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 경찰에 힘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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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경찰에 힘실어줬다?
  • 사회부
  • 승인 2008.06.26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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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기자·초등생…경찰 '묻지마 연행' 논란

▲ 경복궁역 3번 출구 앞 인도에서 평화적으로 촛불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을 강제연행하도록 한 경찰관이 지시를 내리고 있다. 시민들을 불법채증하던 경찰은 오히려 기자의 핸드폰을 강제적으로 뺏으려 했고, 심지어 기자의 신분증을 보고도 '기자가 뭔데 방해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매일일보닷컴】25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기 위한 촛불시위에서는 이례적으로 대낮부터 연행자가 속출했다. 쇠고기 관보 게재를 하루 앞두고 벌어진 무더기 연행 사태를 놓고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께 청와대로 기습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를 '묻지마 연행' 했다. 국회의원·기자·초등생·변호사 등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인도로 밀려난 시위대까지 연행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첫 연행자가 발생한 시각은 오후 3시40분께. 경찰은 내자동 사거리에서 농성 중이던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냈고, 시위대 15명을 강제 연행했다. 항의하는 민주노동당 이정희(39) 의원도 함께 연행됐다 풀려났다. 이어 오후 7시30분께 8명이 추가로 연행됐다. 15분, 30분 간격의 짧은 시차를 두고 현대상선 건물 앞에 있던 9명과 내자사거리 부근에 포위돼있던 26명 등이 잇따라 연행돼 자정까지 100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경찰의 무차별 연행 결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원인 이재정·강영구 두 여성변호사와 시사인 윤모 사진기자도 포함됐다. 심지어 초등학교 6학년 정모군(12)이 경찰에 끌려갔다 훈방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인터넷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100여명을 연행한 뒤에도 소화기를 뿌리며 진압을 시도했고, 자정을 넘기며 물대포도 등장했다. 집회의 자유가 보장돼 있음에도 불구, '불법집회'임을 경고하는 방송을 보내는 경찰과 "불법경찰 물러가라"를 외치는 시위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이 추세대로라면 지금까지의 연행자에 버금가는 시위대가 추가 연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찰의 이같은 강경기조에 대해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의 눈초리가 매섭다. 지난달 24일 물대포 사용으로 '과잉진압' 논란에 휩쓸린 경찰은 그동안 시위대와의 물리적 충돌을 최대한 피했었다. 경찰의 돌연 강경대응 방침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월령 제한 조치'에도 불구, '관보 게시를 막아선 시민들의 강성기조를 지켜 볼 수 없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앞서 경찰이 '청와대'를 마지노선으로 연행 방침을 정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예고에도 없는 청와대 인근 인도 앞 평화적 시위 또한 시위대가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다는 경찰 수뇌부의 황당한(?) 판단이 들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 폭력시위는 엄격히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고 엄포한데다 어청수 경찰청장도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 경찰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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