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수사대 사칭 ‘성폭행범’ 활개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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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수사대 사칭 ‘성폭행범’ 활개 쳤다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8.02.22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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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민간인 수사원’ 사칭한 20대 男, 경찰에 구속된 까닭은…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원이라고 속인 뒤 여성 협박해 목표(?) 달성
알고 보니 피해자도 성매매 여성…경찰에 진실 폭로해 범인 검거

[매일일보닷컴] “긴 생머리에 빨간 원피스, 그리고 갈색 부츠 신고 있어요. 빨리 오세요.” 여자의 통화가 끝났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여자 앞에 한 남자가 몰고 온 흰색 코란도 한대가 멈춰 섰다. 여자는 차에 올라탔고, 차는 또 다시 달렸다. 그렇게 또 몇 분, 차 안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주위는 어두웠고, 인적도 드물었다. 여자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차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지난해 11월 초 A씨(25 ∙ 여)는 한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접속했다. 자신의 몸을 살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채팅사이트에 로그인한 그녀는 채팅방을 만들어 놓고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그 때 채팅방에 입장한 B씨(27 ∙ 남). 그는 들어오자마자 그녀의 조건을 물었다. 얼마에 자신을 팔기 원하냐는 소리다. 같은 인천지역에 살고 있던 그들의 거래는 쉽게 이루어졌고, 둘은 곧바로 만나 ‘거사(?)’를 치르기로 했다.

접선장소는 인천 연수동의 한 편의점 앞. 먼저 도착한 A씨는 발신자표시제한으로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B씨였다. 약속장소에 거의 다 왔다는 것이다. A씨는 휴대폰 너머의 B씨에게 자신이 입고 있는 옷차림을 알려줘 자신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윽고 B씨가 탄 흰색 코란도 차량이 도착했고, A씨는 익숙하게, 또 아무렇지도 않게 낯선 남자의 차에 올라탔다. ‘남자는 일정액의 돈을 주고, 또 여자는 그 돈을 받고 그 남자와 성관계를 맺겠다’는 ‘조건’을 가지고 만난 사람답게 A씨는 B씨를 만나자마자 돈부터 요구했다. 남자가 관계를 맺고 돈을 지불하지 않은 채 도망갈 것을 우려해서였다. A씨가 성매매비용 지불을 재촉하자 B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자신은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소속의 ‘민간인 수사원’이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A씨를 협박한 것. 본지 취재결과, 사이버수사대에 ‘민간인 수사원’ 직책은 없었다.B씨는 A씨에게 겁을 주기 위해 차를 몰고 인천 연수경찰서 앞까지 갔다. 이에 A씨는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하겠다”면서 “제발 신고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울면서 애원했다.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A씨의 말에 B씨는 차를 인천 해안도로로 몰기 시작했다.

수사원이라는 말에 속아 “신고하지 말라” 애걸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향하고 있었다. 뻥 뚫린 해안도로는 시간이 시간인지라 행인은 물론 지나다니는 차도 많지 않았다.
빠르게 달려가는 자동차의 소음만이 들리는 해안도로. 정차 돼 있는 자동차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는 사람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었다. 차 밖으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곧 자동차 소음에 묻혔다. 그 시각, 차 속에서는 B씨가 애초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A씨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업소와 인터넷을 통해 성매매를 해온 A씨였다. 이날 역시 A씨는 자신의 몸을 ‘상품’으로 들고 나왔다. 그러나 반대로 성폭행을 ‘당하게’ 된 것이다.처음 만난 남자와 성관계를 맺는 것은 A씨에게 일상이었다. 그러나 자의적이지 않은 관계에 수치심을 느꼈다. 경찰에 성매매 여성으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했기에 저항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A씨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B씨는 A씨의 몸 여기저기를 만지고 있었다. 그러나 운이 좋았던 것일까. 성관계가 뜻대로 되지 않자 B씨는 김이 샜는지(?) 옷을 추스러 입은 뒤 다시 차를 몰아 처음 만났던 곳에 A씨를 내려줬다. ‘미안하다’든지, ‘앞으로 성매매를 하지 말라’든지 등의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A씨는 B씨를 경찰에 성폭행 혐의로 신고하고 싶었으나 그럴 경우 자신이 성매매를 하려했던 사실을 밝히고, 또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B씨의 사이버수사대 민간인 수사원 사칭, 성폭행 사건은 묻혀버리는 듯 했다.

성매매 단속중 감춰졌던 범행 들통나

▲ 사이버수사대 민간인 수사원을 사칭해 성매매 여성에게 성폭행한 20대 남성이 인천지방경찰청 여경기동대에 의해 검거, 강간미수혐의로 지난 17일 구속됐다.
그렇다면 B씨의 범행행각은 어떻게 세상에 드러나게 됐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이후로도 성매매 행위를 계속해오던 A씨의 성매매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기 때문이었다.

지난 1월, 인천지역 성매매 업소를 집중단속하던 인천지방경찰청 여경기동대는 인천의 한 맛사지업소에서 일하던 A씨를 만나게 됐고, 조사를 받던 A씨가 “이 기회에 다 말해버리겠다”며 B씨에 얽힌 사건을 밝힌 것.
여경기동대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B씨의 소재파악에 나섰고, 결국 B씨는 지난 17일 경찰에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조사 결과 B씨는 A씨 성폭행 사건 외에 지난해 2월에도 청소년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때 역시 채팅사이트에서 성매매를 목적으로 10대 여고생을 만나 자신이 경찰임을 주장, 성폭행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진술과정에서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죄송하다”면서 “A씨 외에 성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사건을 담당한 인천경찰청 여경기동대 이여경 반장은 “비슷한 수법으로 반복해서 범죄를 저지른 점으로 미루어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반장은 이어 “현행법상 공무원을 사칭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면서 “과거 공무원인 경찰을 사칭해 처벌을 받은 B씨는 공무원 사칭죄를 피하기 위해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수사원임을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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