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풍 논란 ‘후~’… 또 ‘낙하산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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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풍 논란 ‘후~’… 또 ‘낙하산 회장님’?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9.01.20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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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이구택 회장 사의 ‘외압설’ 내막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저간의 소문이 현실로 드러났다. 포스코 회장의 사퇴를 둘러싼 얘기다.

느닷없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의 사의 표명이 무성한 ‘정치 외풍’ 의혹을 낳고 있다.

민간기업인 포스코 회장이 정권 교체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하는 그간의 관행이 되풀이되자 뒷말이 무성하다.

당사자는 외압설을 부인하고 ‘자진 사퇴’라고 하지만,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여러 면에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돼 포스코를 모범적으로 이끌었던 CEO가 뚜렷한 이유를 대지 않은 채 물러나겠다고 하자 이를 정상적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공기업으로 출발했지만 민영화한지 오래인데다 대부분 외국인과 개인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데도 정권을 잡은 전리품으로 포스코를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포스코는 최초의 내부인사로 ‘공채 1기 이구택’이 수장에 올라 공기업에서 전환된 민간기업의 모범적인 지배경영체제로 거론됐던 것이 사실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그러나, 포스코가 또 다시 정부에 휘둘리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면 기업 이미지는 물론 어렵게 쌓은 기업 경쟁력마저 훼손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이 회장 사퇴 이유 뚜렷치 않아 ‘외풍 논란’ 가열
“지분 없는 정부의 관치 폐습에 희생됐다” 지적
개혁성향 사외이사 ·시민단체 지원 등 ‘설’ 난무
강만수 장관 등 친정부 인사 후임 하마평 올라

포스코는 최근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비상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왔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감산이 예상되고 적자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포스코의 수장이 ‘외풍’에 좌초할 것이라는 소문이 그룹 안팎에서 공공연히 떠돌았던 것이 사실이다.

발단은 검찰로부터다. 2005년 대구지방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게 불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검찰이 이번엔 포스코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각을 낳았다.

당시 포스코 안팎에서는 민영화된 공기업 가운데 KT에 이어 포스코에 검찰 회오리가 들이닥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검찰이 열병합 발전설비 업체 케너텍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한수양 전 포스코건설 사장을 불구속 기소하자 대대적인 포스코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사의 전부터 ‘이구택 교체’ 기정사실화

상황이 이렇게 진척되면서 정치권에서 나온 ‘이구택 교체설’은 철강업계는 물론 증권업계까지 퍼지면서 기정사실로 굳어져 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회장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제시하며 한발 더 나아가 후임자 명단까지 떠돌아 우려는 더욱 증폭됐다.

소문은 일단 사실로 드러났다. 이구택 회장이 지난 15일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날 열린 결산 이사회에서 회장직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천명했다.

이 회장은 “임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비상경영 상황에서는 새 인물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사임을 결정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차기 회장이 선임되는 내달 27일 포스코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외압설에 대해 이 회장은 “외압·외풍에 의한 사직이 아니다”면서 “전문경영인이 자신이 데려온 사외이사에게 연임시켜달라고 부탁한다는 식의 일부 시선이 저를 괴롭혔고 이를 불식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안팎에서는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시각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치 외풍’ 의혹만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어찌 됐든, 이 회장의 중도하차는 포스코의 독립성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체된 과거 포스코 회장 자리와 무관치 않다.

‘주인 없는 민간기업’ 포스코는 정권 교체기에 회장이 바뀌는 외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자 박태준 회장이 임기중 사퇴했고, 김대중 정부 때는 김만제 회장, 노무현 정부에 유상부 회장 등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리를 내놨다. 이 회장마저도 새 정권 출범 1년만에 임기를 남겨놓은 채 물러나 “관치 폐습에 희생됐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포스코는 지난 2000년 정부가 지분을 모두 정리한 민영기업이다. 국민연금만이 투자 목적으로 4.31%의 지분을 갖고 있을 뿐이다. 포스코의 지분은 뉴욕은행 16.18%, 신일본제철 5.04% 등을 포함한 외국인이 전체의 43.32%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은 대부분 개인들의 몫이다.

이같은 지분구조를 바탕으로 이 회장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3년간 연임을 인정받았다.

외국에서는 그동안 포스코를 기배구조가 건강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2002년 외국의 한 증권사는 포스코를 지배구조 면에서 세계 최우수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유상부 회장이 2002년 연임에 성공하고도 정권이 바뀌면서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 분석대상 기업에서 포스코를 빼버리는 사례도 있었다.

진보이사 포진·시민단체 지원설
불협화음 이구택 ‘눈엣가시’로?

그렇다면, 만약 정부가 포스코를 연전히 공기업으로 인식해 외풍을 가했다면 그 배경은 무엇일까.

정·관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과 정부 간에 공생할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제시한다. 포스코가 그동안 이명박 정권과는 색깔이 확연히 다른 시민단체를 지원한 것이 빌미가 됐다는 해석이다. 포스코의 사외이사 가운데 진보 성향을 가진 인사가 자리를 잡고 있는 점도 권력층에서는 ‘눈엣가시’로 여겼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인사는 여기에 “그동안 포스코가 정치권의 청탁에 비협조적이고 지역의 민원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해 정권 핵심부에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고 전하면서 정부와의 불협화음을 또 하나의 이유로 제시했다.

한편으로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를 무마하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검찰이 수사한 점도 이 회장을 끌어내렸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왜 민간기업 회장 사퇴에 청와대가 언급을 해야 하느냐”면서 외풍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후임 포스코 회장에 친정부 인사들의 명단이 벌써부터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사공일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과 개각 대상 1순위로 꼽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내부 인물로는 윤석만 포스코 사장과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당분간 ‘신관치’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한 임원은 이와 관련, “외국인 지분율이 43%를 웃돌고 한해 매출이 30조원을 웃도는 세계적인 철강회사인 포스코는 한국 기업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면서 “외국에서도 주목하는 민간기업 CEO가 외풍을 맞아 교체됐다는 소식을 접한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광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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