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안상미 기자] 리치몬드과자점 홍대점이 1월 31일 문을 닫는다. 30여년간 홍대의 랜드마크였던 리치몬드과자점이 갑작스레 폐점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더구나 문을 닫는 이유가 경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프랜차이즈 커피점의 입주로 인한 폐점이기에 씁쓸함을 던져주고 있다. 가뜩이나 골목상권을 빼앗는 대기업의 제빵사업이 비판받는 가운데, 리치몬드과자점의 폐점으로 롯데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종수 대표는 지난 30년간 한 자리에서 남편 권상범 명장과 리치몬드과자점(이하 리치몬드)을 운영해왔다. 홍대역 근처 코너길에 위치해 젊은이들의 약속장소로도 자주 이용된 리치몬드는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인기 있는 ‘동네빵집’으로 추억의 장소이자 지역의 명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리치몬드는 30년간 지켜온 자리를 내주게 됐다. 건물주가 롯데 측과 계약하고 난 뒤, 2011년 4월 내용증명서를 보내 갑자기 계약해지 통보를 해왔기 때문. 건물주와 제3자가 계약을 하면서 임차인인 리치몬드 측에는 아무 설명도 없었던 것이다.이와 비슷한 일은 5년 전에도 있었다. 당시 건물주가 파리바게트와 계약을 했는데 한 건물에 같은 업종이 들어서는 것이 자존심이 상해 리치몬드는 파리바게트 측에서 건물주에게 제시한 조건인 ‘보증금 100%와 월세 120% 인상’을 본인들이 부담하기로 하고 장사를 계속한 것이다.
또 리치몬드는 2010년 10월에 3억 5천만원을 들여 리모델링까지 했다. 그만큼 지켜내고 싶은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리모델링한 지 1년 3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된 것. 이에 대해 김종수 대표는 “다른 곳과 계약을 할 것이라면 리모델링을 하지 말라고 했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또 김 대표는 “중개업자가 와서 나보고 롯데만큼 임대료를 올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 매우 화가 났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에서 미안하다는 소리는커녕, 아예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남이 키워놓은 사업을 탐내지 말고 창조적인 것을 했으면 좋겠다”며 롯데에 불만을 드러냈다.김 대표는 “건물이 처음 생길 때 들어와서 수도꼭지 배치까지 전부 내 손으로 한 곳이었다. 비록 건물 주인은 아니지만 내 집처럼 평생 여기서 가게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허탈감을 드러냈다.손님들도 아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리치몬드 홍대점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를 듣자 많은 사람들이 가게에 몰려들었다. 가게를 방문한 학생 A씨는 “자주 가는 빵집, 추억이 있던 곳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개성 있는 곳이 사라지고 획일화된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는 것에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리치몬드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도 “내 추억의 장소 하나가 또 없어진다(트위터아이디 pmwom****)”, “리치몬드 홍대점 마지막날, 인산인해..다들 정든 이곳이 아쉬운 사람이었다 (트위터아이디 arti****)” 등 아쉬움을 표현했다. 현재 리치몬드과자점 홍대점 자리는 ‘주식회사 롯데리아’ 명의로 전세계약이 전환됐으며, 2월부터 롯데의 엔제리너스 커피가 들어서게 된다. 엔제리너스 측은 “작년 하반기(여름)부터 건물주가 부동산중개업소에 리치몬드제과점 자리를 내놓았고 이번에 우리 점포와 다이소가 들어가게 된 것”이라며 “밀어내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롯데 측이 정상적인 임대계약을 체결했더라도, 한 자리에서 30년 장사를 해온 데다 최근 수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한 ‘리치몬드’에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계약을 진행한 것은 ‘너무한 처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특히 세간의 따가운 시선으로 대기업의 제빵사업이 하나씩 철수되는 시점에서 발생한 일이라 리치몬드의 폐점은 유난히 씁쓸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