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넘기면 또 위기… 이재용 전무 파경에 경영권 승계 차질 빚나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이재용(41) 삼성전자 전무가 결혼 11년 만에 파경 위기를 맞아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이재용 전무로의 3세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이 악재에 다시 휘말려 그룹 안팎에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전무는 지난 11일 부인인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씨(32)로부터 5000억원대의 이혼 소송을 당했다.
이 전 회장도 비슷한 시기에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이 전무 부부의 이혼소송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1년에 한번 하던 정기 건강검진을 올해부터 2번 하기로 했다지만 재계는 이혼소송의 충격으로 이 전 회장이 와병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가 이재용 전무 부인 임세령씨 이혼소송 5천억 청구
‘삼성선고’ 미뤄지고 삼성電 큰 폭 적자… 겹악재 곤혹
‘단아한 황태자비’ 자리 박차고 거액 요구해 의혹 증폭
이건희 전 회장 충격 때문인가… 같은 날 입원 정기검진
도덕성 흠집 ‘이재용 귀책사유’ 터지면 승계구도에 타격
재산분할 액수 따라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지장 줄 수도
◇경영권 승계 차질 빚나 = 이번 이혼소송으로 3세 경영체제를 굳혀가던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가 재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장단 인사에 이어 삼성은 3월 1일자로 예정된 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삼성 임직원들은 일손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인사를 통해 이 전무를 중심으로 ‘포스트 이건희’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며 후계구도의 밑그림을 그려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이 전무가 그룹 내 조직을 추스리지 못하고 이혼소송에 매달리게 되면 상대적으로 삼성 업무에 소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더욱이 최근 삼성이 조직을 재정비하고 인사 조정 폭을 넓힌 상황이어서 향후 경영 전략을 세워나가는데 지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임씨는 이재용 전무에게 위자료 10억원, 재산분할 500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이 전문의 재산 가운데 상당액을 차지하는 액수다.
따라서 이혼소송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지주사 전환이나 경영승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혼소송 청구액의 최대 30%까지 재산분할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이 전무의 보유 지분에 변화가 생길 경우 삼성의 지배구조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 관계자는 “개인 차원의 일에 대해 회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이번 소송을 경영권 승계로까지 연관시키는 것을 경계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씨의 도덕성에 흠집을 낼만한 것이 알려진다면 경영권 승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점잖은 성품의 소유자로 알려진 이 전무의 파경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계에서는 삼성 재판 지연에 이혼소송이라는 악재가 겹쳐 삼성의 경영권 승계가 차질을 빚거나 시점이 늦춰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왜 이혼 선택했나 = 그렇다면 이 전무의 부인 임세령씨는 왜 이혼을 선택했을까. 이 전무 부부가 11년 동안 조용한 결혼생활을 유지해 왔다.
따라서 재벌가의 신세대 며느리가 왜 재계 최고의 ‘황태 자비’ 자리를 박차고 소송을 결행했는지 궁금증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전무 부부는 그동안 원만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 불화설이 떠돌기도 했지만 호사가들의 입방아 쯤으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임씨가 올 초부터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부부의 별거가 꽤 오래 지났다는 소문도 나오는 상황이다.
부러울 것 없는 임씨가 이혼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로 일각에서는 영국 다이애나 비의 경우를 예로 든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러울 것이 없지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다이애나 비처럼 사생활이 없이 재벌가의 ‘법도’를 지켜야 하는 생활을 버티기 힘들었을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있다.
가장 큰 이유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국내 최대 재벌그룹의 며느리라는 중압감. 지난 1997년 교통사고로 숨진 영국의 다이애나 비처럼 사생활이 없고, 꽉 막힌 생활을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인 임씨는 지난 98년 연세대 경영학과에 다니다 부모들의 주선으로 21세때 삼성가의 며느리로 시집을 갔다. 임씨는 결혼 직후 학교를 그만두고 남편을 따라 유학길에 올랐고, 이후 사회생활은 하지 않고 내조에만 힘써왔다.
따라서 임씨가 재벌가의 여인으로 내조의 길을 걸으면서 엄격한 시집살이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높다. 자유롭지 못한 외출 등에서 타인의 시선을 항상 의식해야 하고 조심스런 행동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을 가졌을 수 있다.
하지만 11년간 이 전무를 내조하며 1남 1녀를 키웠던 임씨가 갑자기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이혼을 요구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이혼의 직접적인 동기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했고, 삼성 특검이 마무리되면서 적절한 이혼 시기를 점쳐오다 소송을 제기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임씨가 원고로서 소송을 제기한 점과 이 전무를 상대로 위자료와 자녀 양육권을 요구한 것으로 봐서는 이 전무 쪽에 이혼소송의 귀책사유가 있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대상그룹 장녀로 2대주주 = 이 전무를 상대로 5000억원대 이혼소송을 낸 임세령씨는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다.
임씨는 지난 97년 초 불교도 모임에서 이미 친분을 쌓았던 양가 어머니의 소개로 이 전무를 만났다. 이 전무는 당시 일본에서 MBA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임씨에 대해 이 전무는 예사롭지 않은 온정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98년 1월 약혼을 했고, 5개월 뒤인 같은 해 6월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의 결혼은 ‘미풍’과 ‘미원’으로 조미료 경쟁을 벌였던 영남과 호남의 대표기업이 사돈을 맺었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을 모았다.
임씨는 결혼과 함께 미 하버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남편을 따라 미국 길에 올라 남편의 뒷바라지에 충실했다.
시아버지인 이건희 전 회장이 1999년 미국에서 암 치료를 받을 때 지극 정성으로 간호를 해 시부모의 사랑이 각별하다고 알려졌다.
2000년 1월 미국에서 장남 지호(10)를 얻었고, 이듬해에 귀국해 시부모와 함께 살면서 딸 원주(9)를 낳았다.
임씨는 귀국 후 육아에 전념했고, 한 인터넷 카페는 단아한 외모의 임씨를 재벌가에서 가장 예쁜 여성으로 꼽기도 했다.
임씨는 대상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주식 19.9%를 보유해 여동생에 이은 2대 주주로 작년 기준으로 380억원대의 주식을 갖고 있다. 대상홀딩스 3대 주주는 두 딸에게 주식을 상당 부분 증여하고 6.26%를 갖고 있는 임창욱 명예회장이다.
◇재산분할 어떻게 될까 = 이혼과 관련한 재산분할 청구도 세간의 관심 대상이다. 임씨가 청구한 분할재산이 무려 50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가정법원에서 이혼 판결이 나오더라도 재산분할의 비율은 10~20%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최대 30%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특히 이 전무의 재산이 대부분 주식으로 이뤄져 있는데다 증여받은 재산이어서 법조계는 이혼 때 분할의 대상이 아니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따라서 청구금액에 훨씬 못미칠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시각이다.
재산분할소송의 쟁점은 재산 형성과정에서의 기여도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데, 여성 배우자의 가사노동 및 육아에 대한 가치를 높게 인정하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드러난 재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분할신청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씨도 적잖은 재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전무 부부의 경우 각자 명의의 재산으로 분류한 뒤 결혼 전 재산과 후의 재산을 나눠 분배하는 것이 통례인 것으로 전해진다.
월급 생활자의 경우 이혼하면 40~50%의 재산분할을 하지만, 그간 판례를 살펴보면 재벌 이혼사건의 경우 일반인의 절반에 그쳤다.
거액의 재산분할을 청구했던 이혼소송은 지난 2000년 삼영그룹 이종환 회장의 부인이 제기한 1000억원대 소송이 가장 컸다. 하지만 당시 소송에서 실제로 받아낸 액수는 50억원이었다.
따라서 그간의 관례나 정서로 볼 때 임씨의 이혼소송도 타협의 과정을 거쳐 액수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재산분할 청구액이 엄청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전무의 실제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도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외부로 드러난 이 전무의 재산은 대부분 삼성그룹 보유주식으로 부동산과 기타 보유재산 등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2일 현재 이 전무의 주식보유 현황은 삼성전자 84만403주(0.49%), 삼성에버랜드 62만7390주(25.1%), 삼성SDS 514만6700주(9.1%), 삼성네트웍스 793만1742주(7.64%), 서울통신기술 506만6690주(46.04%), 가치네트 140만주(36.69%) 등이다.
이 가운데 상장사인 삼성전자 주식은 12일 종가기준으로 4370억원(주당 52만원)에 달한다. 비상장 계열사의 경우는 삼성에버랜드가 약 530억원, 삼성SDS가 2400억원, 삼성네트웍스 450억원, 서울통신기술 1550억원, 가치네트 26억원 등이다. 이를 모두 더하면 약 9300억원대에 달해 주식재산만 1조원대인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사건 당시 이 전무의 재산은 1조5000억원 정도로 추정됐지만, 그가 삼성그룹의 후계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재산 가치를 액면 그대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벌가 이혼史도 관심 = 임씨의 이혼소송이 알려지자 세인의 관심의 재벌가 이혼史에 옮겨 붙고 있다.
재벌가의 파경 사례 가운데 가장 큰 뉴스가 됐던 것은 고현정씨의 이혼이다. 고현정은 지난 95년 당시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장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사장(현 부회장)과 화촉을 밝혀 화제를 모았다.
정 부회장과의 슬하에 1남1녀를 뒀으나 결혼 8년 6개월 만에 파경을 맞고 말았다. 고현정에게 위자료 15억원을 주는 대신 자녀 양육권을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희 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다섯째 딸이다.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한성주 전 아나운서도 지난 99년 6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채승석씨와 결혼했으나 결혼 10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그녀의 부친은 부성학원 설립자이자 12대 국회의원을 지낸 한석봉씨다. 최근 각종 TV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며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성주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반대하시는 부모님을 설득해 결혼했다”며 항간에 떠돌던 ‘정략결혼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최원석 전 동아건설 사장과 70년대 유명 여성듀엣 ‘펄 시스터스’ 멤버 배인순씨의 결혼과 이혼도 당시 화제를 몰고 다녔다. 배인순씨는 이혼 직후인 지난 2003년 자전소설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 잔>을 내면서 최 전 회장과의 ‘과거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은 배인순씨와 이혼한 뒤 장은영 전 KBS 아나운서와 결혼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광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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