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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푸근했던 봄의 기운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더운 바람과 짙은 녹음이 어우러진 여름이 왔다. 여름에는 땀도 많이 흘리고 기력 소모가 많아서 너도나도 기력 보강을 위해 음식을 찾는다. 특히, 잣은 오래전부터 불로장생의 식품으로 불려왔으며, 신선이 먹는 식품이라고도 일컬어졌다. 그만큼 잣은 고소한 맛뿐만 아니라 풍부한 영양과 많은 효능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는 잣나무가 본연의 색감을 잃은 채 유독 빨갛게 변한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그 이유는 한번 걸리면 100% 말라 죽는 회복이 불가능한 소나무재선충병 때문이다.
소나무재선충은 1mm내외의 실 같은 선충을 말한다. 매개충인 북방수염하늘소를 이용해 잣나무에 침투하게 되면 20일 만에 20여만 마리 이상으로 빠르게 증식한다. 수십만 마리의 재선충이 나무조직에 침투해 수분 흐름을 막게 되면 나무는 급속하게 고사하게 되는 것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최초로 발생된 이후 금년도 4월말 기준으로 전국 120개 시·군·구로 확산되어 있으며, 청정산림지역인 강원도(춘천, 원주)에도 2007년도에 처음 발생되어 지금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국유림과 사유림을 가리지 않고 소나무와 잣나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유림 관리 기관인 산림청 소속 국유림관리소는 국유림지역뿐 아니라 사유림까지도 적극적으로 방제에 나서고 있다.
올해 춘천국유림관리소는 재선충병이 만연하고 있는 춘천지역의 사유림 72ha에 대해 춘천시와 협업하여 공동방제를 실시하였다. 한편으로는 재선충병이 발생되지 않은 지역으로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하여 예방나무주사를 실시하는 등 방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산림공무원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선충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들 중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한 가지는 재선충병에 대한 산주들의 인식 부족이라고 볼 수 있다.
잣나무 임지를 소유하고 있는 많은 산주들 중에는 재선충병에 감염된 잣나무의 벌채와 예방을 위한 나무주사를 놓는 것에 대해 일부 소극적인 산주들이 있다. 수십 년 키운 나무를 베어내려니 아깝기도 하고, 매년 수확하는 잣을 채취할 수 없어 소득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이해는 가지만 한번 감염되면 회복이 불가능하고 확산 범위가 걷잡을 수 없이 넓어지는 재선충병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눈앞의 이익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의 몸에 있는 장기에 악성 종양이나 상처가 생기게 되면 주변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종양 부위를 도려내거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치료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재선충병 방제작업은 감염된 고사목을 벌채하여 제거하고 주변의 나무에 예방 나무주사를 놓아야 다른 나무들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2018년 임산물통계연보에 의하면 전국의 잣 수확량 중 95% 이상이 강원도와 경기도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이 지역에 재선충병이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어 방제가 시급한 실정이다. 영양과 맛을 두루 갖춘 잣이 후손들에게 사전 속의 견과류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산주들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박현재 춘천국유림관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