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는 대한민국은 지금 '축제의 장'...밤샘 문화제 "너무나 즐거워라~"
【매일일보닷컴】1700여개 시민단체 및 인터넷 모임으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는 5일 오후 현충일 연휴를 맞아 이날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 촛불집회를 열었다.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7시께 시민 5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덕수궁 대한문 앞 왕복 12개 차로를 점거한 채 환한 촛불을 밝히며 집회를 진행했다. 촛불집회 참석자들은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할 때마다 환호하고 박수도 치며 이명박 정부와 미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했다.자유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이명박을 심판하고 부모님께 효도하자', '이명박 정부 끝장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임을 위한 행진곡', '헌법 제12조'란 제목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분위기를 고취시켰다.평촌에서 올라온 대학생 지모씨(28)는 "이 대통령의 태도가 살짝 변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이 대통령이 해왔던 정책들이 바르지 못한 게 많았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대학생 정나라씨(25.여)는 "이 대통령은 눈을 뜨고 귀를 열고 국민의 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며 "그동안 신뢰되지 않는 말들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행동만 보여줬다"고 꼬집었다.성신여대 유승현 총학생회장은 "폭력경찰의 총수인 어청수 경찰청장은 즉각 사퇴해야 할 것"이라며 "촛불을 모아 국민의 힘을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8시 30분께, 촛불집회에 참여한 대책회의 소속회원, 30~50대 직장인, 20대 대학생, 10대 청소년 등 참석자 4만여 명은 덕수궁 대한문 앞 왕복 12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거리행진을 시작했다.이날 거리행진에는 동맹휴업을 선포한 서울대, 성신여대, 홍익대 등 서울권 주요대학 재학생 3000여명이 합류했으며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들도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대거 참여했다.참석자들은 환하게 빛나는 촛불을 들고 시청에서 남대문, 명동, 을지로 입구까지 이동했다. 이들은 거리에서 구경하는 시민들을 향해 '6월10일 시청으로', '민주시민 함께 해요' 등을 외치며 촛불 문화제 참여를 독려했다. 이후 '협상돌입, 고시철회', '쥐를 잡자', '이명박·어청수는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아침이슬'과 같은 노래를 함께 부르며 종로에서 광화문으로 이동했다. 시민들은 이후 청와대 방향으로 거리행진을 시도 했으나 경찰차량과 병력에 막혀 세종로사거리에 집결, 농성을 벌였다.시민들은 경찰과 대치한 채 '불법주차 차 빼라', '우리 앞길 막지마라'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여고생들을 중심으로 일부 시민들은 대치한 전경들에게 우유와 초코파이 등을 던져주며 "고생한다"고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고 김밥 등을 먹으며 집회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오후 10시40분께 세종로 사거리에 몰려 있던 시민들은 분산돼 또 다시 거리행진에 나섰다. 일부 대학생들은 '청와대로 행진하자'고 외친 뒤 신촌으로 이동하며 이명박 대통령 사퇴를 촉구했고 시민들에게는 10일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선전전을 벌였다. 이 가운데 일부는 미근동 경찰청 앞으로 몰려와 '어청수는 물러나라'며 사퇴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이후 시민 5000여명은 세종로 사거리에 다시 모여 자유발언을 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고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등 밤샘 집회가 이어졌다. 시청 광장 주변에는 3×5m 규모의 천막 20여개가 설치돼 시위대가 밤을 지새웠다. [제휴사=뉴시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 첫 날인 5일 광화문 네거리에서는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이날 오후 9시10분부터 거리행진을 마친 5만여명의 시민들은 광화문에 삼삼 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한편, 한켠에서는 노래와 춤판을 벌였다.
통기타와 아코디언 등으로 연주하는 포크송이 시위 참가자들의 발길을 끌기도 했고 판소리 삼매경에 빠졌다. 또 타악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밤새 광화문에서 울려퍼지면서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해하기도 하고, 직접 악기를 연주해보기도 했다.특히 총투표를 통해 동맹휴업을 결의한 서울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대학생들이 대거 결합하면서 촛불집회는 마치 대학 MT를 방불케했다.학교나 단과대학 깃발 아래 10여명씩 모인 대학생들은 민중가요에 맞춰 문선을 추거나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단결된 모습을 보여줬다. 또 초코파이를 쌓아놓고 친구의 생일파티를 챙겨주는 장면도 연출됐다. 고려대 학생인 이지선씨(22)는 "열대야를 피해 한강둔치에서 노는 분위기"라며 "예전에는 운동권 학생처럼 깃발을 들고 다니면 싫은 눈치가 보였는데 오늘은 도로를 지나면서 환호하는 시민들이 많았다"고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아울러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온 20~30대 청년층은 촛불을 난로삼아 곳곳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한편, 준비한 음료와 간식을 나눠먹는 모습도 보였다.한편에서는 시민들과 학생들은 버스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전경들을 향해 음료수와 우유 등을 던져줬고, 전경들이 던진 물건을 잡을 때마다 환호성을 터트렸다.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마련한 행사용 차량단상 앞에서는 흥겨운 춤판과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졸속으로 처리했다며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했다. 당산동에 사는 김모씨(32)는 "시민들이 예전 집회보다 훨씬 이완된 것처럼 보인다"며 "정부에서 광우병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이은석씨(26)도 "전경도 이제 적이 아니라 친구같은 느낌"이라며 "촛불집회가 전투적이고 폭력적이기 보다는 평화로운 집회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통합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이렇게 모인 시민들과 어린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국민들의 분노와 소망을 우리당이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다"고 털어놨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