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방문객 절반가량 줄어… 주위 시선 때문에 보류도”
최근 벌어지는 불매 운동, 과거와 양상 달라… 장기화 우려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지난주 전시장을 찾은 방문객이 열팀이 되지 않아요. 한국인으로서 일본 불매 운동을 지지하지만 딜러 입장에서는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걱정도 되네요.”
30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일본 닛산 자동차의 딜러가 한 말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국내에서 ‘보이콧 재팬’의 태풍이 몰아친 여파다. 일본 여행 취소, 일본 연예인 퇴출 요구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일본 수입차도 비판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량을 늘리며 승승장구하던 일본차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차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지속 성장’ 중이었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대수는 10만9314대로, 전년 상반기보다 22.0% 감소했다. 그럼에도 일본차는 같은 기간 2만3482대 판매돼 지난해보다 10.3% 늘었다. 올해 들어 수입차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일본 완성차업체는 성장을 거듭한 것이다.
닛산 전시장의 한 딜러는 “이곳에서 근무한 지 7년이 됐지만 최근 벌어지는 일본 불매 운동은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면서 “2013년에도 독도 영유권 분쟁 등 반일감정으로 잠시 영향을 받긴 했으나, 큰 타격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질적으로 내방객과 견적문의가 줄고, 판매량도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당분간 수그러들 것 같지 않아 장기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우려했다.
토요타도 마찬가지다. 토요타 전시장의 딜러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일본 불매운동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토요타의 한 직원은 “구체적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분명 일본 불매운동 영향을 받고 있다”며 “방문객부터 견적문의까지 전시장을 찾는 사람 자체가 줄어든 데다가, 계약 취소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혼다의 직원은 일본 불매 운동 관련 회사 방침상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일본차 브랜드의 한 딜러는 “최근 토요타와 혼다를 찾는 내방객이 절반 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본차를 구입하고 싶어도 주위 시선때문에 잠시 보류를 하거나, 이번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구매 시기를 늦추는 고객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차 온라인 동호회에서도 반일 감정에 따른 ‘테러’가 우려된다며 글이 올라오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계약을 했음에도 최종 구입을 망설이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렉서스는 큰 영향이 없다며 못박았다. 서초구에 위치한 렉서스 전시장 직원은 “고가의 차량이기 때문에 견적문의를 비롯해 판매 자체에 큰 영향은 없다”며 “성능이나 필요성이 구매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격이 높은 내구재는 몇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재와 특성이 다르다는 것이 주 이유다.
한편 일본차업체는 반일 감정 확산에 예의 주시하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16일 실시 예정이던 한국닛산의 신형 알티마 미디어 시승행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회사 측이 밝힌 공식 사유는 ‘내부 사정’이다.
일본차 브랜드의 한 딜러는 “이번 신형 알티마 시승행사가 취소된 것은 차라리 다행이다. 알티마가 닛산의 주력 모델이긴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일본차 홍보에 적극 나서면 질타받을 가능성만 커진다”면서 “하지만 불매운동에 더해 홍보활동 자제로 인한 판매 영향도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