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 시 밑 빠진 독에 돈 붓기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 재정 운용이 중대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이미 산업계 지원과 금융안정을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 실업대란의 본격화에 따라 고용지원금 등 일자리 문제에 추가 재정을 투입해야 하고, 긴급재난지원금도 지급해야 한다. 설상가상 정치권에서는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갈수록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문제는 향후 사태 전개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코로나 뉴노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향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장기적인 저성장과 실업난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난지원금 이어 대량실업에도 재정 투입
여야는 20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정부는 다음날 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 실업대란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일자리 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나오면 국회에서 관련 논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에 더해 추경 심사 과정에서 재난지원금 전 국민 확대 지급을 관철시키기로 했다. 민주당은 여기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적자 재정 확대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용대책 등에 재원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재정 낭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적자국채 발행 없이 기존 예산을 조정해 이번 추경안을 편성했다. 여기에는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도 동조하고 있다. 그는 “한계상황에 달한 기업들의 고용유지를 위해서라면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예산을 써야한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진행될지 모르는데 상당한 소비여력이 있는 소득 상위 30%까지 100만원(4인가구 기준)을 지급하는 것은 소비 진작 효과도 없고 경제 활력을 살리는 데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며 재난지원금 전 국민 확대 지급에 반대했다. 정부와 야당 측 주장을 종합하면 최대한 재정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실업문제에 집중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경제충격 이제 초입...재정압박 가중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방역 등에 예비비를 우선 집행하고, 1차 추경에 이어 이번 2차 추경, 민생과 금융안정대책까지 쏟아내면서 총 150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 여기에 여당의 주장대로 재난지원금을 확대할 경우 총 지급액은 정부 추경안보다 3조~4조원가량 더 늘어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올해 513조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하며 이미 80조원이 넘는 재정 적자가 예고된 상태.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정부 재정 투입이 계속될 수밖에 없어 재정 압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장 IMF(국제통화기금)은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혼란이 2분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올해를 넘어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다시 시작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