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계약서의 ‘이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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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계약서의 ‘이면’에는…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7.11.23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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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말이 맞나?”…김경준씨 측 ‘BBK 이면계약서 원본’ 제출…검찰 진위 감정 ‘본격화’

이면 계약서 원본에 이명박 ‘BBK 주식 매도인’ 등장
李 “회사 소유 할 수 있지만…” 묘한 발언 배경 주목

[매일일보닷컴] 아들을 구하기 위해 마침내 어머니까지 등장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김경준씨의 어머니까지 귀국한 것. 김경준씨 송환 6일 만의 일이다. BBK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김경준씨의 어머니 김영애(71)씨는 지난 23일 오전 LA발 KE016편을 이용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후보가 BBK 소유주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원본으로 갖고 있다.”

김영애씨는 곧바로 오재원 변호사와 함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투자자문사 BBK의 실소유주’라는 내용의 이른바 김씨 측의 ‘이면계약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면계약’이란 동일한 계약관계에 대해 서로 상이한 다른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본계약이 있는데 그 내용과 별개의 다른 내용으로 또다시 계약을 맺는 것.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최재경 부장검사)는 이 문서 속 ‘친필 사인’과 ‘인감도장’ 등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한 정밀 감정에 들어간 상태다. 이와 관련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인사들은 “진실은 이명박 후보 본인이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명박 후보도 한글 이면계약서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김경준씨의 어머니 김영애(71)씨는 지난 23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이명박 후보가 BBK 소유주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원본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강재섭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언론을 통해 공개된 김씨 측이 검찰에 제출한 원본 자료는 △지난 2000년 2월21일 작성된 것으로 돼 있는 한글판(한글계약서) 1건과 △2001년 2월21일자로 작성된 영문판(영문계약서) 3건이다. 한글계약서에는 김경준씨와 이명박 후보의 ‘도장’이 찍혀 있고, 영문계약서에는 두 사람을 포함해 각가 3~5명의 영문 서명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글 계약서는 16절지 2장 분량으로 ‘주식매매 계약서’다. 이 계약서에는 매도인이 ‘이명박’으로, 매수인이 ‘LKeBank 대표이사 김경준’으로 돼 있다. “이명박이 보유한 BBK 투자자문 주식회사의 주식 61만주를 49억9천999만5천원에 김경준에게 판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BBK투자자문 소유주가 사실상 이명박 후보라는 것이다.영문 계약서는 총 50장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이명박과 김경준씨, AM파파스가 맺은 ‘주식구매 계약서’ △이명박, 김경준씨, 에리카김, 크리스토퍼 김(‘크리스토퍼 김’은 김경준씨가 eBK 설립과정에서 이사로 등재한 유령 인물로 알려져 있다)과 LKe뱅크가 맺은 ‘주식매매 계약서’ △이명박, 김경준, LKe뱅크가 맺은 ‘주식청약 계약서’ 등의 내용이 있다.어찌됐든 김경준씨 측이 주장하는 ‘이면계약서’가 언론을 통해 공개됨에 따라 세인의 관심은 “(도대체) 누구의 주장이 맞느냐”로 쏠리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의 연루 의혹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의 공방도 치열하다. 한나라당은 김씨 측이 내놓은 ‘한글계약서’의 존재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계약서는 “100% 위조”라는 것이다. 이에 질세라 김씨의 어머니 김영애씨는 “추가자료도 갖고 왔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 BBK 투자자문 소유주는 이명박(?) = 일단 김경준씨 측이 공개한 한글 계약서, 그러니까 ‘주식매매 계약서’를 보자. 여기엔 ‘매도인(을) 이명박’, ‘매수인(갑) LKeBank 대표이사 김경준’으로 명시돼 있다.

계약서를 들여다보면 “본 계약은 갑과 을 간에 을이 보유한 BBK투자자문의 주식 61만주의 매수ㆍ매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계약을 체결한다”면서 “주식 61만주의 매도 금액은 49억9천999만5천원”으로 돼 있다. 계약서 내용이 만약 ‘사실’일 경우, 매도인(을) 이명박 후보가 BBK주식을 거의 전량 보유했다는 쪽으로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다시 말해 이 계약서가 진본이라면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김경준씨 측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는 것이다.그러나 이명박 후보 측은 “이 후보는 당시 BBK 주식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면서 “매도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이 후보 측이 이 같이 주장하는 근거는 김경준씨가 남대문세무소에 신고한 ‘주식 등 변동상황명세서’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2000년 5월9일 이전까지는 이캐피탈이 BBK 전체 주식의 98.36%인 60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게 한나라당의 반박이다. BBK 주식의 진짜 소유자는 이캐피탈 당시 대표인 홍종국씨라는 것. BBK대책 총괄책임자인 홍준표 당 클린위원장은 “홍종국씨아 김경준씨는 잘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명박 후보가 주식을 팔았다면 결국 남의 주식을 매각했다는 얘기라는 게 홍 위원장의 설명이다. 결국 홍종국씨와 이명박 후보, 김경준씨와의 관계를 규명한 뒤, 논란이 되고 있는 BBK 주식의 실소유자가 누구인지를 풀어야 하는 게 검찰의 첫 번째 숙제가 된 셈이다.

▲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기자실에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고승덕 변호사가 ‘한글 이면계약서 문건에 날인된 도장은 이명박 후보의 인감이 아니다’라는 증거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이명박 후보의 인감도장(위)과 이면계약서에 찍힌 도장.
◇ 한글 계약서 내 이명박 ‘도장’은 진짜(?) = 김씨 측이 공개한 한글 계약서는 ‘계약 작성 일자’가 2000년 2월21일로 돼 있고,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의 도장이 각각 찍혀 있다. 두 사람이 이 계약을 했던 2월21일은 LKe뱅크를 창립한 2월18일 직후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대목은 이명박 후보의 ‘도장’이 진짜냐는 것.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은 “한국어로 된 것(계약서)은 진짜 도장이 찍혀 있다. 진본이다”는 입장이고, 홍준표 당 클린위원장은 “이명박의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김경준 전 BBK 대표의 누나 에리카 김은 지난 22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전화인터뷰를 통해 ‘계약서상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당시 BBK를 실제로 소유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내용이 직접적으로 표현이 돼 있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한 뒤 “한국어로 된 것(계약서)은 진짜 도장이 찍혀 있어서 감정하거나 제3자가 봤을 때 모두 진본이라고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민주신당 김종률 부대표는 지난 23일 국회본청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소위 한글로 된 이면계약서가 존재하느냐, 그 내용이 사실이냐에 대한 세간의 관삼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것을 급히 만든 위조계약서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명박 후보의 혐의를 입증하는 정황자료, 근거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면서 “이명박 후보의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는 움직일 수 없는, 회필할 수 없는 범죄혐의로 굳어져가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또 “한나라당이 급히 만들었다는 이 한글 계약서도 이명박 후보의 의사에 의해 작성됐고, 그것에 날인된 도장이 개인인감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갖고 있다”면서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일축했다.이에 대해 한나라당 홍준표 당 클린위원장은 “문제의 계약서에 찍힌 도장은 이 후보의 것이 아니며, 100% 위조”라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지난 23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 “(한글계약서의 도장은) 정관계약서에 찍힌 이명박 후보의 인감도장과는 다른 도장”이라면서 “LKe뱅크 설립 무렵 작성된 당시 계약서들은 서명날인이 돼 있는데 지난 2000년 작성된 한글계약서에는 도장만 찍혀 있다”고 지적했다. 친필 서명이 없는 것은 위조 의혹의 방증이라는 주장이다. 홍준표 위원장에 따르면, 김씨 측의 한글계약서는 김씨의 송환에 이용할 목적으로 문서를 급히 만들었고 이런 까닭에 서명 날인도 없고, 인감 도장 또한 이 후보의 것이 아닌 이상한 도장을 찍어 진본이라고 김씨 측이 주장하고 있다는 것.특히 한나라당의 주장에 따르면 한글 계약서가 작성된 2000년 2월에서 2개월 후인 2000년 4월께 이명박 후보는 인감 도장을 분실했고 4월24일 이후 새로운 인감 도장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문제의 한글계약서에 사용된 도장은 이 후보가 도장을 분실한 4월 이전까지 사용한 도장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도장의 진위여부를 놓고 벌이는 양측의 진실공방. BBK 김경준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풀어야 할 2번째 핵심 포인트다.

◇3개 영문계약서 논란 = 김씨 측은 한글계약서와 함께 2001년 2월21일 작성된 총 50장 분량의 영문 계약서도 공개했다.

계약서에는 △이명박과 김경준씨, AM파파스가 맺은 ‘주식구매 계약서’ △이명박, 김경준씨, 에리카김, 크리스토퍼 김과 LKe뱅크가 맺은 ‘주식매매 계약서’ △이명박, 김경준, LKe뱅크가 맺은 ‘주식청약 계약서’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이와 관련 김경준씨의 부인인 이보라씨는 지난 21일(한국시각) 기자회견에서 “한글 계약서는 이 후보가 BBK를 소유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언급한 뒤 “영문계약서는 이뱅크증권중개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LKe뱅크와 BBK, 이뱅크증권중개 등을 분리시켜 금융감독원의 증권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 3개의 계약서를 따로따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는 “주주들이 ‘사이드 어그리먼트’를 맺어 결론적으로 증권회사의 모든 주식을 이명박 후보의 LKe뱅크로 되돌리는 서류”라며 “세 계약서들에 이 후보의 친필 사인이 돼 있다”고도 주장했다.이에 대해 홍준표 의원은 “3건의 영문 계약서에는 BBK라는 말이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LKe뱅크가 BBK지주회사가 된다는 주장도 허위”라면서 “LKe뱅크가 BBK 지분을 소유한다는 약정은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했다.

◇ 李 “회사를 소유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지난 23일 BBK가 자신의 소유임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된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회사를 소유하는 것을 할 수는 있지만 안한 것을 했다고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분명한 이야기를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한다”고 말해 자신과 BBK 주가조작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강조했지만, “회사를 소유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BBK와 관련해) 나는 한 줌의 부끄러움이 없다”고 강조한 뒤 검찰을 향해서는 “무엇보다 주가조작이나 BBK 소유 문제는 검찰이 조사가 끝나는 대로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서 사실은 아주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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