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노선 감축으로 세부·보라카이·코타키나발루 등 동남아 지역 공급 증가
노선 다변화로 대체 돌파구 모색…동계시즌까지 신규 취항·증편 이어질 듯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경쟁적으로 동남아 노선의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불매운동으로 수요가 감소한 일본을 대신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노선을 감축한 LCC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노선 재편을 진행 중이다.
LCC 맏형 제주항공은 이달 17일 대구~세부 노선을 신규 취항한데 이어 다음달부터 제주~타이베이·가오슝, 부산~가오슝 노선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인천~코타키나발루·마카오·가오슝·치앙마이 노선의 증편 운항도 이뤄진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9월과 10월 동남아시아 노선 공급석은 지난해보다 약 30% 증가한 약 53만석 규모”라며 “일본 여행 감소와 운항횟수 줄이기에 나선 이후, 대체 여행지선택의 결과로 이달과 다음달 동남아 노선의 예약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티웨이항공은 내달 인천·대구~보라카이 노선에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에어부산도 부산~보라카이 노선에 신규 취항을 앞두고 있고, 이스타항공 역시 다음달 중 인천~마카오·화롄·가오슝 노선에 새롭게 취항할 계획이다.
LCC가 동남아를 일본의 대체지로 선택한 이유는 운수권 없이도 취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와 항공자유화협정(오픈스카이)를 맺은 상태다. 또 LCC는 비행시간이 5~6시간 안팎의 중단거리를 주로 운항하기 때문에 그에 부합하는 동남아 지역으로 공급을 확대한 부분도 있다.
업계에서는 동계시즌 개편까지 LCC들의 동남아 노선 신규 취항 및 증편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 여행 불매운동이 장기화하면서 그간 일본에 편중된 노선을 동남아나 대만, 중국 등으로 조정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계절적 요인까지 더해져 다음달 27일 시작되는 동계시즌에는 LCC의 동남아 노선 공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동남아 노선이 일본의 뚜렷한 대체지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 노선의 이익 기여도가 워낙 높은 탓에 일본 여행수요를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LCC 가운데 일부는 일본 여객 매출이 전체의 절반을 웃돌 정도로 노선이 편중됐다. 또 LCC 6개사가 동남아로 몰리면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항공사들이 8월 말부터 일본 노선의 공급을 적극적으로 축소하고 있고, 대체재로 중국·동남아 노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위축되고, 충분한 노선조정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 탑승률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는 결국 운임 하방압력으로 이어지면서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