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제작비 날려도 상관없다는 제작진…김재철의 ‘투표참여 저해 음모’ 드러나”
[매일일보=김경탁 기자] MBC 김재철 사장이 4·11총선 선거일 당일 선거방송을 축소해 투표 독려를 막으려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총선에서 투표율을 낮춰 MB 정권과 여당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속셈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지부(이하 MBC노조)는 3월29일 총파업특보 제44호에 실린 “김재철의 ‘투표참여 저해 음모’ 드러나”라는 기사를 통해 “김재철의 사악한 선거 개입 음모가 드러났다”며 이같이 주장했다.MBC노조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3월28일 임원회의를 통해 선거방송기획단이 준비한 오는 4·11총선 당일 선거방송 시간대인 오후 4시부터 7시45분 사이 방송계획 중 앞부분 2시간에 대해 “방송을 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했다. 오후 4시에서 6시까지는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를 앞두고 시청자들에게 시시각각 변하는 투표율 상황을 전달하며 막바지 투표를 독려하는 시간으로, 역대 선거에서 지상파 방송 3사는 예외 없이 이 시간대에 투표를 독려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해 방송해 왔다. 김 사장의 지시에 대해 MBC노조는 “이 시간대 방송을 하지 말라는 것은 한 마디로 투표 독려 방송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공공재인 공중파를 이용하는 지상파 방송사에게 있어 총선과 대선 등 주요 선거에서 투표 독려는 당연한 의무인데 그 의무를 저버리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MBC노조는 “투표 독려는 또한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장하는 ‘국가적 캠페인’이기도 하다”며, “민주주의 근간인 투표 독려 행위를 하지 말라고 하는 건 결국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 층 투표 독려는 안된다?
김 사장이 이런 상식 밖의 지시를 내린 이유와 관련해 MBC노조는 “28일 임원회의에서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파업 상황이라 위험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 대해 MBC노조는 “도대체 누가 어떤 오해를 한다는 말이냐”며,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선관위 홈페이지를 다운시킨 여당 관계자가 경찰 조사에서 ‘투표율을 낮추면 여당 후보에게 유리할 거라 생각했다’고 말한 것이 떠오르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제작비 날려도 상관없다?
MBC 선거방송기획단은 총선 당일 <오후 4시~6시> 방송으로 ‘실시간 투표율 상황’, ‘모바일을 이용한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연예인들의 투표 참여기’ 등 여러 가지 투표 독려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모두 방송이 불가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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