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 기밀 유출 의혹…대우조선과도 갈등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현대중공업이 노사 갈등에 방산비리 논란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초부터 수주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현대중공업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도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을 1년 6개월째 진행 중이다. 임금과 해고자 복직, 손해배상 소송 등의 현안에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우선 임금 부분에서 회사 측은 기본급 월 4만5000원 인상과 성과급 193% 등의 제안을 했지만 노조 측은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4만7000원) 보다 높은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조는 지난해 5월 회사 물적분할(법인물할) 과정에서 해고된 4명의 동시 복직과 징계자 1415명에 대한 징계 및 고소고발 취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폭력시위와 불법파업 등에 대한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노사는 연내 타결을 위해 집중교섭에 나설 예정이지만, 연말까지 불과 2개월 남짓 남은 데다 올해 임단협은 아직 시작조차 못한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연내 타결도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은 7조원 투입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방산비리 논란에도 휩싸였다.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KDDX는 우리나라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이다. 해군은 KDDX 사업에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투입, 총 6척을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경쟁을 벌였으나, 현대중공업이 0.056점 차이로 앞서며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최근 5년간 해군함정 설계 및 건조 실적이 현대중공업을 앞서는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와 해군간부가 KDDX 기밀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가열됐다.
대우조선해양지회는 지난 12일 KDDX 기본 설계 사업 재평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불공정한 KDDX 사업자 선정으로 대우조선과 거제 지역사회에 큰 피해가 야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광용 거제시장과 경남도의원 35명 등도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현대중공업에 유리하고 편파적인 평가를 했다”며 “사업자를 재선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 현대중공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방위사업청의 심사과정에 불공정 의혹을 제기, 법원에 행정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해당 결과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나올 예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목표 수주액의 30%도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잇단 악재까지 겹치며 현대중공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대우조선해양 노조 측 반발이 워낙 거세 지지부진한 인수합병 작업에 새로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