생존이 결정될 전망이다. 문제는 방송이후 황토팩 환불요구가 빗발치면서 급기야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져 ‘제2의 만두파동’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논란만 가열...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화장품의 중금속 논란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중국에서 SKⅡ 제품의 중금속 검출이 문제시 됐고, 이보다 앞서 2001년에는 미신고된 수입업체의 석고팩에서 중금속이 검출돼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었다.
지난달 초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은 시판중인 황토팩에서 납, 비소 등 중금속이 검출됐고 쇳가루마저 발견됐다고 고발했다. 한 마디로 황토팩을 즐겨 사용했던 소비자들은 중금속과 쇳가루를 얼굴에 펴발랐다는 것이다. 사실 황토가 토양이기 때문에 중금속, 철을 함유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국립환경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330여개 지역의 납 평균값은 대략 4.6ppm이었다. 오염되지 않은 지역이더라도 약 5.4ppm의 납이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6.7ppm 정도가 검출된데 비하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일부 황토팩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이 검출됐을 뿐 아니라 유독물질인 비소, 크롬도 발견됐다. 또 몇 제품은 자석을 대면 거무스름한 철 성분이 달라붙었다. 한국농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이승헌 차장은 “흙 속에 있는 철은 자석에 붙지 않고 산화철만 자석에 붙는다”며 “공기중에 있는 먼지에도 철 성분이 있어 자성을 띈다”고 말했다. 토양은 양이온과 흡착하는 성질이 있어 양이온으로 존재하는 중금속과 흡착한다는 것이다. 황토팩, 머드팩이 생긴 것도 황사 등으로 얼굴 표면에 남은 중금속을 없애기 위해 중금속과 흡착하는 황토의 능력을 이용했다는 말이다.◇충격적인 보도...황토팩 안전성은 뒷전= 무엇보다도 황토팩의 중금속 검출사건은 황토화장품을 비롯해 황토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이어지고 있다. 건강에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젠 중금속 범벅이라니 소비자로서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GS홈쇼핑 등에서 황토팩을 구입했던 소비자 중 일부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어 제조업소 및 판매업소를 상대로 반품 및 환불을 요구하고 단체소송도 검토중이다. 식약청의 발표결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황토팩 산업 무너질까= 이번 사건으로 황토업계가 위축된데 이어 황토팩 산업은 씻을 수 없는 타격을 받았다. 참토원 김석찬 부장은 “방송 이후 거래처가 다 끊기고 받을 돈도 모두 동결된 상태”라며 “식약청의 발표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업체들만 죽어나갈 뿐이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로서 아직 인체 위해성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중금속과 쇳가루가 발견된 황토팩을 계속 사용할리 만무한 것이다. 대량 리콜요청이 들어왔고 업체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쓰레기 만두 사건과 1989년 공업용 우지파동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사회적인 문제로 번졌다. 한 사업자는 자살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몰렸었고, 삼양라면은 농심에게 1위 자리를 물려줄 수밖에 없었다. 이승헌 차장은 “일반 국민들은 당연히 황토팩을 화장품으로 생각하는 만큼 법이 못 따라가고 있어 이 같은 일이 생긴 것”이라며 “법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문제를 업체 폐쇄, 개인보상 등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황토팩이 원료기준을 적용해 납 50ppm으로 관리되는 만큼 식약청의 조사결과는 일단 현행법에 따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장품 기준인 20ppm은 당장 적용할 수 없으므로 사회적으로 여론을 모아 예산을 편성해 연구용역 등으로 기준규격을 개선해야 차후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특히 제품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황토를 헐값에 구하고 품질관리에 게을렀던 점을 파악하고, 일찍이 제조업체들이 이런 미비점을 알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윤주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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