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회장 일가 퇴진, 경영권 어디로?
상태바
이건희회장 일가 퇴진, 경영권 어디로?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8.04.23 0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이건희→이재용' 연결고리 역할

【매일일보닷컴】22일 이건희 회장이 퇴진함에 따라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할 인물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지명됐다.

이수빈 회장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에서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의 고리를 잇는 삼성생명을 이끌어 온 만큼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전무에게 경영권이 승계되기 이전까지 과도기적인 삼성그룹을 대표하게 됐다.
그러나 이수빈 회장의 역할은 일시적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과 같은 그룹 경영에 대한 결정권이 주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후 삼성을 이끌게 될 사장단의 의견을 조율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형식상으로는 이건희 회장이 퇴임하고 이재용 전무가 해외로 나가 경영수업을 받는 방식이지만, 여전히 그룹의 대주주인 이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재용 전무에게 경영권 승계가 불가한 만큼, 이수빈 회장을 앞세워 일보 후퇴함으로써 3세대 경영을 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수빈 회장의 역할은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룹을 이끌어 온 이건희 회장의 퇴진과 함께 계열사 조율, 그룹 전략사업 육성 등을 주관했던 전략기획실 마저 해체되면서 삼성그룹의 구심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결국 이 전무가 대내외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며 경영권을 승계 받을 때까지 삼성그룹을 별 탈 없이 유지해 이를 이 전무에게 넘겨주는 것이 이수빈 회장의 가장 큰 역할이다.

삼성, 전략기획실 해체...계열사 조율 빨간불

삼성그룹 경영 '쇄신안' 발표로 삼성그룹의 전반적인 계획을 수립.집행 해온 전략기획실이 6월말로 문을 닫게 됐다. 전략기획실을 이끌어 온 이학수 부회장과 전략지원팀장인 김인주 사장도 일선에서 물러난다.

전략기획실은 이건희 회장을 보좌하며 각 계열사들을 경영을 조율하는 콘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

1959년 고 이병철 회장 시절 비서실로 출발한 전략기획실은 외환위기와 함께 구조조정본부로 덩치를 키웠다. 구조본은 기업의 체질을 변화시켜 삼성이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그러나 국정원 X-파일사태로 2006년 지금의 전략기획실로 축소됐다. 전략기획실은 기존 1실 5팀 체제에서 3팀 체제로 축소됐으며, 인원도 147명에서 99명으로 크게 줄었다.

규모는 축소됐지만 전략기획실은 과거 구조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특히 이 회장 일가 보좌 및 계열사 조율, 그룹 전략사업 육성 등 그룹의 중대한 의사 결정에 큰 역할을 도맡아 왔다. 다만, 세간에 제기됐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등 부정적인 역할 역시 전략기획실이 연관됐다는 의혹과 비판적인 여론으로 인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전략기획실 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룹을 이끌어 온 이 회장의 퇴진에 이어 그룹 경영의 실무를 맡아 왔던 조직이 해체되면 계열사 간 교통정리 등에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의 최측근인 이학수 부회장과 이재용 전무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기대됐던 김인주 사장이 동시에 퇴진하기로 한 것 역시 그룹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학수 부회장은 "계열사들의 독자적인 경영역량이 확보된 만큼 회사경영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항간의 우려에 대해 해명했다.

이건희 대신할 이수빈 회장…경영권 지렛대?

이건희 회장 퇴진에 따라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할 인물에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지명됐다. 이수빈 회장은 1939년 1월16일 경북 성주 출생으로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 상대를 거쳐 1965년 공채 6기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칠순을 바라보는 현재까지 삼성에 몸담고 있는 최고참 삼성맨인 이 회장은 선대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현재까지 삼성그룹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전문경영인이다. 이건희 회장의 서울사대부고 4년 선배이기도 한 이수빈 회장은 그동안 그룹이 위기에 처하거나 이 회장이 부재중 일 때마다 빈자리를 메워온 ‘의전 서열 1위’로 꼽힌다. 때문에 이건희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이건희 회장이 폐암 정밀진단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2006년 1월 당시 그룹 신년하례식을 주관하며 이 회장의 빈자리를 지켰다.특검수사 때문에 별도의 그룹 시무식이 열리지 않았던 올 초에도 사내방송을 통해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신년 메시지를 전달했다. 삼성인상 시상식자로 나서기도 했다.이수빈 회장은 1965년 삼성그룹 입사(제일제당)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13년 후인 1978년 제일모직 사장에 올랐다. 제일제당과 삼성항공 사장을 거친 이 회장은 1991년 삼성그룹 회장실 비서실장(현 전략기획실장)에 오르며 그룹 핵심 수뇌부에 배치됐다. 고 이병철 회장의 경영권을 이어받아 1987년 그룹 회장에 오른 이건희 회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인연을 맺었다.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그룹 구조조정위원회의 수장을 맡기도 했다. 구조조정위원회는 외환위기 이후 그룹의 각 사업부문별로 실력과 경륜을 갖춘 8명으로 구성된 조직이었다.이수빈 회장은 당시 현명관 비서실장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등과 함께 그룹내 3각 구도를 형성했다. 현재는 삼성생명 회장 외에도 삼성공익재단 이사장과 삼성라이온즈 구단주를 맡고 있다.
그는 1995년 삼성생명 대표이사 회장에 오른 이후 2002년 2월 삼성생명 회장을 맡으며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삼성그룹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쳐 ‘사장’이 직업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돌 정도였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금융전문가인 이 회장이 그룹 내 금융부문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수빈 회장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학수 부회장은 향후 그룹은 ‘사장단 회의’ 즉,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이 공동경영 체제로 이끌어 간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그룹을 대표할 인물이 필요할 때만 이수빈 회장이 자리하는 식이어서 사실상 명예직이나 다름없다. 이 역시 이재용 전무를 위한 장기적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때문에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경영권 승계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건희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다지만, 이 회장의 지분에 변동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2일 논평에서 “차명계좌 명의인의 한 사람이자 1999년 이재용씨의 삼성투신 지분인수 당시 삼성생명의 임원이었던 이수빈씨를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인사로 지목한 것은 여전히 이건희 회장의 친정체제를 유지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건희 일가 퇴진, 경영권 승계는 아직...?

삼성 경영 쇄신안은 재계는 물론 증권가, 삼성 내부 직원들 조차도 이건희 회장의 퇴임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의 파격적인 내용이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퇴진 의사를 밝힌데 이어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물러나고, 장남인 이재용 전무도 최고고객책임자(COO)를 사임한 후, 해외사업장에서 시장개척과 현장경영 수업을 받기로 결정해 이건희 회장 일가 모두가 삼성에서 전면적으로 물러난 것이다.이 회장 일가의 퇴진으로 일단 삼성은 새로운 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또 러한 급속한 경영체제 변화는 앞으로 삼성호를 이끌어가는데 그다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명쾌하게 해결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그러나 이재용 전무의 경영일선 등장은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학수 부회장은 22일 쇄신안 발표 자리에서 “(이 회장이) 이재용 전무가 주주 임직원 사회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승계할 경우 회사나 이 전무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좀 더 경영수업을 받은 후 회사 내외부의 인정을 받는 시점에나 생각해 보겠다는 뜻이다.

한편, 삼성 내부에서는 20여 년간 삼성을 이끌어 온 이 회장과 그 일가의 전면적인 퇴진으로 자칫 세계 초일류기업이라는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외 파견, 이재용 전무 '경영 능력' 시금석

삼성 비자금 특검의 여파로 이건희 회장이 퇴진하면서 삼성 경영권 승계에 관심 또한 아지고 있다.이 회장의 퇴진으로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의 경영권 승계가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특검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 이 전무도 깊게 관련돼 당장 경영권 승계 움직임을 보이기에는 삼성으로서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삼성은 이번 쇄신안을 통해 이 전무를 환경이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 개척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이를 통해 경영수업을 쌓고, 열악한 해외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함으로써 경영권 승계의 명분을 쌓겠다는 전략이다.이 전무는 지난 2000년 e-삼성 사업을 주도했으나 부진한 성적을 보여 차기 삼성을 이끌어갈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아왔다. 또한 e-삼성에 이어 이 전무가 등기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S-LCD 역시 소니와의 합작 여부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소니가 S-LCD의 8세대 두 번째 라인에 투자를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당장의 위급한 불은 껐지만 일본과 대만 LCD 업체의 약진이 계속되면서 향후 LCD 시장에서 S-LCD의 위상이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특히 이학수 부회장은 이번 쇄신안 발표를 통해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 전무가 경영수업 중에 있고, 경영권 승계는 결정된 바 없다”며 “이 회장은 주주, 임직원, 사회에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 전무가 경영권을 받을 경우 불행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이 전무 스스로 능력을 보여야 한다.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해외 파견은 이 전무가 실력을 보일 수 있는 세 번째 기회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전무는 아직 삼성을 이끌만한 역량을 갖췄다는 인식을 심지 못했다”며 “여건이 열악한 해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한다면 경영권 승계가 한층 더 수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이회장 퇴진으로 대쇄신” WSJ 등 美 주요매체 긴급보도

한편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퇴진을 인터넷판 속보로 보도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WSJ는 21일(현지시간) 서울 특파원발 기사로 “세금문제로 기소된 이건희 회장이 퇴진을 발표했다”면서 “한국 최대의 재벌그룹이 일대 쇄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저널은 이번 변화는 삼성의 전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삼성특검을 통해 이 회장과 9명의 임원이 기소된데 따른 것으로 일련의 교차투자방식으로 경영권을 잡았던 삼성 일가는 앞으로 손을 떼기로 했다고 전했다.저널은 이 회장이 지난 11일 특검의 2차 조사후 그룹에 일대 변화를 꾀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올해 66세인 이건희 회장은 1987년 부친 별세이후 그룹 경영을 맡았다고 소개했다.현재 59개의 계열사가 있는 삼성은 연간 매출액이 1500억 달러로 한국 경제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룹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를 비롯, 건설, 조선, 섬유, 보험, 증권, 광고, 여행에 이르기까지 큰 비중의 대기업들을 거느리고 있다고 덧붙였다.뉴욕타임스는 이날 로이터 기사를 전재, “이건희 회장의 유죄가 인정되면 5년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제휴사:뉴시스 / 기사종합=류세나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