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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자연 현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한다.
자신들의 집에서 버섯을 기르는 가위개미들은 자신들이 직접 소화하지 못하는 나뭇잎을 원재료로 해서 버섯을 기르고 이 버섯을 주식으로 해서 살아간다.
개미의 버섯 재배는 사람들의 농업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별로 없다. 개미들의 버섯 농사에서도 사람들의 농업과 마찬가지로 가장 큰 장애 요인은 버섯밭에 발생하는, 미생물로 인한 병인데 사람들이 작물 경작에서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뿌리는 것처럼 가위개미 농부들은 자신들의 몸에 버섯 경작에 피해를 주는 미생물들을 억제하는 미생물들을 지니고 다니며 관리하는 버섯들에 계속 처리하여 병 피해를 억제한다.
실제로 버섯 밭에서 가위개미 농부들을 모두 제거한 결과 사람이 돌보지 않는 경작지가 얼마 지나지 않아 황폐해지는 것처럼 버섯 밭도 병으로 인해 황폐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버섯과 가위개미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수적인 절대 공생적인 관계로까지 발전되어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가위개미들도 다른 개미들과 같이 결혼 시즌이 되면 개미굴에서 수캐미와 공주 개미들이 결혼 비행을 위해 날아 오르는데 비행 전 공주 개미들은 자신들의 왕국을 위해서 두 가지를 몸에 지닌다. 하나는 미래의 왕국에서 재배할 버섯 종균이고 나머지 하나는 농약으로 사용할 미생물들이다.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농약으로 사용하는 미생물들이 아직까지 가위개미굴의 버섯밭 이외의 지역에서 발견된 바가 없는 것으로 보아 농약으로 사용하는 미생물 또한 가위개미, 버섯과 절대적인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 하다. 자세히 관찰하면 이렇게 놀랍도록 정밀한 농업 경작 체계가 있는가 싶다.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농업 체계와 다를 바가 없지 않는가.
더욱 놀라운 것은 심지어 병 피해를 억제하는 병 방제 측면에서 가위 개미들의 농업은 사람보다 나은 면도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개발하는 화학 농약은 이에 대해 내성을 지닌 병원균이 나타나면 단시간 내에 그 효과를 잃는데 이에는 다윈의 적자생존설이 합당한 추론을 제시한다.
특히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농촌 커뮤니티에서 잘 나타나는 현상인데, 예를 들어 배 과수원이 많은 동네에서 배나무 붉은별무늬병이 골칫거리라 가정해 보자. 그런데 이 병에 특효를 보이는 농약이 개발되어 이를 입수한 동네 사람 중 한 명이 그 농약을 뿌려본 결과 과수원에서는 그 해 배 농사가 옆집 과수원과 아주 차이가 날 정도로 잘 되었다. 폐쇄적인 농촌 커뮤티니의 경우 그 다음 해에는 그 지역 모든 배 농가가 그 농약을 집중적으로 살포하기 시작한다. 잘 안 듣는다 싶은 경우 권장 사용량을 몇 배씩 넘겨 가며 사용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농약이 아주 잘 듣기 때문에 사용법에 따라 처리해도 병이 잘 잡히고 배 농사도 잘 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붉은별무늬병균에게는 자신들의 생과 사를 가름하는 위기이다. 자신들이 증식하려 할 때마다 농약이 뿌려지고 개체가 증식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자신들의 후대인 포자들을 만들기도 어렵다.
그러나 다윈의 말처럼 종은 유동적이고 심지어 가장 살기 좋은 상황에서조차 자연 상황에서는 항상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이 말은 가장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개체 혹은 생식세포 유전체에 변이를 일으킬만한 변이 유기체가 항상 존재함을 의미한다. 태양광에 있는 근자외선, 자외선 등 에너지가 높은 파장대조차 미생물 유전체의 한 부분, 혹은 아주 작은 부분에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후쿠시마나 체르노빌에서는 원전 폭발지점을 중심으로 해서 사방으로 대단위 방사선 탄환의 폭격이 일어나는 지역에서는 돌연변이 확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방사성 탄환의 위력이 자연광 내 고에너지 파장의 에너지를 아득하게 상회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유전체를 이루고 있는 염기서열을 아주 쉽게 파괴한다.
인터넷에서는 체르노빌 지역에서 나타난 해바라기의 여러가지 세기말적인 돌연변이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정상적인 포자 생성 과정에서도 유전체 조환 결과에 따라 잠복해 있던 변이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붉은별무늬병균 유전체에 변이를 일으키더라도 붉은별부늬병균이 가지고 있는 무지막지할 정도로 효율적인 시스템에 의해 자체 복구된다. 만약 이런 시스템이 없어 붉은별무늬병균 유전체에 계속 돌연변이가 생기는 대로 축적되었다면 붉은병무늬병균이라는 종이 계속 배나무를 괴롭히며(기생하며) 생물의 한 종으로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복구 시스템의 방어를 뚫고 매우 낮은 확률로 유전체에는 자연변이가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자연변이는 유전체 지역 어디에서나 임의로 일어난다. 유전체 염기서열이 바뀌더라도 그 변이가 변이가 일어나기 전의 아미노산을 그대로 생산할 경우 이 변이는 나타나지 않으며 변이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의미있는 돌연변이는 그 변이가 아미노산을 바꾸든지, 아예 한 지역을 결손시켜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게 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기능을 바꾸거나 없앨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전체는 이미 장구한 시절을 경유하며 생명체가 생태계 내에서 진화하는 동안 최적의 생존방안으로 제출된 유전자 정보들을 담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이기에 돌연변이를 지닌 개체는 정상적인, 다시 말하자면 특정한 외부 환경 변화가 없는 한 개체 간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즉, 농약이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붉은별무늬병균의 유전체는 최적으로 튜닝되어 있는 유전자들의 집합체라 봐도 된다. 그런데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붉은별무늬병균의 유전체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외부 환경 변화가 그것도 종의 생존을 좌우할 정도의 신종 농약이라는 위기 상황이 닥친 것이다.
이 경우 다른 모든 조건보다 신종 농약에 대한 저항성이라는 절대 명제가 돌연변이의 선발 1순위가 된다. 그리고 그 변이가 정상적인 붉은별무늬병균에 비해 다소 생장을 억제하고 포자 생성을 약간 곤란하게 하고 에너지 대사를 어느 정도 저해하고 심지어 배나무를 침해하는 능력이 저하되더라도 농약에 대한 저항성을 부여하기만 해 준다면 그 변이를 일으킨 붉은별무늬병균은 농약이 계속 배나무 과수원에 살포된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 매우 짧은 세대 내에 원래 붉은별무늬병의 세력을 회복하고 자신은 붉은별무늬병 계에서 우점 세력으로 자리잡는다. 이런 상황이 20세기 말까지 빈번하게 관찰되었으며 많은 화학 농약이 짧은 시간 내에 효력을 잃는 원인이었고 유전자 변이 및 진화가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악순환 중 하나다.
가위개미는 인간처럼 농약을 생산할 수 있는 화학공장이 없지만 이들이 대안으로 자신들의 버섯 농사에 도입한 것들은 미생물 농약이다. 화학농약과 비교해서 이 미생물 농약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차이는 버섯 농사를 망치는 병원균들을 제어하는 수단이 살아있으며 심지어 가위개미 농부나 경작하고 있는 버섯과 공생 관계를 맺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만약 미생물 농약들과 버섯 농업이 절대적 공생관계에 있을 경우 버섯 농사는 미생물 농약들의 생존에 필수 불가결하다. 개미가 농사 이외의 대안을 찾는다거나 기존에 있는 미생물농약들보다 더 좋은 미생물농약을 도입하는 경우 기존의 미생물농약들의 입지는 매우 좁아질 것이며 그보다 더 이들에게 치명적인 것은 버섯 농사가 단기간 내에 모두 망해서 공생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개미의 버섯밭이 사라지는 경우다.
가위개미들의 미생물 농약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바로는 모두 세균이며 개미 농부들은 수 종의 농약 세균들을 지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섯 농사에서 이들은 개미, 버섯, 그리고 버섯 밭의 여러가지 미생물들과 상호작용하며 버섯들을 지키고 반대급부로 자신들의 보금자리와 생존을 보장받는다. 병원균 대발생과 버섯 농사 붕괴는 이들에게 생존의 문제이며 미생물 농약들은 자신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다시 말하자면 개미의 버섯 농사를 유지시키기 위해 일어난 변이 중 병원균 억제에 효과적인 변이를 선발한다.
이들은 병원균 생장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항생제 계열의 물질들을 생산하는데 병이 번질 경우 항생제 물질들의 생산 비율과 스펙트럼이 달라진다는 보고가 있다. 아마도 이러한 변화는 병원균의 대발생을 막는데에 효과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변화는 농약 미생물의 유전체에 데이터베이스로 남게 될 확률이 높다.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농약 미생물들과 버섯, 개미 집단은 아마도 사라졌을 것이다. 이는 농업에서 유전자 변이 및 진화가 일으킬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선순환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개미들은 질소를 고정할 수 있는 질소고정 미생물조차도 도입하고 있다. 인류의 농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켜 생산한 암모니아를 이용해 질소비료를 생산하게 된 것이며 19세기 말 정체 상황에 있던 농업 생산량은 질소비료 도입 후 6배 이상 증가했으며 20세기 말 전세계 인구는 4배 이상 증가했다.
사람들이 20세기 들어서나 본격적으로 농업에 도입한 질소비료를 개미들이 도입하고 있는 것만도 놀라운데 그렇다면 가위개미들은 언제부터 버섯, 미생물농약, 질소고정 미생물들과 공생하기 시작했을까? 놀랍게도 5천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며 약 1만 2천년 전, 마지막 빙하기 이후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농업 기간과 비교했을 때 4천 배 이상의 시간을 견뎌오며 축적된 경험 앞에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공학과 안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