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논란 키우는 M&A ‘첨단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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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논란 키우는 M&A ‘첨단기법’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9.02.09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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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ㆍ신한 차입매수(LBO) 철퇴 파장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차입매수 방식의 기업 인수합병(M&A)에 잇따라 철퇴가 내려져 M&A시장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인수할 기업의 자산을 지렛대 삼아 담보대출을 통해 M&A를 추진하면 업무상 배임이라는 사법기관의 판단이 이어져 파장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외상 M&A’라고 비유할 수 있는 LBO(Leveraged Buy Out)가 불법이라는 것이 요지다.

김춘환 (주)신한 회장이 지난해 대법원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M&A업계에 법리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엔 한일합섭을 인수한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에 대해 검찰이 배임 혐의로 징역 5년과 1800억원의 벌금형을 구형해 파문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LBO는 인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자금으로 해당 기업을 사들이는 첨단 M&A 기법이다. 자기 돈을 안들이고 회사를 인수한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봉이 김선달’에 비유한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상적인 기법인데 이를 불법행위로 엮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M&A 업계 일각의 반발 논리이기도 하다.


동양 현재현 회장 LBO 방식 배임죄 구형해 M&A 이슈 부상
김춘환 회장 신한 회생시키고도 ‘공짜 인수합병’ 논란 촉발
법조계 vs 업계 ‘봉이 김선달 식’ 적법성 놓고 뜨거운 설전
LBO기법 피인수사 자산 담보 제공시 대가 지불 여부 핵심


부산지검 특수부는 최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형을 구형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불거졌던 LBO 방식의 M&A에 대한 논쟁에 기름을 퍼붓는 꼴이 됐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쓰이는 첨단기법의 M&A 방식으로 인식돼 국내에서도 LBO 방식을 활용한 M&A가 도입돼 인수에 성공한 기업들이 있었기 때문에 반론이 만만찮게 제기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동양그룹마저 배임 혐의가 적용되자 논란은 증폭될 조짐이다.

동양 현재현 회장 징역 5년 구형
“피인수기업 담보하면 배임”


현 회장은 법정관리 상태였던 한일함섭을 동양메이저를 통해 불법으로 M&A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기소된 바 있다. 검찰은 동양메이저가 한일합섬을 인수하면서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뒤 갚은 과정을 문제삼아 현 회장의 배임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동양메이저가 피인수회사인 한일합섬의 현금성 자산 1800억원을 인수 회사의 부채 상환에 사용함으로써 한일합섬 주주와 채권단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구형의 이유다.

동양메이저는 2006년 한일합섬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2007년에 인수를 위해 페이퍼컴퍼니인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했다. 동양메이저산업 등 SPC 4개사는 한일합섬의 주식 1760만주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고, 동양메이저가 동양메이저산업을 합병한 뒤 한일합섬을 합병하는 수순으로 M&A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경영상의 집중적인 논의 없이 두 회사를 합병한 것은 동양메이저의 인수 차입금 상환을 위한 수단으로 이뤄진 것이라 볼 수밖에 없으므로 배임 행위가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현 회장과 함께 기소된 추현우 동양메이저 대표에게 징역 5년을, 합병 과정에서 내부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전철 전 한일합섬 부사장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19억30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주주 피해 잠재돼 있다” vs “선진국 허용하는 기법”

재판 과정에서 동양증권 M&A팀이 작성한 문건은 검찰의 이같은 구형을 내리는데 촉매제가 됐다. 공판에서 검찰은 동양 측이 문건에서 “90억원만 들이면 한일합성 현금성 자산으로 빌린 돈을 갚고도 남기 때문에 ‘공짜 M&A’라는 표현이 나온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변호인단은 그러나 “문건대로 진행할 경우 국내에서 금지하고 있는 LBO)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은행, 법무법인 등과의 논의를 거쳐 새로운 금융구조를 가지고 한일합섬을 인수했다”고 반박했다.

인수 당시 한일합섬이 동양메이저보다 재무구조가 더 좋았다는 검찰 지적에 대해서도 “한일합섬이 당시 경남 마산 땅을 팔면서 일시적으로 현금이 많이 들어오면서 재무구조가 좋아졌을 뿐 10년간 법정관리를 받은 기업과 50년간 운영돼 오던 기업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동양그룹은 동양메이저는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조달했고 나중에 합병된 회사에서 차입금을 갚은 것이어서 일반적인 LBO 사건과는 다르다는 점을 변호인단을 통해 꾸준히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은 동양메이저가 피인수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자을 조달해 회사를 합병하는 이른바 차입인수(LBO)방식을 사용해 한일합섬을 인수했다는 잘못된 판단에서 처음 수사에 착수했지만 이후 차입인수 방식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자 공소장을 변경하는 등 합병의 본질을 모른 채 편향시각에서 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반박했다.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해당 회사에 손해가 있어야 하지만, 이번 합병은 페이퍼 컴퍼니가 아닌 지주회사에 의한 정상적인 자본거래로 합병 후 오히려 큰 회사가 됐을 뿐 아니라 한일합섬이 공중분해 되거나 직원들이 퇴직하는 등의 악의적인 합병도 아니라고 변호인 측은 강조했다.

이번 구형으로 M&A 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LBO 방식으로 인수된 까르푸, 하이마트, 대한통운 등의 사례도 사법기관의 판단대로 불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지 논란이 더욱 뜨겁다.

신한 김춘환 회장 LBO로 ‘성장신화’
‘봉이 김선달’ 비유… 사법처리 오명

차입매수 논란에 불을 댕긴 것은 건설회사 (주)신한의 김춘환 회장이다. 김 회장은 ‘봉이 김선달’에 비유될 정도로 신한 인수를 전후해 M&A 수완이 대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그는 LBO 방식의 M&A에 대해 배임 혐의로 사법 처리되는 최초의 기업인이 되는 오명도 안았다.

그는 선진국의 금융기법을 도입한 LBO식 M&A를 성사시켜 업계의 이목을 이끌었다. 피인수기업인 신한의 부동산과 예금을 금융회사에 맡겨 조달한 700억원을 인수자금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부동산 업계에서 활약하던 김 회장은 2001년 3월 신한 인수전에 나서 건설회사로 손을 뻗쳤다. 당시 법원의 회생절차를 밟고 있던 신한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같은 해 6월 페이퍼커퍼니로 설립한 S&K월드코리아를 통해 신한의 지분 66.2%를 인수했다.

김 회장은 이 과정에서 신한 소유의 550억원대 부동산을 담보로 320억원을, 신한 소유의 예금 320억원을 담보로 320억원을 각각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소위 ‘지렛대 효과’를 노려 제 돈 안들이고 인수자금을 마련한 셈이지만, 김 회장은 신한을 회생시키며 최근 2년간 2조원 이상의 실적을 올리며 M&A 신화를 작성한 인물로 업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여간 검찰 측과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다.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무죄 판결 원심을 두차례나 돌려보내면서까지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김 회장의 유죄를 확정했다.

서울지법은 2003년 1심에서 피인수회사가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등 도산 위기에 처한 한계기업이라 하더라도 그 회사의 주주나 채권자들의 잠재적 이익은 여전히 보호돼야 할 것이라면서 LBO 방식의 인수합병을 불법으로 판결했다. 신한에서 제공한 담보에 문제가 생기면 주주와 채권자들이 손실을 보기 때문에 인수기업이 S&K월드코리아가 인수한 주식과 채권 등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주)신한이나 금융기관에 담보를 제공했어야 한다는 것이 1심 판결의 배경이었다.

그러나 이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법은 당시 판결문에서 “담보 제공 사실을 들어 곧바로 피고인에게 신한에 손해를 가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법정공방은 막을 내렸다. 대법원은 2006년 11월 “서류상 회사인 S&K가 신한의 주식 내지는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대출로 인한 직접적인 이득은 신한에 귀속된다고 할 수 없다”면서 사건을 다시 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고법에서는 신한의 자산 가운데 부동산 담보는 유죄를, 예금 담보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대법원은 배임을 피할 수 없다면서 유죄를 선고해 형을 확정했다.

잇따른 두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과 구형은 LBO 인수가 피인수기업의 주주와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확산시켰다.

“배임 적용은 경제활동 위축” vs
“글로벌 금융위기 원인” 논란 증폭

최근 사법기관의 인식은 주주나 채권자들이 LBO 방식의 M&A로 인해 원치 않는 손해를 입을 수 있고, 이는 곧 인수기업의 경영진이 위탁자인 주주들에게 임무를 다하지 못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수자가 배임 혐의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피인수기업 자산의 담보 제공으로 인한 리스크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인수기업에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정리된 사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하지만 M&A 시장 일각에서는 사법기관과는 다른 인식을 갖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LBO가 일상화돼 있는데 국내의 법적 테두리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상례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최근의 법적 판단처럼 배임죄를 폭넓게 적용한다면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논리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의 한 M&A 전담임원은 “기업들이 LBO 방식의 M&A를 선택할 때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장치를 세워놓고 인수 작업을 하는데 LBO 자체가 손 안대고 코 푸는 식으로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우량기업이 운영난에 빠진 기업을 인수하면 M&A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어 양측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는데 손사래부터 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 등에서는 법조계의 판단을 환영한다. 최근의 굵직한 M&A 판결과 구형이 향후에도 발생할 소지가 높은 대주주 전횡에 따른 부도덕한 사례를 막아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미국 법원의 경우처럼 피인수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 정당한 LBO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논란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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