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일보] “애들 내가 나쁘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다른 아이들 비행 저지를 때, 부모 없는 아이들 왔을 때, 선생님 한 번 법정에 와보신 적 있습니까? 이상하게 이런 애들은 선생님들이 딱 와요. 탄원서도 굉장히 좋게 써줘. 그게 뭐가 있겠습니까? 학교가 힘 있는 놈들은 살아남고, 힘없고 부모 없는 애들은 쫓겨나고. (중략) 우리 사회가, 부모들이, 어른들이 아이들 문제를 해결 안 하려고 하잖아요.”
지난 2013년, SBS에서 방영한 ‘학교의 눈물’에서 당시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였던 천종호 판사가 한 말이다. 법정에서 죄를 뉘우치지 않는 학생들에게 호통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가해학생 부모를 질타하는 천종호 판사의 모습에서 우리는 통쾌함을 느끼는 한편, 어린 학생들의 잔인한 폭력에 참담함을 느꼈다.
‘학교의 눈물’이 방영된 지 벌써 6년이 지났지만, 그때와 비교하여 아이들의 폭력은 그 정도가 더 심각해진 것만 같다. 2018년 1월경, 경기도 김포에서는 20대 남성 2명과 15세 여성 2명이 여고생을 집단으로 폭행하고 성매매를 강요한 끔직한 사건이 있었다. 2018년 11월경, 인천 연수구에서는 중학생 6명이 동급생을 아파트 옥상으로 불러내 폭행하였는데 결국 피해 학생은 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심지어 가해학생 중 1명은 피해학생의 패딩점퍼를 입고 포토라인에 선 사실이 밝혀져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렇듯 아이들이 저지르는 폭행과 그 잔혹함은 갈수록 그 정도가 심각해져만 가고 있다. 피해학생을 죽음까지 몰고 가는 현 상황에서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은 무의미를 넘어 무책임한 발언에 가깝다.
대부분의 학교폭력은 어른들의 무관심이 만든 ‘학교의 폐쇄성’에서 비롯된다. 도둑이 인적 많은 곳은 피하고 인적 드문 곳을 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교폭력 역시 학교의 음지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학생들은 아침 수업 시작 전부터 학교 수업이 끝나는 시간까지 교실이라는 거의 고정된 공간에 있게 된다. 학교에는 교사도 있지만 수업시간을 제외하면 교무실이라는 사실상 격리된 공간에 있으며, 학생들의 문화에 문외한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핸드폰의 보급으로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을 더욱 폐쇄된 곳으로 불러내 은밀하게 폭력을 가할 수 있다. 이럴 지경에 이르면 피해학생이 용기를 내어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이상 학교폭력을 밝혀내기 힘들다.
학교폭력 예방은 이런 ‘학교의 폐쇄성’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학교 안’뿐만 아니라 ‘학교 밖’까지 모두 아우른 포괄적인 예방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 안’에서는 교사들이 가해학생을 감싸려 들고 학교폭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학교를 떠난 아이들, 그리고 퇴교 이후의 ‘학교 밖’ 역시 우리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학교 안팎의 음지를 없애는 방법을 명확하게 단정 짓긴 어렵다. 교사와 학부모, 교육부와 경찰 등 모든 어른들이 관심 갖고 끊임없이 고민할 문제다.
우리들의 관심이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천종호 판사가 말했듯이, ‘학교가 힘 있는 아이들만 살아남고 힘없는 아이들은 쫓겨나는 약육강식의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
해남경찰서 경무과 유정은 경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