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도요타 하이브리드 프리우스 급발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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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도요타 하이브리드 프리우스 급발진 논란
  • 변주리 기자
  • 승인 2012.02.17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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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밟으면 RPM 급상승…2009년 사상 최대 리콜 실시했던 8개 차종 중 하나

[매일일보 변주리 기자] 지난 2일, 경기도 용인시 상하동에 거주하는 A씨는 2010년 12월에 새로 구입한 2011년식 도요타 프리우스 차량을 운전하다 원인 불명의 사고를 겪었다. 시속 50㎞ 미만으로 달리고 있던 A씨가 신호를 대기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브레이크를 나눠 밟던 도중, 차량의 속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빨라져 앞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사고로 A씨의 프리우스 차량은 전면부가 완전히 파손돼 수리비 견적만 3200만원 넘게 나왔다. A씨가 이 차를 구매한 가격은 3790만원으로, 이 차종은 2011년식 중고차(무사고, 주행거리 1만km 미만 기준)의 현 시세가 3200만원이다.

사고 뒤처리 과정에 도요타코리아는 “이번 사고는 ‘차량 결함’과는 상관없다”며 “보험사와 알아서 처리하라”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가하면, 고객과 드잡이를 하는 등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여 A씨를 분노케 만들었다.

도요타 측의 태도에는 지금까지 국내 사법부가 차량 급발진 사고에 대해 보여왔던 자세가 큰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에서는 운전자 과실보다 차량결함 때문이라는 판례가 존재하지만 민사 손해배상에서는 차량결함을 인정한 경우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2010년 2월, 브레이크 소프트웨어 결함 공개 시인
리콜 실시하고 문제 소프트웨어도 업데이트했지만…

사고 피해자 A씨, 험난했던 데이터 분석자료 입수 과정
도요타 직원, 자료 안주려 팔 뒤로 비틀어 꺾고 실랑이

▲ A씨의 사고 난 도요타 프리우스 차량.

A씨는 사고가 나자 즉시 프리우스 차량을 구매했던 도요타 분당지점에 전화를 걸어 원인을 규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렇잖아도 평상시 방지턱이나 움푹 파인 있는 곳을 지날 때마다 차량이 앞으로 튀어나가는 듯한 느낌 때문에 차량 결함을 의심해왔던 A씨는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당지점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타이어 결빙 혹은 도로 결빙으로 미끄러짐에 의한 충돌일 수 있다”는 추측과 함께 “도요타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보험사와 알아서 협의하라”는 것뿐이었다.

A씨는 “당시 도요타측은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려는 그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며 “사고로 인한 금전적 손해는 물론 손해보험 증액에 따른 손해, 사고 당시 느꼈던 공포 등은 아랑곳 않고 도요타는 아무것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인 없는 사고

A씨가 제보한 녹취파일 등을 확인해 보면 도요타측은 사고 이후 처음 얼마간은 운전자에게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분당지점 관계자는 사고 다음 날인 3일과 6일, 분당지점을 찾은 A씨에게 사고 차량의 전자제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A씨가 액셀을 전혀 밟지 않았고 ▲사고가 발생하기 3.5초 전에 RPM(1분당 엔진의 회전수를 나타내는 단위) 수치가 800이었던 것이 0.5초만인 4초에는 1200이 됐으며 ▲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나서 800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운전자의 과실이 아닌 것은 명백하니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분당지점 관계자는 “도로 결빙 혹은 타이어 결빙으로 차량이 미끄러져 충돌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A씨가 도로 결빙과 타이어 결빙이 있을 수 없다는 정황을 밝히자 곧 도요타측은 다시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을 수 있다고 둘러댔다.

도요타측은 도로 결빙의 정황으로 사고 당시 촬영된 사진에 ‘도로가 하얗게 보인다’는 점을 들었지만, A씨측 보험사는 ‘하얗게 보이는 것은 이전에 염화칼슘을 뿌린 것이 완전히 말라 도로에 흡착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또 자신은 항상 아파트 지하 2층에 주차를 하는데 그곳은 한 겨울에도 영상 1~3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파트에서 사고가 난 지점의 거리는 불과 7분 이내여서 타이어 결빙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도요타 분당지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운전자가 액셀을 밟지는 않았지만 브레이크를 너무 늦게 밟아 사고가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을 바꿨다.

대량 리콜 주인공 ‘프리우스’

A씨의 차량은 도요타 차량 중 일부에서 급발진 사례가 보고됨에 따라 도요타가 지난 2009년 하반기 사상 최대 리콜을 실시하며 국제적 망신을 사게 만든 8개 차종 중 하나다.

당시 미국 의회와 소비자 단체 등은 전자제어시스템의 결함이 급발진을 야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도요타측은 가속페달이 눌러 붙는 현상과 운전석 바닥의 매트가 가속페달을 누르는 현상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곧 도요타는 2010년 2월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의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이후 도요타는 우리나라에 수입된 540만대를 포함, 문제의 프리우스 차량에 대한 리콜을 실시하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다.

따라서 A씨는 당시 문제가 된 프리우스 차량에서 발생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만큼 전자장치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반면, 도요타측은 당시 문제가 된 차량을 전량 회수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했고 A씨가 구매한 차량은 그 이후인 2011년식 차량인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느냐”는 A씨의 질문에 분당지점 관계자는 “업그레이드로 결함을 완전히 해결했다기 보단 개선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도요타코리아 직원들 스스로도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로 결함이 완전하게 해결돼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제멋대로인 RPM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사고 3.5초 전에 RPM 수치가 800이었던 것이 A씨가 액셀을 밟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0.5초 만에 1200이 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도요타측은 “A씨가 사고가 나기 전에 브레이크를 밟아 회생브레이크가 작동됐고, 회생브레이크가 작동이 되면 RPM 수치가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생브레이크는 차량이 지닌 기계적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바꾸어 전원으로 되돌리는 제동장치로,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충전을 위해 회생브레이크가 작동되고 이때 RPM 수치가 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A씨가 도요타측으로부터 입수한 데이터 분석자료를 보면, 브레이크가 ‘OFF’ 상태인 사고 4초 전부터 3초전 사이에 RPM 수치가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표 참조).

A씨가 이를 따져 묻자 분당지점 직원은 “데이터 자료만 보고 말씀하시면 드릴 말씀이 없다”며, “하루에도 수많은 충돌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 원인을 어떻게 다 알겠느냐”는 황당한 태도를 보였다.

팔을 비틀어 꺾이다

도요타 측의 황당한 태도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A씨가 도요타 측으로부터 데이터 분석자료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분당지점 직원이 A씨를 제압하는 등 드잡이가 발생했다.

A씨는 “사고 시 상황을 알려줄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니 자신에게 달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지금까지 자신을 대응하는 모습을 볼 때 신뢰할 수가 없어 보고 있던 자료를 가지고 뛰쳐나왔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이 직원은 A씨를 뒤따라 나와 A씨의 팔을 뒤로 잡아 제압하며 놓아 주지 않았고 둘의 실랑이는 십여 분 간 지속됐다.

A씨는 “큰 교통사고를 당한 지 불과 사흘밖에 지나지 않은 운전자에게 이렇게 폭행을 하면서 자료를 주지 않으려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도요타코리아 관계자는 “분당지점 직원들의 말투나 태도로 감정을 불쾌하게 했다면 당연히 사과드려야 할 일”이라면서도 “데이터 측정치의 기준이나 방법들이 경쟁사에 노출될 수 있어 내부 규정상 제공은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도요타코리아는 일본도요타가 100% 출자한 업체이기 때문에 모든 절차가 일본과 동일하다”며 “1차 소견상 차량에 문제가 없지만 A씨가 입회한 자리에서 매뉴얼대로 2차, 3차 조사를 통한 소견을 자세히 설명해 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씨는 “이미 수차례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음에도 불구, 어느 누구도 조치를 취하려 하지 않았다”며 “더 이상 도요타코리아를 믿을 수 없어 일본도요타 본사에 직접 조사를 해줄 것을 요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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