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 극복을 기후위기 극복의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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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19 극복을 기후위기 극복의 기회로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0.04.19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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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SV Innovation 센터 이재형 박사
SK텔레콤 SV Innovation 센터 이재형 박사
[매일일보] 2008년 미국에서 제작된 <인류가 사라진 세상 (Aftermath : Population Zero)>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있다. 이 다큐에서는 인류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인류가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졌을 때 어떠한 미래가 도래하는지를 조망하고 있다. 인류가 한순간에 사라진다고 해서 인류의 흔적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인류가 사라진 후 15년 뒤 인간이 살던 흔적이 식물로 덮이고, 60년 뒤 집들이 붕괴를 하고, 100년 뒤에야 지구상의 모든 건물이 붕괴하고 도시는 소멸된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인류의 흔적이 사라진 대지 위엔 식물과 동물들이 주인이 된다.
다큐와 같은 현실이 지금 우리 옆에서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 지역 봉쇄(lock down)에 따라 야생 동물들이 인류의 공간에 다시 나타나고 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퓨마가 출몰하였으며, 태국 롭부리(Lopburi)에서는 원숭이들이 도심으로 내려왔다. 또한, 인도 남부에서는 야생코끼리가 도심에 출몰하고, 영국 런던에서는 사슴들이 주택가로 내려와 풀을 뜯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동물의 움직임 뿐 아니라 봉쇄된 현재 자연현상도 바뀌고 있다. 인도 펀자브(Punjab) 지방에서는 160km 떨어진 히말라야 산맥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운하가 60년 만에 맑아져 돌고래가 다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코로나의 역설’이라 부른다. 코로나19는 에너지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뉴욕타임즈 4월 8일자 기사에 따르면, 뉴욕시에서는 전력 소비량이 평년대비 14% 정도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식당, 극장 및 사무실이 록다운(lock down)한 결과이며, 이러한 현상은 주변의 위스콘신(Wisconsin) 및 미시간(Michigan)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3월 에너지 소비량이 전년대비 25% 정도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항공 수송 감소에 따라 항공기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급감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관측되고 있다.
그 결과 올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된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유념해야할 것이 있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멈춘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성 되먹임(positive feedback)’으로 인해 지구온난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급격한 경기하락에 따른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은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할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이제 삶의 방식에 많은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한편으로 급격한 경기하강을 부양하기 위한 국가별 확장재정 정책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만약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재정을 좀 더 ‘지속가능한 곳’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해외에서는 이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왔으며, 자본을 지속가능하면서도 건전한 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라 명명한다. 그린 뉴딜은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상황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일자리와 경제 재건을 위한 방안으로 태동되었다. 기존 산업화 시대의 경제재건 방식이 아니라 사회시스템을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고, 지속가능한 국토 및 도시를 위한 인프라 및 SOC 투자를 통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미국 민주당은 2019년 2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그린 뉴딜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그린 뉴딜 정책을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도 파리협정에 따라 2020년 2월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안)을 수립하였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린 뉴딜 및 파리협정에서 제시하는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Net-zero) 목표는 설정하고 있지 않다. 전술한 바와 같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판이하게 달라진 환경일 것이다. 코로나19 확장재정을 기회로 삼아 우리나라도 그린 뉴딜을 시행하는 것은 어떨까? 재정투자를 좀 더 지속가능하면서도 건전한 곳에 투자하여 그린 뉴딜의 목표인 저탄소 경제 전환, 신규 일자리 창출 및 온실가스 Net-zero라는 큰 목표를 달성했으면 한다. *본 기고는 기고자 개인의 의견으로 SK텔레콤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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