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인턴을 아시나요”…경제∙취업난, 대학가 ‘우울한’ 新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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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 인턴을 아시나요”…경제∙취업난, 대학가 ‘우울한’ 新풍속도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9.06.04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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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경기불황으로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2009년 상반기 대학가에도 이색적인 풍경들이 속속 등장했다. 특히 올 상반기 대학가는 ‘정규직 대신 인턴 채용 증가’ 등의 취업트렌드가 그대로 반영되어 새로운 모습이 눈에 띄었다.

‘행인(行人)’, ‘메뚜기 인턴’…인턴채용 증가로 신조어 등장

올 상반기 채용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인턴 채용 증가였다. 이로 인해 대학가에서도 인턴과 관련된 신조어가 등장했다. 행정인턴을 ‘지나가는 사람’을 의미하는 ‘행인(车辆)’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르바이트와 별반 다를 게 없이 정해진 짧은 기간 동안 잔심부름만 하다가는 행정인턴생들의 서러움과 세태가 반영된 것이다. 조직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 이탈하는 인턴도 꾸준히 늘면서 ‘메뚜기 인턴’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메뚜기 인턴’이란 인턴으로 입사한 후 중도에 그만두거나 더 나은 인턴자리를 찾아  다니는 사람을 말한다. 다른 직장에 정규직으로 합격해 옮기는 이들도 있지만 ‘인턴에서 인턴으로’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턴 경력이 있으면 정규직 채용에서 가산점을 준다거나, 근무 환경이 낫다는 소문이 나면 그곳으로 몰리는 것이다.

금주령·금주축제 등 변화하는 캠퍼스 음주문화

몇 년 후엔 잔디밭에 모여 막걸리를 마시던 캠퍼스의 풍경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금주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행사 등에서 음주를 자제하도록 하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지난 달 축제에서 일부 지정된 부스 외에 공식적인 캠퍼스 주점을 운영하지 않았다. 이 대학은 지난 2월 3박4일 동안 진행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음주 없는 환영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서강대도 최근 캠퍼스 안에서 음주하는 학생에 대해 정학 처분을 내리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절주동아리가 나선 대학도 있다. 고려대는 지난 5월 축제에서 ‘술 없는 축제’를 만들고 절주동아리 ‘참살이’는 술을 마시는 학생들에게 물이나 숙취해소음료를 나눠주며 건전한 음주문화 캠페인을 벌였다.

도서관 사물함 쟁탈전 속 매매거래 성행

취업난으로 인해 저학년, 고학년에 관계없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이 늘면서 도서관 자리 쟁탈전을 넘어 도서관 내 사물함 쟁탈전도 치열하다. 무거운 교재나 노트북 등을 넣어두는 사물함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정작 학교 내 사물함은 턱 없이 모자라 선착순이나 추첨방식으로 분양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물함을 분양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거나 밤을 새는 모습도 대학 내 새로운 풍경이다. 이를 악용해 사물함 거래도 성행하고 있다. 사물함 매매는 학교 측에서 강경히 금지하고 있으나 학교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사물함 위치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며 적게는 1만원부터 많게는 7~8만원까지 거래되기도 한다.

시간절감 위해 팀프로젝트도 메신저로 회의하고 자료 공유

팀워크와 화합을 중시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대학 내에도 개인과제보다는 팀플(팀프로젝트 줄인말)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실력 있는 팀플 멤버를 영입하기 위한 신경전은 더욱 가열되고, 시간 절감을 위해 메신저 등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팀장은 팀별로 과제가 나오면 팀원들의 일정을 확인하고 인터넷 메신저 회의시간을 통보한다. 회의시간에 맞춰 메신저에서 만나 서로의 아이디를 친구로 등록해 회의한다. 때로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팀플용 커뮤니티를 개설하기도 한다. 대학생 L씨는 “처음에는 메신저 회의가 의사전달을 피력하는데 불편하기도 했지만 시간도 절감되고 원하는 시간대에 모두가 모일 수 있어 이제는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

입학식 먼저 하고 졸업식 …‘날짜 역전 현상’

2월은 졸업식, 3월엔 입학식 순으로 당연시 여겼던 대학에서 졸업식과 입학식을 바꿔 진행하는 ‘날짜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숙명여대는 지난 2월17일에 2009학년도 입학식을 치르고 25일 졸업식을 진행했다. 연세대와 부산대도 졸업식보다 일주일가량 앞서 각각 2월16일과 13일에 입학식을 치렀다. 날짜 역전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은 입학식 날은 학사일정에 포함돼 있어 수업을 해야 하나 행사를 이유로 학교에서 강의를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등록금 인상문제 등을 겪으면서 비싼 등록금을 내고 수업을 빼먹는 것에 대해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건의가 반영되어 이 같은 현상이 새롭게 나타났다.

졸업앨범 촬영 및 면접 복장은 대여점 이용

경기불황과 지속되는 취업난 속에 대학생과 구직자들이 취업비용에 부담을 느끼면서 졸업앨범 촬영이나 면접에서 입을 정장을 대여하고 있다. 실제로 취업커뮤니티에는 면접시즌이나 졸업앨범을 촬영하는 시기가 되면 정장을 대여해주는 곳을 묻는 질문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이에 면접의상 등을 대여해주는 업체와 관련 이벤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여비용은 업체마다 차이가 있으나 세탁비를 포함해 3만원~6만원 수준이다. < 2009년 상반기 대학가 및 취업 관련 신조어 >

- 메뚜기인턴 : 인턴으로 입사한 후 중도에 그만두거나 더 나은 인턴자리를 찾아 다니는 사람을 지칭
- 행인(行人) : 본래 ‘지나가는 사람’을 의미하며 일정기간 동안 잔심부름만 하다가는 행정인턴을 말함
- 삼일절 : ‘31세까지 취업 못하면 취업 길 막힌다’는 뜻
- 청백전 : ‘청년 백수 전성시대’의 줄인 말로 청년층 백수가 많은 현 시대를 비유
- 필터링(Filtering) : 본래 ‘검색조건’이란 뜻. 취업난으로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기업이 스펙조건을 입력해 그 이하의 지원자는 자기소개서를 읽어보지 않고 자동으로 서류심사에서 탈락시키는 것을 지칭.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다 보니 서류통과를 한 구직자를 ‘필터링에서 살아남은 자’라고 지칭하기도 함
- 꽃가루·프리라이더 : 팀프로젝트에서 팀 전체의 성과를 평가받는 점을 악용하는 학생을 뜻하는 말로 다른 팀원에게 묻어간다고 해서 ‘꽃가루’ 혹은 무임승차자를 뜻하는 ‘프리라이더’라고 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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