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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내달 청약 시스템 이관을 앞두고 이달 분양 시장이 공백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청약업무 이관에 관한 법적인 근거를 담은 주택법 개정이 감감무소식이다. 국회의 여야 대치 국면이 이어지면서 주택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으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결제원은 이달 말 청약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한국감정원에 청약시스템 업무를 넘길 계획이다. 하지만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한국감정원이 청약통장 가입자의 금융정보를 취급할 수가 없어 주택청약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당장 내달부터 청약을 하려면 기존 아파트 투유가 아닌 감정원의 새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지만 속수무책인 상황인 셈이다.
좀처럼 주택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내달부터 청약 업무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교통부도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기관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나, 금융결제원에서 일정기간 업무를 연장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금융결제원은 계획된 일정대로 청약 접수 업무에서 손을 털겠다는 방침이어서, 법안 통과가 우선인 상황이다.
이관 지연에 대한 피해는 예비 청약자를 비롯해 건설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4월 중 분양에 나서려고 했던 정비사업 단지 등에 돌아올 전망이다. 청약 공백이 발생하게 되면 분양 일정이 대거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2~3월에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단지만 전국 42곳 4만여가구에 이른다. 정비사업단지도 4월 중 분양에 차질을 빚게 되면 분상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주택법 개정안은 이미 한차례 연기된 바 있다. 당시 청약 시스템 개편으로 분양물량을 소화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건설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문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당장 예비 청약자와 건설사, 정비사업 단지들엔 발등의 불이 떨어졌는데 국토부 등의 대응은 안일해 보이기까지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국회의 태도다. 정치적 쟁점을 볼모로 주택법 개정안 등 민생·경제 관련 법안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의 주거안정에 앞장서긴 커녕 주택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무책임의 극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자유한국당이 170여 개의 민생경제 관련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기로 해 법안 처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국회의 행보를 보고 있자면 새삼 국회 존재의 이유를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피해가 불 보듯 뻔한데 민생·경제 법안을 뒷전으로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처럼 정치 목적을 위해 비쟁점 법안까지 정쟁의 볼모로 삼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다. 여야의 밥그릇 싸움은 국민에겐 백해무익일 뿐으로, 정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염증만 부추길 뿐이다. 국회는 청약 업무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책임있는 자세로 주택법 개정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