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촌갈등’ 분가로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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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사촌갈등’ 분가로 풀리나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9.02.23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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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거지는 ‘최태원-최신원’ 계열분리설
‘올드보이’ 손길승 회장 임무는 계열분리 중재?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SK그룹의 사촌형제간 분가 절차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는 분가를 서두를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그룹 안팎에선 형제간 계열분리설이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아들인 최신원 SKC 회장의 일련의 행보가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원만한 협의를 통해 ‘형제경영’의 틀 속에서 분가하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 사촌형제 4명이 그룹 분할승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얘기도 들려온다.

재계에서는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최근 복귀한 것도 원만한 분가 작업을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SK를 30년 지켜온 연장자로서 사촌형제간 갈등의 소지를 해소하는 소방관이자, 분가의 방향을 제시할 해결사로서 ‘컴백’을 결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열분리를 통한 재산분할을 원만히 이루기에는 SK의 지분구조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올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 창업주 아들 최신원 SKC 회장 계열분리 수순 행보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지배력 확보해 분가설 가열
사촌 갈등 우려되자 손길승 명예회장 중재자로 불렀나
지배구조 난제 얽히고 손 회장 반대 여론 여전히 악재


SK그룹의 분가설이 나돈 것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창업과 성장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기업의 역사를 보면, SK그룹 계열분리는 시점의 문제일 뿐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분가의 징후는 최근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이 분가 의사를 직ㆍ간접적으로 비추고 있어 언제 수면 위로 구체적인 움직임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사촌형 최신원 회장 분가 추진
SKC 등 형제간 분리 숙제로

분가설을 언급하는 배경으로는 SK그룹의 창업 모태를 빼놓고는 얘기하기 어렵다.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이 세상을 떠난 이후, 그의 동생인 최종현 회장에 이어 최종현 회장의 장남 최태원 회장이 선친의 그룹 경영권을 승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경우에 따라 ‘적통 마찰’까지 빚을 수 있다는 재계 일각의 분석도 억측만은 아닌 듯 싶다.

최종건 회장이 폐암으로 48세에 갑작스레 타계할 당시 슬하의 3남4녀는 나이가 어려 그룹 경영을 이어받을 처지가 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최종현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았고, 1998년 아버지를 여읜 최태원 회장으로 SK그룹은 대물림됐다.

최신원 회장은 차남이었으나 형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이 세상을 뜬 이후로 장손 역할을 하며 SK가문을 챙겨왔다.

SK가 계열분리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은 지난해부터 강하게 제기됐다. 최태원 회장의 취임 10년을 맞아 경영권을 안정화한 가운데 나온 얘기여서 재계의 유별난 관심을 이끌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SK의 계열분리는 말처럼 쉽게 정리될 것 같지는 않다. 최신원 회장의 SKC 지분이 3.11%에 불과해 실타래를 풀기가 어려운 구조다.

최신원 회장은 애초에 SKC 지분이 없었으나 4년에 걸쳐 개인 최대주주로서 3.11%까지 보유해 SKC를 그룹에서 분리하고자 하는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최신원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과 SK건설 부회장도 SK상생경영위원장을 맡아 그룹경영 전면에 나섰고, SK건설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최창원 부회장은 SK건설과 SK케미칼 지분을 각각 9.61%와 8.79%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E&S 부회장도 SK글로벌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최근 SK텔레콤 등기이사로 등재되면서 그룹 내에서 위상을 한단계 높였다. 최재원 부회장은 SKE&S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SK가스 대표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창업주의 자손인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이 이처럼 그룹 내에서 지배력을 갖춰나가는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분가작업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차츰 많아지고 있다.

최신원 회장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가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4형제 사이의 계열분리를 희망했다. “SK가(家) 2세들인 우리 4형제가 앞으로 계열사를 나눠 맡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최태원 회장은 그룹 전반을, 최재원 부회장은 에너지 사업, 최창원 부회장은 케미칼.ㆍ건설, 최신원 회장 본인은 SKC와 SK텔레시스를 통해 화학사업과 IT 소재부품사업에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다만, 분가를 형제간 책임경영체제라고 표현하면서 아직 몇가지 절차가 남아있으므로 조만간 ‘합의’가 끝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따라서 SK가문의 형제 경영인들이 어떤 식으로든 계열분리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신원 회장의 SKC 지분율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최창원 부회장의 SK케미칼은 지난해 분가의 단초를 마련했다지만 SKC의 경우 SK 수직계열화의 지배구조에 묶여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최신원 회장이 오너로서 SKC의 개인 지분을 2007년 1.97%에서 최근까지 3.11%로 부단히 끌어올렸지만 SKC를 장악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다.

워커힐 분가로 유턴?

워커힐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C의 지배지분 확보가 어려운 만큼 워커힐을 통해 최신원 회장이 분가하는 것이 한 방법으로 제기되고 있다.

워커힐은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이 생전에 인수한 기업으로 애정이 많았던 데다 최신원 회장 본인도 “자식된 입장에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해왔기 때문에 선친의 손때가 묻은 워커힐 지분을 늘리는 것이 부담을 더는 것일 수도 있다.

워커힐은 △SK네트웍스(50.37%) △한국고등교육재단(8.75%) △SKC(7.5%) 3대 주주의 지분율이 높은데, SKC와 달리 비상장 기업이어서 ‘형제간 합의’를 도출해 수도 있다고 일각에선 보고 있다.

아울러 최태원 회장은 워커힐 지분을 무상 출연해 개인 지분이 없는 상태여서 최신원 회장의 분가를 위해 워커힐이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워커힐 분가설도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최태원 회장 역시 워커힐에 대해 강한 애정을 갖고 있고 “(형제들이) 같이 할 때 보다 큰 성과를 빨리 낼 수 있다”고 지난해 언급한 것도 계열분리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재계에서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최신원 회장이 최근까지 SKC 주식과 계열사이 SK텔레시스 지분을 꾸준히 매집한 것에 주목한다. 비상장 회사인 SK텔레시스 지분율을 계속 늘린 이후에 상장시켜 그 차익을 SKC 지분을 추가 매집하는 실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SK그룹 측에서는 형제간 분가가 가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생각은 하고 있겠지만 그룹 차원에서 언급한 적도, 계열사에서도 거론된 적도 없어 화급한 현안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 “계열분리를 하더라도 먼 훗날의 구상으로 추진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계열분리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지배구조를 의식한 듯, 이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분가할 것인지 추정은 가능하지만 실제와 부합하느냐는 다른 문제”라면서 “복잡다난한 문제들이 얽혀있어 긴급한 현안으로 다뤄질 성질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길승 회장 복귀 임무
계열분리 갈등 해결사?

이같은 지분구조 때문에 SK그룹 계열분리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건너야 할 강이 산적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재계에서는 어떤 식으로 분가할 것인지를 놓고 최태원-최신원 회장이 불화 내지는 갈등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최근 복귀한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의 진짜 임무가 이를 봉합하고 형제들 자신이 풀기 어려운 계열분리 작업을 교통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SK일가의 양축인 최태원ㆍ최신원 회장 가운데서 손 명예회장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쳤다는 얘기도 있다. 일각에선 최태원 회장이 손 명예회장의 집무실이 있던 워커힐을 찾아가 자문을 얻고 복귀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K 분가의 중재자로서 손 명예회장을 꼽는 것은 그간 쌓아온 그의 그룹 내 입지가 견고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SK 측은 손 명예회장이 지난해 8월 특별사면에 따라 복귀할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부인해 왔었지만 지난해 12월 8일 그는 친정으로 돌아왔다.

SK텔레콤은 손 명예회장의 복귀에 대해 그룹 발전에 기여한 공적에 따라 명예회복 차원에서 추진됐으며 경영 자문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이는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가운데 ‘올드 보이’의 실제 임무가 무엇인지 갖가지 추측이 돌고 있다.  

SK그룹 내에서 ‘손길승 인맥’은 그의 공백 이후 대부분 떠나고 친정체제가 구축됐다고 하지만 그의 입지가 무뎌진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손 명예회장은 20년간 그룹 기획실장으로 고 최종현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했고 98년 최태원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한 이후부터 2003년 SK글로벌 사태가 터질 때까지 그룹을 이끌어 실질적인 2인자 위치를 지켜왔다. 최태원 회장이 분식회계 사건으로 2003년 2월 구속 수감돼 보석으로 풀려나는 그해 9월까지 경영 공백을 메웠고, 본인은 비자금 유용 혐의로 2004년 8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올드 보이’의 귀환 임무는 과연 무엇일까. 재계의 호사가들은 이에 대해 갖가지 추측을 내놓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과 서울대 상대 동문인 인연으로 지주회사 전환 등의 현안을 다룰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SK의 숙제로 남아있는 계열분리에 주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유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손길승 복귀 부정적 여론도
‘올드보이’ 역할에 걸림돌

그러나 세간의 부정적 여론이 손 명예회장의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를 안고 있어 그의 귀환 임무가 제대로 먹힐지 의문스럽게 보는 시각도 있다.

시민단체에서 SK글로벌 사태를 ‘한국의 엔론’에 비유할 정도로 아직까지 여론은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당시 사태의 중심에 손 명예회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003년 당시 SK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자 유동성 위기를 맞은 SK글로벌은 채권단에 넘거갔고,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맡기는 등 그룹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그 뿐만이 아니다. 관련 증시 등 국내 경제 전체도 혼란에 빠져 국가 신인도까지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이런 까닭에 손 명예회장의 복귀는 아직도 부정적 정서가 그 저변에 깔려있다. 복귀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회사자금을 유용했던 손 전 회장에 대해 SK텔레콤은 명예회장 추대가 아니라 손실보전을 청구해야 한다”면서 강하게 반대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손길승 명예회장은 그동안 불미스런 일에 대해 국가로부터 사법적인 판단을 모두 받은 상태여서 복귀할 수 있었다”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그의 중점 역할에 대해서는 “그룹을 위해 기여할 부분이 있을 거라고 봐서 모신 것으로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오너 형제분들과 의논하실 수는 있겠으나 경영 자문 역할 이외에는 공식적으로 밝힐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광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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