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직을 사퇴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퇴임 사흘 만에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아베 전 총리는 19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야스쿠니 신사 경내에서 이동하는 사진을 게시하며 "오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이달 16일에 총리를 퇴임했다는 것을 영령에게 보고했다"며 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신사 방명록에 '전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라고 적었다.
아베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행은 6년 8개월 만이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 당시인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가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미국은 성명을 통해 "실망했다"는 입장까지 전했다. 교도통신은 아베의 이번 참배가 지지기반인 보수층을 향해 존재감을 과시하는 양상이며, 스가 정권은 '외교적인 영향은 한정적'이라고 판단해 조용히 살펴볼 태세라고 분석했다.
아베 전 총리의 야스쿠니행에 자민당 보수파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아베 전 총리의 측근그룹인 에토 세이이치 전 저출산 담당 장관은 "상당히 무겁고, 훌륭한 판단을 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스가 총리와 자민당 총재 경선에 함께 입후보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조회장은 "나라를 위해 소중한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존경의 뜻을 표하는 것은 정치가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의 제1야당인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는 "사적인 참배일 것이다. 내가 논평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은 즉각 유감을 표했다. 한국 외교부는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의 식민침탈과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상징적 시설물인 야스쿠니 신사를 퇴임 직후 참배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논평했다. 중국 정부는 아베 전 총리의 참배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를 실무 수준에서 전달했으며 일본 측은 반발 수위가 높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아베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관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사전에 연락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스가 총리의 반응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