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재벌 증여 세금 회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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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재벌 증여 세금 회피 논란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9.03.14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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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만 재무구조 개선?… “법 허점 악용, 세금 없는 우회증여”

지분증여 목표는-자녀 곳간 채우기?
올 들어 주식 하락장 틈타 두산ㆍ남양유업 등 지분 증여 봇물
신격호 롯데 회장 98년후 네 번째 결손기업 무상증여 ‘떠들썩’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최근 잇따르고 있는 대기업 재벌들의 주식 무상증여가 편법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주식시장이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시기를 틈타 세금을 회피하려는 편법증여 행위라는 지적이 높아 투자자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자신이 보유한 3개 계열사 지분 950억원 어치를 무상으로 증여했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편법증여일 가능성을 높게 제기하고 있다. 부채가 많은 결손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증여 이유로 밝혔지만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신 회장의 자녀들이 이들 회사의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손기업에 대한 증여는 세금이 추징되지 않는 점을 악용한 편법 증여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롯데의 경우처럼 재벌들이 주식 약세장을 기회로 삼은 후세들에 대한 증여가 올해 들어 활발해지고 있다. 대기업 오너들이 후손들에게 해당 기업의 지분을 넘기는 사례가 잇따르자 증권가 등에서는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경영승계의 일환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두산, 남양유업 등 증여 러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1월 10억원 규모의 두산 주식 1만주를 6명의 손자ㆍ손녀들에게 증여했다. 박 명예회장은 자신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의 자녀 상민(19), 상수군(15)에게 각각 2000주와 3000주를 증여했다. 박 명예회장은 또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의 자녀인 상우군(15) 등 2명에게도 총 3천333주의 주식을 물려줬고, 외손인 서주원(22)씨와 장원(19)군에게도 각각 834주와 833주를 증여했다.서주관광개발은 지난 3일 최대주주 권정윤씨가 보유주식 10만1585주 전량을 신석우씨에게 무상증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신석우씨로 변경됐다. 지분 인수 목적은 경영 참여로, 권정윤씨의 보유주식이 상속으로 인해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으로 밝혀졌다.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은 지난 1월 보유 지분 200만주(5%)를 맏아들 유학수 등 7인에게 증여했다.
이동악 제우스 대표는 딸 이승혜 씨에게 주식 20만주(2.11%)를 증여했다고 밝혔고, 홍두영 남양유업 회장도 지난해 12월 보유주식 5만4907주 전량을 장남인 홍원식 이사에게 물려줬다.

현대통신 이내흔 회장은 아들 건구씨와 딸 이윤정 상무이사에게 각각 주식 10만주와 4만주를 증여했고, 자동차 부품업체 대성엘텍의 최대주주인 박병헌 명예회장도 특수관계인인 박상규ㆍ성규씨에게 250만주를 증여했다.  코스닥 상장법인인 코리아나화장품 유상옥 회장도 최근 아들인 유학수 대표이사를 비롯해 딸, 손주 등 총 7명에게 총 200만주의 코리아나화장품 주식을 증여했다고 밝혔다.

롯데 신격호 회장 98년부터 4번째
승계 위한 결손기업 지분증여 꼼수?

최근엔 롯데그룹이 편법증여 논란으로 무성한 뒷말을 불러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7일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기공, 푸드스타, 케이피케미칼 등 3개 계열사에 950억원 상당의 주식을 무상 증여한다고 공시해 재계와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했다. 롯데기공은 신 회장이 갖고 있던 롯데건설 16만3300주, 한국후지필름 3650주, 롯데제과 2만1500주를 공짜로 넘겨받았다. 신 회장은 푸드스타에 롯데정보통신 5만5350주, 케이피케미칼에 롯데알미늄 3만7000주를 각각 증여함으로써 모두 28만800주를 무상으로 넘겼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부터 경영난에 시달려 왔던 곳으로 신 회장의 지분 무상 증여에 따라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롯데 측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결손법인에 대한 증여가 세금이 추징되지 않는 점을 악용한 편법 증여일 가능성을 높게 제기하고 있다.

신 회장이 현금이 아닌 지분만 넘긴 데다 증여를 받은 계열사에서도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의 지분 매각을 고려하지 않는 점을 의아하게 보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 등 신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세금추징을 빠져나가기 위한 편법 증여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신 회장의 무상 지분 증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 회장은 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160억원을 헌납했고, 2000년과 2007년에도 무상 증여를 실시했다.

공교롭게도 신 회장의 무상증여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해당 기업들이 모두 결손법인으로 손실을 내고 있고 그 회사의 지분 대부분을 신 회장의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2007년 12월에도 결손기업을 이용한 재벌기업의 편법 증여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시 추정된 증여세 회피액도 880억원에 달했다.

신 회장이 당시 자신이 갖고 있던 계열사 주식을 무상 증여한 계열사는 롯데미도파와 비상장사인 롯데알미늄, 제빵업체인 롯데브랑제리, 세븐일레븐 납품업체인 롯데후레쉬델리카 등 4개사다. 당시 문제가 됐던 것은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가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었기 때문이다. 롯데미도파 주식의 79%를 롯데쇼핑이 가지고 있었는데, 롯데쇼핑은 신 회장의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당시 부사장과 차남 신동빈 부회장이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 롯데브랑제리도 지배구조에 따져보면 호텔롯데가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신 회장의 무상 증여로 이들 계열사가 이익을 내면 자녀들이 대주주인 계열사가 가장 큰 혜택을 본다는 결론이 나와 논란을 부추겼다.  경제개혁연대는 당시 “롯데는 전체 지분구조가 소수 상장사를 빼고 가족과 비상장 계열사간 출자구조로 돼 있어 계열사 재무구조 건전화 목적과 함께 자녀 회사에 대한 우회증여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공통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재무구조 개선은 표면적 이유일 뿐 법의 허점을 이용해 편법으로 자식들에게 지분을 물려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마디로 손실이 나는 회사에 대한 증여는 세금추징이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증권가와 재계에서는 롯데 신 회장의 이같은 무상증여가 앞으로 몇 차례나 더 이뤄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 오너일가가 2세 경영승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편법증여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논란은 잊혀지지 않고 여론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주가가 떨어지면 낮은 세금으로 재산이나 경영권 등을 자녀에게 넘길 수 있어 증여하기에 상당히 매력적이다”며 “특히 결손기업의 경우는 세금이 추징되지 않아 편법증여 의혹을 짙게 하는 만큼 국세청 등의 대응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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