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차관은 이번뿐만 아니라 '민간인 불법사찰', 'CNK 주가조작' 등 각종 비리 의혹이 터질 때 마다 어김없이 등장했다.
수많은 의혹에 연루되자 본인이 스스로 나서 "특검을 100번 해도 자신있다"며 강하게 부인할 정도였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탓인지 현재까지 그는 단 한차례도 처벌받지 않았다.
우선 박 전 차관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연루돼있다. 이인규(56)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이 불법사찰 혐의로 구속되자 최종석(42·구속기소) 전 청와대 행정관이 갖고 있던 대포폰에 전화를 걸어 대책을 논의한 의혹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박 전 차관이 불법사찰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함께 지난달 25일 박 전 차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의혹을 입증할 만한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해 수사진척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CNK 주가조작 사건 수사선상에도 올라있다. 박 전 차관은 2010년 김은석 전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와 함께 카메룬에 방문해 카메룬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CNK를 도와달라고 요청한 의혹이 있다.
또 CNK 주가조작을 야기한 외교통상부의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이아몬드 매장량이 부풀려진 것을 알고도 김 전 대사와 협의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이국철(50·구속기소) SLS 그룹 회장에게서 지난 2009년 일본 출장 중에 400만~5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에도 휘말렸다. 이에 박 전 차관은 이 회장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하며 평행선을 달렸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의 칼끝도 박 전 차관을 예리하게 파고들고 있다. 특히 박 전 차관과 함께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에 연루된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먼저 구속수감한 검찰은 박 전 차관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박 전 차관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금줄' 의혹을 받고 있는 제이엔테크 이동조(59) 회장의 계좌로 수천만원이 흘러간 수상한 돈거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이정배(55) 파이시티 전 대표의 브로커 이동율(61·구속)씨로부터 박 전 차관에게 2005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2억~3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전 대표는 박 전 차관이 서울시 정무국장이던 2005~2007년까지 2000만~3000만원씩 3~4차례 건네는 등 모두 1억여원을 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을 상대로 이 전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경위와 규모, 사용처, 대가성 및 영향력 행사 여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산(최 전 위원장) 하나를 넘었고 이제 다른 산(박 전 차관)이 기다리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박 전 차관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나 한차례 정도의 추가 소환을 고려하고 있다. 혐의가 입증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적용,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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