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임박하자 여의도서 순풍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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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 임박하자 여의도서 순풍 ‘솔솔’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9.02.16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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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전환 앞둔 재벌그룹들 운명은?
관련법 개정 여부에 SK, 두산 등 표정 엇갈릴듯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재벌그룹들의 행보가 순풍(順風)을 타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하는 시한이 오는 6월로 다가오면서 해당 그룹들의 선택에 주목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가 2월 임시국회에서 지주회사 규제완화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협의 처리키로 합의함에 따라 개정안 통과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순환출자 해소기한은 오는 6월에서 2010년 6월까지로 연장된다.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엔 2년 더 시간을 벌 수 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재벌그룹들의 셈법은 무엇일까.


2월 공정거래법 개정안 여야 협의처리 가능성에 가열되는 찬반 공방
두산, 자회사 주식가액 비율 58%ㆍ부채 80% 3년만에 재무요건 충족
SK, 시한 앞두고 순환출자 해소 어려워 법 개정 따라 희비 엇갈릴 듯
SKC&C 상장 딜레마에 개정법 기대… 한화도 지주사 전환 사전작업?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 가능성 높아

여야는 최근 출자총액제한 폐지와 지주회사 규제완화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협의 처리키로 합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참여정부 시절 논의가 일기 시작한데다 야당에서도 찬성하는 여론이 형성돼 있어 협의 처리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개정안은 기업 투자 활성화와 지주회사 전환 촉진을 위한 것이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재벌그룹들은 출총제 규제에서 벗어나는 혜택을 얻으며, 향후 출총제가 폐지되면 지주회사가 받을 수 있는 상대적 불이익도 해소될 전망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에 대해 △부채비율 200%(공정거래법 개정중) 이하 △자회사 지분율 상장사 30%, 비상장 50% 이상 유지 △자회사 외의 국내 계열사 주식소유 금지 △비계열사 주식 발행주식 대비 5% 초과소유 금지 △금융사 주식 소유 금지(공정거래법 개정중) 등의 요건을 갖추도록 정하고 있다. 아울러 자회사도 손자회사 지분을 50%(상장사 30%) 이상 보유해야 하고, 손자회사는 국내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임시국회에서는 현행 법 가운데 지주회사 부채비율과 비계열사 주식 5% 초과 보유 금지조항을 폐지하는 한편 지주회사 요건 충족 유예기간을 최대 5년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다루게 된다.

개정안 협의 처리를 목전에 두고 찬반 양측의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지주회사 도입의 근본 취지를 약화시킨다는 비판과 지주회사로의 전환 촉진이란 점에서 찬성하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개정 법안의 쟁점 사항을 두고 지난 12일 정치권에서는 금산분리와 출자총액제한 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여야의 토론회가 나란히 열려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국회 선진경제연구포럼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출총제 규제가 기업들의 신성장산업으로의 진출에 애로를 조성해 기업들의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본부장은 출총제 규제와 관련, “현재와 같이 세계화된 시장에서의 대경쟁 상황에서 생존과 성장을 이룩하려면 기업은 미래의 유망산업에 자유롭게 진입하고 사양산업에서 신속하게 퇴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도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재벌-금융규제 완화가 경제위기 해법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갖고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금산분리 완화에 반대 의견을 냈다.

김진방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위원장은 “4대 재벌그룹의 자산총계가 국내 GDP의 50%에 육박하는 등 경제력 집중 문제가 심각하다”며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 폐지, 공정거래법 개정은 금융산업의 육성 뿐만 아니라 재벌 문제를 의식해서라도 잘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산, 지주사 전환 재무요건 충족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재벌그룹 가운데 여야의 관련 법 개정과 관계없이 최근 재무적 요건을 충족한 곳으로는 두산그룹을 꼽을 수 있다.

두산그룹은 2007년 밥캣 인수 이후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노출됐다는 의혹을 잠재우는 동시에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은 다음달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비자금과 분식회계 공방을 거쳤던 2005년 ‘형제의 난’ 후유증을 털고 기업 이미지 개선과 투명 경영을 위해 2006년 3년 이내에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주)두산은 지난 4일 지난해 실적을 잠정 결산한 결과 자산 대비 자회사 주식가액 비율이 지주회사 요건인 50%를 넘어 58%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 가운데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를 넘는 기업을 지주회사로 규정하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서는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두산은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2006년 종가집김치 사업을 매각했고 2007년에는 두산타워와 생물자원 사업을 물적 분할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테크팩과 지난 1월 주류사업을 매각하면서 지난 2005년 말 300%대였던 (주)두산의 부채비율을 79.8%로 낮추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해 왔다. 두산은 이와 함께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후보 추천제, 서면투표제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주)두산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결산 승인을 받아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된다. 지주회사 전환으로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주주가치 증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 두산의 계획이다.

조용만 (주)두산 상무는 “지주회사 전환은 오는 3월께 있을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지만 보통 실적 결산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통해 계열사 간 얽혔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 왔다”면서 “이로써 한 계열사에 재무적 리스크가 발생해도 순환출자 고리로 인해 그룹 전체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할 경영구조를 갖췄다”고 말했다.

그룹의 지주회사로 전환할 (주)두산은 지난 2007년 5월 두산엔진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주)두산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두산→두산중공업→두산엔진ㆍ두산인프라→두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두산(41.25%)→두산중공업(20%)→두산캐피탈로 연결되는 지분구조에서 금융계열사인 두산캐피탈을 매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이로써 두산은 지주회사 전환을 계기로 오너일가 4세들로의 승계구도를 발 빠르게 갖춰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 회장 개정안 통과 움직임에
2012년까지 연장 ‘시간 벌었다’ 느긋?

두산의 행보와는 달리 SK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한지 2년이 흘렀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일정이 오는 6월로 촉박하게 다가왔지만 웬일인지 최태원 SK 회장은 오히려 느긋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최 회장과 SK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이번 임시국회에서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를 낙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회사 요건 충족 유예기간을 최대 5년으로 연장할 수 있어 2012년까지 요건을 맞춰도 전환이 가능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K가 지주회사 전환을 예정대로 추진하지 못한 것은 SK C&C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SK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순환출자 해소에 나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SK C&C 상장이 필요하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44.50%를 보유하고 있는 SK C&C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있다. SK C&C→SK(주)→SK텔레콤ㆍSK네트웍스→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따라서 SK(주)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최 회장은 이같은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SK(주)의 자회사 주식가액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더불어 최 회장은 그룹을 지배하기 위해 지주회사인 SK(주)의 지분율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순환출자의 중심인 SK C&C는 지난해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열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해 SK C&C는 SK(주)의 지분율을 25.42%에서 31.82%로 확대했다.

이는 최 회장이 최대주주인 SK C&C의 그룹 영향력을 높이는 동시에 상장을 시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실탄’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경제위기로 SK C&C의 주가가 떨어져 지난해 7월 상장을 철회한 이후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공모희망가를 주당 11만5000~13만2000원으로 산정했지만 주가 폭락으로 SK C&C의 주식가치가 하락하자 상장을 하지 못하고 주가 반등 시점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시한에 맞추지는 못했지만 SK는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이 통과되면 5년의 시간을 벌 수도 있다. 2007년부터 추진했으므로 2012년까지 시한을 늘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입법 개정안이 수포로 돌아가더라도 당국의 허가를 얻어 20011년까지 2년을 연장받을 수도 있다.

재계는 이에 따라 최 회장이 SK C&C에 대한 지배력 확대와 함께 그룹의 지주회사로 설 SK(주) 지분율 강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SK그룹은 지난달 SK(주)와 SK에너지, SK텔레콤에 대한 주주 현금배당을 결의하기도 했다. 배당에 따라 SK(주) 2.22%를 갖고 있는 최 회장은 20억원 가량의 배당액을 챙겼다.

최 회장은 앞서 2007년에는 SK(주)와 SK에너지의 지분 교환을 통해 SK(주)의 지분율은 0.97%에서 2.22%로 끌어올린 바 있다.

하지만 당장은 실탄 확보에 더 용이한 SK C&C 지분 확대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SK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서도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SK C&C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일련의 순환출자 해소 작업도 차질이 생겼지만 재계에서는 기한이 연장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SK C&C는 시간을 갖고 자본잉여금을 최대로 확대할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한화증권 차홍선 연구원은 “올해 2월로 예상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SK C&C 상장이 최소 2010년 6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때까지는 지주회사 문제가 적극적으로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상장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도 지주회사 수순?

한화그룹의 최근 움직임도 일각에선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읽히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지난 9일 한화증권으로부터 (주)한화 주식 170만주 전량을 매수했다. 이로써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보통주 수는 1683만7949주, 지분율은 22.46%로 늘어났다.

한화그룹은 이를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밝혔으나, 김 회장의 본격적인 자사주 지분 확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전초 작업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엔 (주)한화가 한화석화 지분 40.29%, 한화석화가 한화증권 지분 11.96%, 한화증권이 (주)한화 지분 2.27%를 보유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김 회장의 매입으로 한화-한화석화-한화증권-한화로 연결된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져 한화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시기상조라고 밝히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출총제 폐지와 지주회사 규제 완화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월중 통과될 것을 염두에 둔 한화가 장기적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한화가 금융지주회사로 갈지, 일반지주회사를 선택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한화증권 이용호 대표는 최근 “한화그룹은 제조업과 금융업으로 분리돼 대한생명과 한화증권, 한화투신운용, 한화손해보험, 한화기술금융 등 금융계열사는 금융지주회사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광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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