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주력사업 침체 여파로 외형이 줄어든 린나이가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라 더욱 힘든 시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린나이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하며, 시장영향력을 잃고 있다. 실제 린나이의 지난해 매출액은 3605억원으로 전년(3773억원) 대비 4.5% 줄었다. 영업이익은 매출액보다 더 큰 타격이었다. 린나이의 작년 영업이익은 8억원으로 전년(78억원) 대비 약 90%나 감소했다.
린나이의 사업 침체는 토종기업들의 선전 여파로 보인다. 린나이의 주력 업종은 가스 관련 제품으로 보일러와 주방가전이 대표적이다. 보일러 시장의 경우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독보적으로 내세울 기술력이 없기 때문에 밀려나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보일러 시장은 연간 120만대 규모로 추정된다. 시장점유율(업계추산)을 살펴보면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가 각각 3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린나이는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린나이의 점유율은 30%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영향력이 축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방가전 시장에서도 고전했다. 린나이의 주방가전 주력 제품은 가스레인지다. 주로 빌트인 시장에서 가스레인지를 판매한 린나이는 지난 2016년까지 업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7년 SK매직이 점유율 40% 이상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내줬다.
업계에서는 린나이의 추락을 두고 여러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린나이의 실제 영향력은 독특한 판매구조의 영향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타 플랫폼을 이용하는 주방가전 업체들과 달리 린나이는 대리점 주도의 판매구조를 가졌다. 대리점에 물건을 넘기면 모두 매출에 포함된다. 연말이 다가오면 대리점에 제품을 대량으로 판매해 매출액을 유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시적인 점유율 상승을 위해 ‘후려치기’도 자주 펼쳤다는 주장도 나왔다. 후려치기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납품단가를 낮춰 경쟁업체의 입찰을 방해하고 시장을 독점하는 행위를 뜻한다. 특판시장에서 이 같은 행태의 소문이 퍼지면서 업체간 신뢰도 잃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사업이 전반적으로 침체 양상을 띄는 가운데, 앞으로의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로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불매 리스트에 린나이가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불매운동 사이트 ‘노노재팬’에 올라온 글을 살펴보면, 린나이의 대체품으로 경동나비엔·귀뚜라미·대성쎌틱·SK매직 등이 올라 있다. 린나이 한국법인의 지분은 일본에서 100%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린나이는 과거 국내에 없던 가스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일러·가스레인지 시장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 행사했지만, 힘을 잃어가고 있다”며 “최근 불매운동 바람에 휩쓸리는 것으로 봤을 때 앞으로의 사업 구상에 더욱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