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재벌家 ‘풍속도’에 주목...아모레-보광 사업간 시너지 기대
[매일일보 전지현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 장녀와 보광그룹 장남이 교제중이다. 창업주가 일군 회사내 경영일선서 활약 중인 오너 3세들의 만남으로, 혼인이 이뤄질 경우 그룹 3세 ‘수퍼리치’간 결합이란 점에서 재계 관심을 모은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장녀인 민정 씨는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장남인 정환 씨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이다. 현재 시기 등 결혼과 관련된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1991년생인 민정 씨는 서경배 회장의 1남1녀 중 장녀다.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와 징둥닷컴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경영 감각을 키웠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아모레퍼시픽 본사 뷰티영업전략팀 ‘프로페셔널’(과장)로 재직중이다.
1985년생인 정환 씨는 홍석준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으로, 보광그룹 창업자 고(故) 홍진기 회장의 손자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부인 홍라희 여사,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조카다. 정환 씨 이력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 보광창업투자에서 투자 심사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보광창업투자는 1989년 6월 중소기업창업지원을 목적으로 설립, 중소기업창업자에 대한 투자와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자금 관리 등을 하고 있다.
결혼이 성사될 경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보광그룹과 사돈의 연을 맺는다. 얽히고설킨 국내 재벌 혼맥이 또 탄생하는 것이다. 특히 두사람은 회사내 적지 않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혼사를 통한 결합 자산이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민정 씨는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 보통주 2.93%, 우선주 1.04%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계열사인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지분도 각각 18.18%, 19.52%, 19.52%를 보유하고 있다. 신춘호 농심 회장 막내딸인 어머니 영향에 2003년 증여를 통해 농심홀딩스 지분 1만주도 있다.
지분만 놓고 볼때 민정 씨는 지난해 배당금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보통주 1428억원, 우선주 117.5억원), 이니스프리(14억원) 총 203.5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분 가치는 8일 종가 기준 1438억원 수준. 여기에 3개 비상장사 지분 가치는 액면가로 환산해도 약 113억원에 달한다.
반면, 정환씨는 BGF 0.52%, BGF리테일 1.56%를 보유 중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8일 종가 기준 BGF는 21억7000만원, BGF리테일은 398억원 수준으로 약 420억원이다. 이에 따른 배당금으로 정환 씨는 지난해 약 13억원을 수령했다. 결과적으로 혼사가 이뤄지면, ‘2000억원대 슈퍼리치’가 탄생하는 동시에 배당금만으로도 220억원 수준의 거금을 매년 손에 쥐는 셈이다.
다만, 지분 보유량과 가치만 놓고 볼때 민정 씨 재산이 정환씨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은 달라진 ‘재벌 풍속도’가 영향을 미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유교적 가풍이 강한 재계 특성상 결혼을 통해 여성은 안주인으로써 역할에 충실하며 내조에만 전념하곤 했다.
그나마 활동을 하더라도 그룹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안방마님’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보수적이던 창업 1세대들이 물러나고 2·3세대로 넘어가면서 여성이 경영자로써 경영활동 참가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느냐가 혼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냔 이야기다.
특히, 민정 씨는 미성년일때부터 서 회장 지분을 꾸준히 증여받으며 승계작업을 받아온 주인공이었다. 지난 2016년에는 아모레퍼시픽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우선주 20만여주를 증여받아 ‘그룹 후계자’로 지목돼 왔다. 4살 어린 동생 호정 씨가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아모레와 보광의 결합이란 점에서 화제를 모으지만, 과거 재벌가 혼사와 달리 이번 케이스는 ‘일과 가정의 분리’ 아닌가 하는 점이 눈에 띤다”며 “좋은 인연으로 발전되면, 향후 양사 사업간 시너지가 어떻게 날 것인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