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행정6부(부장판사 임종헌)는 삼성생명이 "법인세 등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등 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삼성생명처럼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법인이 상장시한까지 주식을 상장하지 못했더라도 그 원인이 해당 법인에게 있지 않다면 법인세를 과세할 수 없다"며 "그러므로 삼성생명에 대해 내려진 법인세 995억원과 방위세 248억원 부과처분을 취소해야한다"고 판시했다.
또 "국세청은 삼성생명이 삼성그룹 경영권 문제 등을 이유로 시한까지 상장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부당한 제도적 장애 때문에 상장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1989년 당시 재무부장관은 "생명보험사의 상장에는 현행법상 제한규정이 없으므로 요건을 갖출 경우 상장이 가능하다"며 삼성생명의 주식시장 상장을 허용했다.
그러나 상장을 약속했던 정부는 이후 '생명보험 자신의 소유주가 주주가 아닌 보험계약자인 점' '외환위기로 증권시장이 위기상황에 빠진 점' 등을 이유로 삼성생명의 상장을 차일피일 미뤘다.
2000년 8월에는 신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생명보험사 상장이익을 보험계약자에게 주식배당 형태로 지급하는 것은 정치적인 해결책"이라며 기존 정부 방침을 뒤집기까지 했다.
결국 삼성생명은 조세특례제한법이 정한 상장시한인 2003년말까지 상장하지 못했고, 국세청은 2004년 1월 '상장시한 내에 상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990년 재평가차액을 근거로 법인세 등 1244억여원을 부과했다.
이에 삼성생명은 2005년 7월 "자신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유로 상장하지 못했을 뿐이므로 세금 부과처분은 위법"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상장시한이 수차례에 걸쳐 14년 가까이 연장됐고, 삼성생명이 여러 상황을 고려해 스스로 주식을 상장하지 않기로 선택한 측면이 있다"며 "이 사건 세금부과처분에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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