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민간인 수사원’ 사칭한 20대 男, 경찰에 구속된 까닭은…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원이라고 속인 뒤 여성 협박해 목표(?) 달성
알고 보니 피해자도 성매매 여성…경찰에 진실 폭로해 범인 검거
[매일일보닷컴] “긴 생머리에 빨간 원피스, 그리고 갈색 부츠 신고 있어요. 빨리 오세요.” 여자의 통화가 끝났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여자 앞에 한 남자가 몰고 온 흰색 코란도 한대가 멈춰 섰다. 여자는 차에 올라탔고, 차는 또 다시 달렸다. 그렇게 또 몇 분, 차 안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주위는 어두웠고, 인적도 드물었다. 여자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차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지난해 11월 초 A씨(25 ∙ 여)는 한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접속했다. 자신의 몸을 살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채팅사이트에 로그인한 그녀는 채팅방을 만들어 놓고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그 때 채팅방에 입장한 B씨(27 ∙ 남). 그는 들어오자마자 그녀의 조건을 물었다. 얼마에 자신을 팔기 원하냐는 소리다. 같은 인천지역에 살고 있던 그들의 거래는 쉽게 이루어졌고, 둘은 곧바로 만나 ‘거사(?)’를 치르기로 했다.접선장소는 인천 연수동의 한 편의점 앞. 먼저 도착한 A씨는 발신자표시제한으로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B씨였다. 약속장소에 거의 다 왔다는 것이다. A씨는 휴대폰 너머의 B씨에게 자신이 입고 있는 옷차림을 알려줘 자신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윽고 B씨가 탄 흰색 코란도 차량이 도착했고, A씨는 익숙하게, 또 아무렇지도 않게 낯선 남자의 차에 올라탔다. ‘남자는 일정액의 돈을 주고, 또 여자는 그 돈을 받고 그 남자와 성관계를 맺겠다’는 ‘조건’을 가지고 만난 사람답게 A씨는 B씨를 만나자마자 돈부터 요구했다. 남자가 관계를 맺고 돈을 지불하지 않은 채 도망갈 것을 우려해서였다. A씨가 성매매비용 지불을 재촉하자 B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자신은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소속의 ‘민간인 수사원’이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A씨를 협박한 것. 본지 취재결과, 사이버수사대에 ‘민간인 수사원’ 직책은 없었다.B씨는 A씨에게 겁을 주기 위해 차를 몰고 인천 연수경찰서 앞까지 갔다. 이에 A씨는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하겠다”면서 “제발 신고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울면서 애원했다.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A씨의 말에 B씨는 차를 인천 해안도로로 몰기 시작했다.수사원이라는 말에 속아 “신고하지 말라” 애걸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향하고 있었다. 뻥 뚫린 해안도로는 시간이 시간인지라 행인은 물론 지나다니는 차도 많지 않았다.성매매 단속중 감춰졌던 범행 들통나
그렇다면 B씨의 범행행각은 어떻게 세상에 드러나게 됐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이후로도 성매매 행위를 계속해오던 A씨의 성매매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기 때문이었다.지난 1월, 인천지역 성매매 업소를 집중단속하던 인천지방경찰청 여경기동대는 인천의 한 맛사지업소에서 일하던 A씨를 만나게 됐고, 조사를 받던 A씨가 “이 기회에 다 말해버리겠다”며 B씨에 얽힌 사건을 밝힌 것.
여경기동대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B씨의 소재파악에 나섰고, 결국 B씨는 지난 17일 경찰에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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