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실상 중국 포용 정책 종언 발표…“중국 정상적 법 준수 안 해” 맹비난
한국, 지난해 대중국 수출 급감 등 미‧중 갈등에 큰 피해…올해 코로나19까지 겹쳐
미‧중 양국, 한국에 협력 요청…관계 조율 필요하지만 “선택의 순간 올 것”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는 미‧중 갈등 심화와 코로나19 2차 확산 우려가 커지며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경제계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수출이 크게 줄어들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올해 초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 실물경제 위축에 따른 타격을 받았다.
한국은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국가로 하반기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여전히 대외적 여건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26일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주미 중국대사관은 미국의 요구 시간인 지난 24일(현지시간) 휴스턴 영사관을 폐쇄했다. 직후 미국 정부는 영사관 뒷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총영사관을 접수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의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명령에 대한 맞불로, 중국 청두에 위치한 미국 총영사관 패쇄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미‧중 갈등은 11월 미국 대선까지 더욱 심화되고, 이후에도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미·중간 1차 무역 합의에 대한 전면 이행을 재확인할 뜻을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합의 이행은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태도는 최근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에 위치한 닉슨 도서관 앞에서 중국 관련 연설을 통해 시진핑 주석을 총서기관으로 표현하며 사실상 최고 수위의 발언을 쏟아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50년여 추진해온 포용(engagement) 정책의 종언을 공언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도전으로부터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사명이며, 미국은 이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신뢰하지 않고 검증해야 할 국가”라며 “중국은 정상적인 법을 준수하는 국가와 다르다”고 맹비난했다.
문제는 미·중 사이에 위치한 한국의 입장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중 갈등으로 한국의 대중국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18년 473억7000만달러에서 252억4000만달러로 큰 폭으로 줄었다. 이 같은 대중 경상흑자 규모는 2016년 사드 보복을 넘어서 2009년(162억6000만달러) 이후 1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비중은 2013년 26.1%에서 미국과 베트남으로 분산되며 소폭 감소 중이지만, 여전히 연평균 25%에 가까울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철강, 전기차 배터리 등 중국에 투자한 생산 공장이 많아 영미권 국가의 중국 견제 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코로나19의 재확산도 한국 경제에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은 전세계서 몇 안 되는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국가로 분류할 수 있지만, 전세계 코로나19 재확산 추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은 작년 동기 대비 19.8% 감소한 162만7534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9년 상반기(152만9553대)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올해 내수 판매실적은 좋았지만 해외 자동차 시장은 봉쇄조치와 공장 가동 중단으로 수출이 급감했다. 상반기 내수 판매는 80만2529대로 2016년(81만8115대) 이후 4년 만에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지만, 수출(82만6710대)은 작년보다 33.4%나 급감했다.
이는 해외 코로나19 영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 여부에 따라 수출 회복세가 꺾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면서 미국과 중국 간 관계 조율에 총력을 다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오지만, 전략적 모호성으로 인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은 경제번영네트워크(EPN)을 구축해 한국을 협력 대상국으로 참여하길 원하고, 중국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하 RCEP)과 일대일로 참여 요청 등으로 한국과의 연대를 원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미국과의 안보·경제·군사 동맹을 파기하기 어렵고, 중국의 경제 의존도도 높은 만큼 관계 조율이 필요하다”면서도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