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버린 죄 참회한 ‘접대부’ 엄마 살해한 ‘어리석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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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버린 죄 참회한 ‘접대부’ 엄마 살해한 ‘어리석은’ 아들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8.07.04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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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이혼 후 보육원 생활한 20대男, 3억원대 보험금 노리고 보육원 동기와 친모 살해

4년 전 친모 만나 함께 생활…사망보험 가입사실 알고 범행 결심해
“노래방 도우미 엄마 부끄러워…큰 돈 갖고 멋있게 살고 싶었다”
친구들 “냉혈인간” 이구동성…범행 후에도 양심가책 못 느껴 ‘뻔뻔’
범행 두 달 전, 강도상해 사건으로 ‘예행연습’…증거인멸에도 ‘능숙’

[매일일보닷컴] ‘엄마’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자신의 몸을 팔아서 자식에게 먹을 것, 입을 것을 줬더니 이번엔 목숨까지 달란다. 아니 이미 앗아갔다. 지난달 7일 경기도 안양시 자신의 자택에서 흉기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된 40대 여인을 살해한 범인이 약 20여일이 지난 같은 달 25일 경찰에 검거됐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 ‘살인사건’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바로 사건의 범인이 다름 아닌 숨진 여인의 친아들이었던 것. 왜 이 아들은 어머니를 죽일 결심을 하고, 또 어떻게 그 결심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었을까. 계획되지 않았던 한 가족의 탄생과 그 비극적인 결말 속으로 들어가 보자.

사건이 벌어지던 지난달 7일 새벽 4시 45분경, 대부분의 사람들이 곤히 잠들어 있을 그 시간에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소재 한 빌라에서 비명소리가 새어 나왔다.

밤새 내리던 장맛비로 인해 자연방음장치가 ‘가동’됐지만 그래도 비명소리는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웃들은 그 집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유인 즉, 평소 집 주인 강모(42)여인과 그의 내연남이 사흘이 멀다 하고 싸워대는 통에 그날도 마찬가지로 ‘둘만의 전쟁’을 시작했거니 하고 지레 짐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웃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강씨는 집안에 침입한 괴한의 칼부림에 ‘고통의 비명’을 지르다 현장에서 즉사했다.사건 조사를 맡은 경기 안양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살해현장에는 피의자를 특정할만한 아무런 증거도 남아있지 않았다. 또 장롱・서랍 등에 들어있던 물건들이 너저분하게 흩어져있고, 강씨의 지갑이 들어있던 가방이 통째로 사라져 언뜻 보기에 강도사건처럼 보였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그러나 경찰은 사건발생 20여 일만에 강씨를 살해한 ‘괴한’의 정체가 숨진 강씨의 친아들 김씨(21)와 그의 친구 조모(22・남)씨였음을 밝혀내고, 친구와 공모해 친어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 등으로 지난달 26일 이들을 구속했다.

아들이야, 괴물이야?

경찰에 따르면 김씨의 어머니 강씨는 낮에는 십자수를 놓아 상점에 내다 팔고, 밤에는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 김씨는 ‘엄마가 생활비와 내 대학 등록금 때문에 노래방 도우미까지 하는구나’라는 미안함은커녕 ‘엄마가 부끄럽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게다가 엄마의 유부남 내연남까지 집에 빈번히 출입하자 김씨는 ‘더 이상 험한 꼴 보지 말자’는 심산으로 지난해 10월 독립을 선언했고, 이후 강씨는 아들과 함께 살던 집에서 혼자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에도 강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새벽 늦게까지 도우미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던 길이었다. 아무도 없어야할 강씨의 집. 그러나 그날은 아들의 친구 조씨가 회를 뜰 때나 사용하는 사시미 칼을 들고 강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던’ 강씨가 귀가한 것을 확인한 순간 조씨는 자신이 왜 칼을 들고 서 있는지 이렇다 할 설명도, 또 강씨가 살려달라고 애원을 할 새도 없이 ‘친구 엄마’의 얼굴∙가슴 등을 무려 39차례에 걸쳐 무자비하게 찔렀고, 그렇게 강씨는 유명을 달리했다.

그렇다면 친구가 집 안에서 어머니를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있을 동안에 김씨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김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바에 따르면 김씨는 만약의 경우 어머니가 집 밖으로 도망쳐 나올 확률에 대비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차로 대문을 막고 망을 보고 있었다. 직접 칼을 들고 살인을 저지른 사람보다 더욱 잔인했던 사람은 바로 자신이 낳은 ‘아들’이었던 것. 또 조씨가 범행을 저지른 후 겁에 질린 얼굴로 집안을 빠져나오자 김씨는 단순 강도에 의해 살해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조씨에게 장롱과 서랍장 등을 뒤지고, 어머니의 가방을 들고 나오라고 다시 들여보낸 후 자신은 혹시라도 집안에 남았을 지도 모르는 지문을 지우는 치밀하고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그리곤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 범행 전후로 친구들과의 약속을 빡빡하게 잡아 놓고는 범행 후에도 태연하게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셨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 이혼으로 보육원에서 자라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아무리 어머니가 노래방을 도우미를 하고, 유부남을 만났다고 해도 어떻게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죽일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엄마에 대한 정(情)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강씨는 처녀시절 소위 ‘접대부’라 부르는 유흥업소 아가씨였고, 직업군인이었던 김씨의 아버지 또한 업소일을 하면서 만나게 됐다.   그러던 중 강씨가 김씨의 3살 터울 누나를 임신해 둘은 서둘러 결혼을 하게 됐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강씨는 처녀시절부터 즐겨하던(?) 도박에서 손을 떼지 못했고, 김씨의 아버지는 늘어나는 도박 빚에 참다못해 김씨가 5살이던 92년에 강제이혼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김씨의 누나는 아버지가 맡아 키우게 됐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호자가 붙어 있어야 하는 유치원생이었던 김씨는 오갈 데 없는 고아신세로 전락, 안양의 한 보육원에서 성장하게 됐다. 부모의 이혼으로 5살 어린나이의 김씨가 그에 대한 희생물이자 최대 피해자가 된 셈이다. 물론 이후 모든 가족들하고의 인연도 거기까지가 끝이었다.그러나 부모자식간의 인연은 천륜이라고 했던가. 결과를 생각해보면 만나지 말았어야할 운명이지만 강씨는 김씨가 중학교 2학년이 되던 2001년, 아들을 만나기 위해 안양의 보육원을 찾아갔고 그 때부터 강씨와 아들 김씨와의 인연은 다시 시작됐다.
자신을 버린 엄마가 미웠지만 막상 자기에게도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좋았다는 게 김씨의 얘기다. 그리고 3년 뒤인 2004년 김씨는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보육원에서 무작정 나왔다.

보육원 출신 공범, 친구 엄마에게도 버림받아 ‘앙심’

당시 강원도에서 화장품가게를 운영하고 있던 강씨는 아들의 가출소식에 가게를 허겁지겁 처분하고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아들이 어릴 때부터 쭉 성장해온 경기도 안양시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10년이 넘도록 돌보지 못했던 사랑하는 아들과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장밋빛 꿈과 달리 현실에서는 ‘돈’이 문제였다. 지역 간의 시세차로 방을 얻고 나니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강씨는 처녀 때 실력(?)을 살려 노래방 도우미로 나섰다. 분명 아들에게 그동안 못해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또 제대로 된 엄마 노릇을 하고 싶어 돈을 벌고자 시작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 김씨는 강씨에게 ‘제일 친한 보육원 친구’라며 먼저 가출해 나와 살고 있던 조씨를 소개하면서 “지낼 곳이 없으니 함께 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시작된 세 사람의 동거는 순탄치 않았다.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아들의 부탁으로 조씨와 함께 셋이 살게 됐지만 강씨는 경제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면서 “3개월쯤 지난 후 강씨가 보육원으로 ‘아들친구까지 맡아 키울 여력이 없다’면서 조씨를 데려갈 것을 요청했던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강씨가 보육원에 연락을 한 이후로 친구 조씨는 강씨의 집에서 나갔고 이후 강씨 모자 둘이서 생활을 했다”면서 “부모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있는 보육원 출신 조씨에게 강씨가 또 다시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준 것 같다. 범행당시 흉기로 39차례나 찔렀다는 점에서 강씨에 대한 원망의 정도가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엄마’가 봉이냐, 죽어서 돈 만들어내라고?

친구 조씨가 강씨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김씨 역시 강씨와 함께 살면서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김씨는 경찰에서 “어릴 적부터 ‘엄마’와 함께 사는 것을 꿈꿔 왔었지만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았다”면서 “‘내 엄마’가 낯선 남자에게 웃으며 술을 따른다는 것도 부끄럽고 싫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김씨는 “어머니가 술에 취해 들어올 때면 ‘그 동안 못해준 것들을 속죄하는 심정으로  내가 죽으면 네 앞으로 돈이 나올 수 있도록 보험을 여러 개 들어놨다’고 말씀하셨다”면서 “3억원이 넘는 사망보험금을 받아 새롭고 멋있게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 자신의 어머니를 마치 ‘로또복권’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아들과 함께 살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지난해까지 총 13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매 월 보험료만 해도 180만원에 달하는 적지 않은 액수였다. 그렇기에 낮에는 십자수를 놓고, 밤에는 도우미를 하면서까지 밤낮없이 일해 왔던 것이다.범행결과만 보고나면 ‘요즘 세상이 워낙 험하니 보험금을 노리고 엄마를 죽이는 아들이 있을 수도 있지’ 싶겠지만 사건 담당 경찰들은 수사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회고했다. 범행현장에 용의자를 특정할만한 어떠한 단서도 남아있지 않았을 뿐더러 범행시각 당시 김씨의 알리바이가 너무나도 완벽했기 때문에 경찰은 김씨를 용의선상에서 배제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살해된 강씨가 고액의 보험에 가입해있고, 대부분의 보험수익자가 김씨로 한정돼 있는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은 김씨 주변 인물들을 탐문한 결과 공범 조씨의 존재를 밝혀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전북 군산으로 도피하고 있던 조씨를 지난달 24일 검거, 김씨와의 공모사실을 자백 받은 후 다음날인 25일 안양동의 자택으로 귀가하던 김씨를 차례로 검거했다. 

‘헉’ 소리 나는 범행, 예행연습까지?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지난 4월 25일에도 이와 유사한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 등은 이날 새벽 4시께 안양시 동안구 소재의 한 카페에 손님으로 위장하고 들어가 몽키스패너로 여주인 박모(48)씨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친 뒤 현금 10만원과 신용카드를 빼앗아 달아났다. 당시 피해자 박씨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머리 부분이 심하게 함몰돼 정말 ‘죽을 뻔’했다는 게 경찰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예행연습삼아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는 얘기가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씨 일당은 당시에도 현장에 증거 하나 남기지 않았다. 사용했던 흉기는 물론이고, 지문이 남았을만한 재떨이∙술잔∙접시∙포크 등을 모두 현장에서 수거해가는 치밀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도 공통적으로 김씨는 범행을 ‘지휘’했을 뿐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는 않았다. 친구 조씨에게 흉기를 휘두르도록 시키고, 자신은 증거물품을 수거했을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지난 4월 범행에서 “여주인이 깨어날 지도 모르니 몇 대 더 때리”라고까지 교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칫 미제로 남을 뻔했던 이 사건의 전모는 이들 일당의 여죄를 캐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두 건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PC방과 학교 등을 오가며 평범하게 지내왔다. 수업 출석률도 좋았고, 친한 보육원 친구들조차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평온한’ 시간들을 보내온 것으로 드러났다.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씨의 친구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하나같이 그를 감정에 절대 치우치지 않는 ‘냉혈인간’으로 평가했다”면서 “처음부터 경찰들 앞에서도 전혀 떨지 않는 등 죄를 지은 사람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조씨는 검거당시부터 벌벌 떨고 눈물을 흘리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김씨는 자백 후에도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면서 “비록 자신이 직접 흉기를 들고 살해하지는 않았지만 범행을 교사한 혐의로 중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 강씨 살해사건이 보험금을 노린 아들의 범행으로 밝혀짐에 따라 사망보험금 3억2천여만원은 또 다른 법정상속인인 김씨의 누나에게 돌아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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