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26일 오전 서울 중구 국민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가 결정을 미룬 채 여성승무원의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앞선 10월 공공운수노조 측은 “아시아나항공이 여성 승무원의 유니폼으로 치마 복장을 강요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개선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노조 측은 “치마 길이, 귀걸이 크기, 매니큐어 색상, 하물며 머리에 꽂는 실핀 개수까지도 규제 대상”이라며 “승무원을 흡사 복제품으로 찍어내는 인형으로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럴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진정서 제출 이후에도 사측의 규정 완화는 없었다는 게 노조 측의 판단이다.
이동우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아시아나항공은 1월부터 개정된 용모복장 규정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그 계획은 지극히 형식적인 몇 가지 개선책에 불과하고 승무원의 안전과 인권은 물론 승객의 안전조차 위협하는 치마 착용 강제사항은 개선책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더 큰 문제는 노사 간 논의를 통해 복장 규정을 개정하자는 노조 측의 주장을 무시한 일방적인 계획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조는 진정서 제출 이후 아시아나항공 사측이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단체협약상 약속된 고용안정위원회와 노사협의회 등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며 “특히 노사협의회 재개를 요구하며 단 한 차례 1인 시위를 진행한 노조 관계자를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또 여성 노조위원장에 대한 사측의 협박 시도가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조직국장은 “최근 노사협력팀 팀장 등 사측 직원 3명이 40대 여성인 권수영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의 집 앞에 새벽 5시 30분 쯤 찾아와 1인 시위를 저지하며 협박하는 범죄까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권 위원장은 “캄캄한 새벽에 극도의 공포감을 겪어 정신과 치료 중이며 지금도 24시간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밖에도 노조에 가입하는 객실 승무원들이 늘자 사측이 관리자들을 동원해 근무 중인 여객기에까지 동행하며 탈퇴를 협박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노조는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노조는 “인권위는 더 이상의 인권침해 상황과 부당한 노조탄압을 막기 위해서라도 신속히 진정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인권위 결정을 회피하고자 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일방적인 개선책을 이유로 결정이 늦어지거나 결정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여성대통령을 표방하는 차기 정부의 국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사측은 노조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 사측 관계자는 “치마를 제외한 대부분의 규정을 완화했으며 이 문제가 노사협의회에서 다룰 만한 안건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권 지부장의 집 앞에 찾아간 것은 맞지만 협박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지난 10월 30일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여성승무원에 대한 용모나 복장의 제한은 승객이나 승무원의 안전이나 위생을 고려해도 지나치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며 “치마 착용 강제는 오히려 승객이나 승무원의 안전에 해악될 수도 있다는 의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